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액을 쫓는다고 하여 옛날 사람들은 먼길을 떠날 때 봇짐에 붉은 팥 한 줌을 넣어 다녔다고 한다. 절기 중 동짓날은 작은 설날이라 해서 붉은 팥으로 음식을 해 먹는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가정의 나쁜 액운을 막고 잔병을 없애 건강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귀신 퇴치에서 건강까지 지키는 붉은 팥은 비타민과 단백질 등 몸에 좋은 영양성분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칼륨은 바나나의 4배 쌀보다 10배 많고, 비타민B가 풍부하며, 피로 해소, 노폐물 제거, 부종 방지 등 여러 효능이 있다. 하지만 신장 질환자는 주의를 요한다고 한다.

팥으로 만든 전통음식인 팥칼국수, 팥죽, 팥빙수 등을 전문으로 하는 ‘착한 팥쥐네’를 소개한다. 10여 년 동안 팥을 고수하며 현재 운교동에 ‘착한 팥쥐네’라는 상호로 영업 중인 팥음식전문점이다. ‘생활의 달인’, ‘강원 365’ 등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한 스타영업점이다. 팥 전문점을 운영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독학으로 팥에 대한 연구와 많은 공부를 한 박난숙(55세) 대표를 만났다. 남편과 함께 외길 팥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팥은 품종도 다양하다. 팥죽에 알맞은 품종을 골라 홍천에서 계약재배한다. 양질의 붉은 팥을 재료로 공수하기 위해서다. 홍천에 공장시설을 갖추고 48시간 이상 팥을 삶는다. 모든 공정이 힘들어도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팥 껍데기 역시 손수 제거하고 3일간의 숙성을 걸쳐 드디어 원재료로 재탄생한다. 수작업으로 준비할 수 있는 재료의 양은 한정적이다. 특화된 맛있는 팥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 30인분만 준비한다. 곁들이는 동치미는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다. 직접 농사지은 무를 항아리에 재래식으로 숙성한다.

“연세 있는 어르신들이 팥죽을 좋아해요. 전통음식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정성껏 만들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팥의 달인다운, 팥 음식을 고집하는 주인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여름에는 팥빙수의 계절이므로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이 많다고 한다. 의외로 팥마니아들이 있어 단골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사이드메뉴로 팥양갱, 팥차가 있다. 정갈한 쟁반에 팥죽과 반찬이 놋그릇에 담겨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끈한 팥죽, 시원한 동치미 국물 한 모금이 입맛을 자극했다. 새알옹심이도 총총 박혀있다. 시골에서 옹기종기 모여 먹던 그 맛이다. 김치, 무장아찌도 곁들여 나왔다. 따듯한 보리차까지도 주인의 배려다. 양도 푸짐해 반은 설탕을 첨가해 단팥죽으로 먹고, 남은 반은 어릴 적 어머니가 해 주던 전통 팥죽 맛을 음미해 보았다.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팥 향이 고향의 향수를 불렀다. 팥죽, 팥칼국수는 각각 8,000원, 팥빙수는 7,000원이다. 팥죽을 집에서 직접 해 먹기에는 과정이 번거롭고 시간도 만만찮게 걸리는 편이다. 그래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음식이 팥죽이다. 요즘처럼 스산한 날씨에 따끈하고 부드러운 팥죽 한 그릇에 마음까지 포근해졌다. 요란하지도 별스럽지도 않은 담담한 전통의 맛, 어머니의 맛이다. 입맛이 없을 때나 부모님을 위한 식사 대접할 곳을 찾는다면 ‘착한 팥쥐네’를 추천한다.

운교동 186번지 / 243-7766

김현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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