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모든 성인의 대축일에 앞서 죽은 자들을 기억하자는 뜻의 할로윈 축제가 그릇된 상술과 안전관리 부재로 인해 세계적 대형 참사가 되었습니다. 말문이 막힙니다. 또 다시 자녀들의 안부를 확인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참담합니다.

매일 대통령 출퇴근에 동원되는 경찰인력이 700여명인데 10만명 운집을 예상한 이태원에 고작 200명 경찰을 배치했습니다. 그것도 안전 관리가 아닌 범죄 단속 인원만 200명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고가 난 이태원 뒷골목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100% 인재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이전에 우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부상자들의 회복과 사고수습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슬픔과 분노와 공포가 밀려옵니다. 어쩌다 우리가 이토록 가혹한 지옥을 살게 되었는지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럽습니다.

거듭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더 이상 돌아가시는 분이 없기를 또 빕니다.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밤 새 안녕이란 말이 이토록 실감나는 세상이 올 줄 몰랐습니다. 캄캄합니다.


행안부 장관님!

80년대 화성 연쇄 살인사건 벌어질 때에도 경찰은 수원 등 수도권 민주화 투쟁 데모 진압에 투입하느라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었습니다. 민주화 투쟁 학생들을 연쇄살인범보다 더 공공의 적으로 몰았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서울시내 도처의 시위 관리에 경찰인력이 분산되는 바람에 이태원에 배치할 인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창설이래 단 하루도 인력 부족에서 헤어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이, 개도 주워가지 않을 대통령, 경호에 쓰는 관심의 100분의 1만 썼더라도 이태원 희생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리라고. 

당신은 그동안 유지해왔던 이태원 축제 안전관리 매뉴얼의 1%도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분께서 또다시 국민 탓 시민 탓만 하고 계십니다. 

그냥 내려오세요. 당신이 행정 “안전”부 장관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어찌 국민의 안전 관리에 실패하고도 그 자리에서 남 탓으로 책임을 가릴 수 있겠습니까. 국민의 세금을 당신 같은 자들에게 쓰느라 애꿎은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살이 참 고통스럽고 수치스럽습니다. 아아, 시바!


할아버지! 애들이 나쁜 데 놀러가서 죽은 게 아니고요. 할아버지도 어부인 손잡고,

‘전국노래자랑’ 구경가셨다가 밟혀 죽을 수도 있는 나라가 됐다는 걸 말씀드리는 거예요. 시스템 붕괴. 좀 제대로 편을 드세요. 시바!


대통령 아무나 하나. 비가 와도 그쳐도 다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우리가 지키지 못하고 죽였다. 새벽에, 

벌떡 일어나서 울었다. 이건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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