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지금 강원 북부지역을 둘러싼 환경과 가치가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2017년 6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제, 2027년 서울 용산에서 출발해 춘천을 거쳐 속초까지 연결되는 동서고속화철도가 10월 18일 착공식을 가지면서 지역이 새롭게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지역공약사업으로 발표한 지 꼭 35년 만에 강원도 최북단 광역교통망이 완성된 것이다. 이번 고속철도망 구축공사는 춘천, 화천, 양구, 인제, 속초까지 93.7km 구간에 2조 4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앞으로 강원 북부지역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서울 용산역에서 속초역까지 1시간 39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통행시간이 약 1시간가량 더 단축되는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속화철도 노선이 통과하는 화천, 양구, 인제 내륙지역의 경우, 수도권과의 접근성 개선으로 경제, 사회, 관광 측면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지역 내 새로운 인구 유입으로 소비활동 촉진과 산업생산 수요를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는 이동성이 증진되며 생활권이 크게 확대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천, 양구, 인제는 높은 산과 고개로 가로막혀 교통이 불편한 곳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터널개설과 인접고속도로와 연결로 지금은 어느 정도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한 심정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또 하나는 관광객 유입을 촉진해 지역관광산업의 성장기반 확보가 가능해지리라는 것이다. 강원도관광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강원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1억 3032만 명이다. 이 중에서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6천 369만 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절반에 가까운 약 48.9%가 북부지역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춘천-화천-양구-인제-속초지역을 중심으로 ‘영서 북부와 동해안을 연결하는 강원도 최북단 관광벨트’형성이 기대되는 가운데 향후 지역 관광시장의 다양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우리나라에 고속철도가 처음 도입된 지 18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에 와서 그 성과를 되돌아보면 긍정적인 효과 못지않게 우려되는 측면 또한 적지 않다. 먼저, 고속화철도 개통을 통해 기대했던 인구유입 효과가 정말 있을까에 대한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도시들의 사례를 보면 KTX 정차역과 가까운 대도시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반면에 중소도시는 오히려 인구유출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 이용과 소비수요가 수도권으로 집중된다는 연구 분석결과도 있다. 실제로 종착역 인근에 위치하며 생활경제의 토대가 잘 갖춰진 지역으로의 빨대효과가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대중교통수단 이용 비중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여행자들은 고속철도가 갖는 편리성과 통행시간 단축효과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가용을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특성이 강하다. 반면에 철도,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이용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관광객들의 여행문화 특성을 어떻게 지역관광 활성화로 연결시켜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오늘날 인구감소로 촉발된 지역기능의 쇠퇴문제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초자치단체들이 당면한 공통의 문제이면서도 가장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되었다. 강원도 또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화천, 양구, 인제의 경우 도내에서 도시쇠퇴의 정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 속한다. 지금 강원 북부지역은 인구감소와 소멸위기를 맞아 고속화철도의 효과를 누리고 성장을 유지하려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것인지 시험대에 서 있다. 

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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