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상담학 Ph. D.)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며 꿈 많은 젊은이들이 한순간에 생과 사의 갈림길로 나누어졌다. 이 일로 긴급하게 투입되었던 소방관, 경찰, 응급구조요원과 주변 목격자 등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무력감과 재경험, 불면증 등 다양한 문제들을 호소하고 있다. 그중에 현장에 있던 구조참여자들은 죄책감을 가지며 자신을 자책하는 등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어디 이뿐일까? 방송을 지속적으로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과 인근 주민들은 앰블런스 소리에 대한 과각성(過覺醒) 상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여과 없이 노출된 무분별한 SNS 영상 등으로 인한 심리적 우울과 불안 또한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적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최대 1만 명 이상은 초기 응급처치가 중요함을 인터뷰한 언론 기사를 보았다.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 등이 무차별 공유되는 상황을 볼 때 이는 2차, 3차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육체의 부상은 눈에 보여서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싸고 꿰맬 수도 있으나 심리적 상처는 보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할 수 있다. 우리는 육체의 상처를 보며 주변인들로부터 위로도 받고 적절한 치료절차도 제공받지만, 심리적 치료는 나약하거나 유난을 떤다는 말을 들을까 봐 몰래몰래 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심리적 상처가 더 오래, 더 지속해서 아프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한목소리로 심리적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심리적 외상은 그만큼 오래가고 깊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라우마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될까? 트라우마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인지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을 몸이 알고 있다는 듯 말없이 감각운동적 반응과 증상으로 남아있어 신호를 보내온다. 침습적으로 몸 감각과 이미지, 냄새, 몸의 통증 및 수축, 마비, 각성의 조절 불능 같은 반응이 실제로 불쑥불쑥 나타나고 이러한 증상들이 트라우마의 잔재임을 알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 그럴 수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몸의 떨림이나 심장의 고통, 소리로 인한 긴장감, 압박에 의한 숨막힘과 답답함 등이 나타난다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몸의 신호로 보고 싸인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러한 증상들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여러 번 반복되고 있는 사고로 인해 많은 국민들은 반복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되었다면 이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심리적 대응력 또한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같은 마음으로 다양한 도움과 지원을 하고 있는 시민들과 관련 기관들이 있지만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과 가족분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영숙(상담학 Ph. D.)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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