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룬드베리 글,그림/ 어린이 작가정신

《잊어버리는 날》은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공감하며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자꾸만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기만 하는 정신없고 바쁜 어느 날의 이야기다.

토요일 아침, 노아의 엄마는 그날 오후에 노아의 반 친구 알마의 생일파티가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느긋했던 주말 아침은 갑자기 분주해진다. 서둘러 아이를 깨워 선물을 사고 늦지 않게 생일파티에 가려는 엄마와 달리, 노아는 생일파티에 가고 싶지 않다. 알마와는 같은 반이지만, 같이 놀아본 적도 없다. 블록이 굴러다니는 부엌, 느릿느릿 양말을 신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와 대조적으로 부엌을 빠르게 정리하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조급함이 느껴진다. ‘노아는 서둘러 준비했지만 그래도 턱없이 느렸어요. 엄마가 거들어 준 뒤에야 둘은 시내로 뛰어갔어요’라는 문장에서 어느 날의 우리 집 아침 풍경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노아는 자꾸만 물건을 잃어버리고 마음이 급한 엄마는 점점 더 조급해진다. 결국, 어렵게 산 생일선물을 버스에 두고 내려 빈손으로 생일파티에 가게 되고,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고 웃으며 알마네 집 문을 두드리는데!!! 사실은 알마의 생일파티는 오늘이 아니라 다음 주였다는 반전이 있다. 알마네 가족과의 어색한 티타임은 글이 없어도 그림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아이와 하루를 되짚어보는 장면에서 말해주고 싶다. 나도 그런 날이 있었다고. 다 잊어버리고 내일은 집에서 푹 쉬라고 말이다. 이야기의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치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이 있듯 화면의 레이아웃이 노아네 집 창밖 도로를 비추고, 노아와 엄마가 탔던 버스를 비추고, 버스 안에 두고 내린 선물을 보여준다. 그리고 선물이 어디로 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사랑스럽다. 정신없는 어느 날을 잘 정돈하여 종이에 사랑스럽게 옮겼다. 스웨덴의 유명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작가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책이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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