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로 법정기념일이다. 10월 29일로 정해진 것은 지방자치 부활을 알린 제9차 헌법개정일이 1987년 10월 29일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고 1952년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 정변으로 지방의회가 강제로 해산되며 단체장이 임명직으로 전환되는 등 지방자치는 사라지게 된다. 이후 약 30년간 중단됐던 지방자치는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1991년 구·시·군 의회 선거와 시·도 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되면서 부활한다. 하지만 단체장은 여전히 임명제였다. 이후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단체자치가 시작된 것일 뿐 주민자치는 이뤄지지 않은 반쪽짜리 자치였다.

① 2022년은 자치분권 2.0 원년

1988년 개정 이후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올해 1월 13일부터 시행됐다.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는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원리를 강화하고 자율과 책임이 조화된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지방의회 역량 강화와 책임성 확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효율성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주민참여’를 명시해 주민자치의 길을 열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주민들이 투표 이후에는 자치에 참여할 방도가 없었다. 즉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만 지방자치를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민이 직접 자치하고 단체장은 ‘보충성의 법칙’에 따라 주민들이 하기 어려운 일에만 개입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지방의원은 다소 주도적으로 주민 사업을 이끌었던 과거와 달리,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직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주민에게 주어진 힘은 막강하다. 심지어 주민투표를 통해 현재 기관대립형인 지자체 구성을 기관통합형으로 바꿀 수도 있다. 시장을 뽑고 의원을 따로 뽑는 현재의 방식이 아니라, 의원내각제처럼 의원들만 뽑고 다수당의 수장이 행정을 이끄는 방식도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 자치단체 자치권 확대

단체장 인수위원회 제도화 -지방선거를 통해 지자체장이 교체될 경우, 광역지자체는 20인 이내, 기초지자체는 15인 이내의 인수위원회 구성이 가능해졌다. 인수위의 의미는 정권 이양 기간 주민 의견을 충분히 청취할 수 있게 한 것.

사무배분 보충성의 원칙 규정 -중앙정부의 자의적인 사무배분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적 사무는 지역에 우선 배분한다. 춘천시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무만 강원도나 국가에서 담당한다. 마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국가까지 이어진다.

자치입법권 보장 강화 -법령의 범위에서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으며,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에 대해 행정명령 등 하위법령으로 위임내용과 범위 등을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 도입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의 주요 정책, 지방현안 등에 대해 대통령과 논의 및 협의를 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제2회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열렸다.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운영 규정 마련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춘천과 홍천이 공동화장장 만들어 예산 절감과 주민 편의를 도모한 바 있다. 이런 식의 지자체 간 협력이 활성화될 예정이다.

나. 지방의회 독립성 확보 및 책임성 강화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지방의회에서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충원할 수 있게 됐다. 지방의원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 -지방의회 소속 사무직원 임용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했다. 과거에는 단체장에게 인사권이 있었다.

다. 주민주권 구현

주민자치 원리 강화 -목적 규정에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명시했다.

주민조례 발안제 도입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의 제정·개폐 청구가 가능해 졌다.

주민의 권리 확대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이나 집행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권리를 신설했다.

청구권 기준연령 완화 -주민조례발안, 감사청구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했다. 이는 고등학생까지 자치에 참여할 수 있음을 뜻한다.

주민감사청구인수 하향조정 -시·도 300명,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200명, 그 밖의 시·군·구는 150명 이상의 주민동의가 있으면 주민감사와 소송 제기가 가능해 졌다.

자치단체 기관구성 다양화 -주민투표를 통해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 형태를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전통적으로 지방자치는 주민자치와 단체자치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편이다. 주민자치는 자치단체와 주민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는 영역으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관련되는 사무를 국가에 의하지 않고 자기들의 의사와 책임하에 스스로 처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단체자치는 자치단체와 국가의 관계에 중점을 두는 영역으로, 법률상으로 법인격을 가진 자치단체가 국가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된 지위를 가지고 일정한 권한을 부여받아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전자를 정치적 의미의 자치, 후자를 법률적 의미의 자치라고 일컫기도 한다.

자치분권 2.0의 핵심은 주민자치에 있다. 지방자치법 제2장 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 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을 때에는 그만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또한 규칙이나 조례도 주민이 직접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감사도 청구할 수 있다.

기존에도 주민자치위원회가 있었지만, 주민자치위원회는 어디까지나 단체의 자문기구였을 뿐이다.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서 자문기구가 아닌 주민 의결기구가 탄생한 것이다. 단체자치만 있었던 반쪽짜리 지방자치에서 주민자치가 결합해 보다 나은 지방자치로의 길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주민에게 주어진 권한은 앞으로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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