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레고랜드와 관련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 불이행 리스크가 채권시장 넘어서 금융시장 전반에 ‘돈맥(脈)경화’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어음(CP)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기업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채권금리가 치솟고, 기업의 줄도산 우려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보증 ABCP 물량이 많은 증권사 매각설, 건설사 부도설이 나돈다. 

이번 사태의 계기가 된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를 법원에 회생신청하기로 하면서 촉발되었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개발에 쓰려고 ABCP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상환을 사실상 거부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시장이 얼어붙었다. 강원도는 전임 최문순도정에서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GJC에 44%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2020년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로이 도정을 맡게 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GJC는 자력으로 돈을 갚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달 28일 “개발공사가 빌린 돈을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 

강원도의 느닷없는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보증 이행 거부 이후 시장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자 금융위원회는 2020년 조성한 채권시장 안정펀드 여유 재원 1조6천억원으로 신속히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시장의 반응이 회의적이자 정부는 급기야 지난 23일 채권시장안정 펀드(채안펀드) 20조원, 비우량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 지원 10조원 등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강원도의 2050억원 채무 불이행이 정부의 50조원의 자금 투입의 결과로 나타났다. 대가치고는 혹독하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되었다는 자조가 들린다. 현재로선 막을 수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강원도의 인식은 안이하기만 하다. 채무를 안 갚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사태가 이렇게 번진 걸 억울해하는 모습이다. 회생신청은 여전히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되자 부채를 내년 1월 29일까지 갚겠다고 하다가, 다시 올해 12월 15일까지 갚겠다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그것도 예산으로, 도민의 동의도 없이? 김 지사는 중앙정부가 50조 원을 금융시장에 투입하는 데 대한 책임감을 묻는 질문에 ‘좀 미안하다’라는 워딩을 했다고 한다. 역시 안이한 태도다. 누가 이번 결정을 내리고 수행했는지 도지사 본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사태가 국가적 차원으로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최문순 지사까지 언론 인터뷰로 한마디 보태고 있는데, 그는 레고랜드 사태의 원인 제공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한 전·현직 도지사의 책임이 함께 물어져야 한다. 레고랜드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제와 더불어 이번 사태의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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