‘예술이 없는 도시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봐’
전시·공연·워크샵, 근화동 720번지 11.6.까지

얼마 전까지 근화동 720번지 일원은 곧 철거될 빈 건물과 바람만 오가는 공터로 인해 삭막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이곳은 예술가의 손길로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예술이 없는 도시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봐’(이하 예없도하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단 융복합기획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문화도시 사업 창작과정 지원 ‘생각의 탄생’에 지난 5월부터 참여한 16명의 예술가가 ‘예없도하살’을 통해 근화동 720번지 지하실부터 옥상까지 창작과정·작품 전시·기획공연·시민 참여 워크숍 등으로 채우고 있다. 

근화동 720번지에서 춘천과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예없도하살’을 채운 미디어·조소·문학·연극·대중음악·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만난 후 건물의 옥상에 오르면 구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삶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예술이 없는 도시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다. 빈 건물을 채운 개별 작품과 공연보다 더 중요한 건 장소가 주는 메시지이다. 자본과 경쟁 논리로 온기를 잃어가는 도시를 상징하는 빈 건물, 이 때문에 융복합기획전의 주인공은 ‘빈 건물’이다.

김효주 작가는 “참여 작가들과 교류하며 많은 자극을 받아 나에 대해 솔직해졌다. 타인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를 존중하며 자유롭게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 예술이 없는 도시에서 살 수 있을지 없을지 춘천은 어떤 도시이고 작가와 시민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윤소정 작가는 “경력단절 후 다시 시작한 희곡작업, 내가 꿈꾸던 예술을 다시 생각하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회가 됐다. 도발적인 전시 제목과 달리 춘천은 예술이 너무 많은 도시일지도 모른다. 넘쳐나는 예술 속에서 시민 각자의 안목을 기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 춘천의 한 건설현장에 일하러 왔다는 경기 지역 한 화가는 “정말 신선한 기획전이다. 창작에 대한 자극을 받았다. 어서 작업실로 다시 돌아가 붓을 들고 싶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한 시민은 “이곳을 허물지 말고 예술가외 시민의 창작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을 밝혔다.(문의 259-5451)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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