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최근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지역신문 관계자들이 뉴미디어 등 지역 언론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경북 영주에 모였다.

유튜브와 영상 사업 등으로 활로를 뚫고 있는 타 지역신문의 경험은 《춘천사람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 영주였다. 마침 영주에서 ‘2022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가 열리고 있었다. 영주시가 2017년부터 준비한 엑스포답게 그 규모와 정성이 놀라웠다. 

엑스포는 고려인삼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새로운 산업 등 가히 한국인삼의 백과사전을 보는 듯했다. 많은 내·외국인들이 인삼을 맛보고 구매하려고 긴 줄을 섰고 각종 공연과 체험행사에는 인파가 몰렸다. 인삼과 관련 없는 지역 기업들을 소개하는 부스에도 사람들이 몰리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실내 먹거리 장터에서는 영주의 유명 음식점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인삼을 소재로 만든 음식을 1만 원 안팎의 균일한 가격에 위생적으로 판매했다. 선비의 고장 영주를 상징하는 소수서원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국립산림치유원 등에는 엑스포와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이 가득했다. 그 결과 지난 23일 폐막한 엑스포는 총 112만여 명이 다녀가 생산유발액 1천736억 원, 부가가치유발액 793억 원, 취업 유발 인원 2천272명 등 성과를 이뤘다. 

영주의 첫인상은 쇠락한 중소도시, 딱 그 정도였다. 10만 인구 붕괴가 걱정될 만큼 도심은 한산했고 눈에 띄는 기업이나 대학도 보이지 않았다. 호수만 없을 뿐 춘천과 상당히 흡사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는 정도가 그나마 호감을 주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영주의 흩어진 자원을 인삼과 선비문화라는 실로 꿰어 관광객이 영주의 문화를 쉽게 즐기고 지갑을 열게 했다. 어딜 가든 인삼과 선비문화가 있었다. 짧은 시간 머물었음에도 영주의 개성과 독자성이 눈과 머리에 쏙 들어왔다.

내내 춘천이 떠올랐다. 더 많은 유무형의 자원이 있는 춘천, 영주처럼 일목요연하게 묶어낼 수 없을까? 4계절 내내 열리는 축제와 크고 작은 문화행사는 비슷한 구성에 맥락 없이 혼재되어 산만하게 펼쳐진다. 관광객이 꼭 사가고 싶은 특산물 또는 기념품도 없다. 김유정은 실레마을에서만 소비된다. 의병장 유인석, 윤희순, 차상찬 등 춘천의 역사적 인물의 자원화는 요원하다. 대학은 시민과 담을 쌓고 지내며 지역과 섞이지 않는다.

민선 8기는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이미 춘천은 이런 도시 저런 도시로 선포한 것만 해도 손이 모자란다. 영주처럼 엑스포를 열자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호수, 닭갈비, 막국수(메밀), 축제, 김유정 그 무엇이 됐든 춘천의 수많은 자원을 일목요연하게 묶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맥락으로 춘천을 소개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부터 관계부서 직원까지 여러 현장을 수시로 다니고 소통해야 한다. 꿀벌처럼 말이다. 현장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게 어렵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과감히 투자하는 용기라도 필요하다. 그전에 영주부터 다녀오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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