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도의회 통해 무한 책임 미루기
전·현직 도지사에 대한 법적 공방까지

지난 9일, 강원도의회에서 강원중도개발공사(GJC)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가 열렸다. 도의원들은 이날 감사에서는 강원도와 GJC가 직접 대면해 이번 사태를 두고 의견을 나눴지만 평행선을 달리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도의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레고랜드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책임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 장외전

강원도와 GJC는 방송과 언론 등을 통해 계속해서 본인들의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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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를 둘러싸고 관계자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강원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지난 7일 레고랜드 중도개발공사(GJC)와 레고랜드를 현지시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일 GJC 송상익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원도 측의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주요 내용은 ①현 도정 들어서 강원도가 소통 시도를 거의 안 해놓고 자료제공을 안 했다고 책임을 미룬다는 점 ②지적정리를 해야 하지만 강원도, 춘천시 간 협조가 안 되고 있으며, 이에 준공검사를 못 해 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없었다는 점 ③강원도의 지적과 달리 GJC에서도 대출기관을 바꾸고, 토지를 재계약해서 빚을 많이 줄이는 등 노력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강원도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에 공문을 보내왔다. ①에 대해서는 △강원도가 GJC측에 사전 보고요청을 했음에도 이행되지 않아 7월 말 경제부지사 지시로 업무보고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뒤에야 강원도 업무보고에 응했다는 점 △GJC는 자금집행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 없이 실제 자금이 집행될 때만 강원도에 확인 요청을 해 왔다는 점 △GJC가 보고한 재정수지 자료의 신빙성이 저조한 가운데, 강원도가 GJC에 요청한 통장 입출내역 등 금융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점 △동부건설에 지급해야 할 레고랜드 기반시설공사 준공대금 136억 원 등에 대해 미납금을 적기 상환할 방안을 강원도와 협의한 바 없다는 점 △‘성과급 300% 1차 지급’의 구체적 금액뿐만 아니라, 그 이전과 이후 모든 성과급 지급 내역을 여전히 공개 거부하고 있다는 점 등의 설명을 통해 반박했다.

②에 대해서는 선후관계가 완전히 틀린 주장이며 지적정리는 새로 정리된 소유권 일치가 이뤄진 후에 가능하다면서 ‘도와 춘천시 간 협조가 안 됐다’는 식으로 지적정리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③에 대해서는 △지난 3월 24일, GJC가 최문순 당시 강원도지사와의 현안 회의에서 임직원에게 1천200%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통보했으며, 3월 28일, 구체적 금액은 함구한 채 성과급 300%를 1차 지급하였다고 도에 유선 통보 한 바 있다는 점 △2020년, 이자율 감소(3.7%→3.1%)를 명목으로 대출기관을 한국투자증권에서 BNK투자증권으로 변경했지만, BNK는 이듬해 5%대로 이자율을 올렸다는 점 등을 보아 GJC 측이 경비 경감에 노력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강원도는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강원도가 디폴트를 선언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주장에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 여야 국회의원 VS 전·현직 도지사

레고랜드 사태를 둘러싼 정당 간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전·현직 도지사에 대한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김진태 발 금융위기 진상조사단’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기업회생신청은 채무불이행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하면서 “지방의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조사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밝혀지게 되면 형사고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에는 국민의힘 박기영 강원도의원이 강원경찰청을 방문해 최 전 지사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과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레고랜드 사태의 본질은 10년간의 최문순 도정의 잘못된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도의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밀실 행정으로 이뤄진 2천50억 원 채무보증 등 지난 10년간 레고랜드 조성사업은 온갖 문제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 강원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는 제315회 정례회에서는 강원도, GJC, 도의회가 삼자대면해 진실 공방을 벌였지만 그동안의 주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지난 9일 열린 도의회 경제산업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윤미 의원은 “GJC와 강원도가 사업의 파트너이고 협업·협조하는 사이다. 강원도가 어떻게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GJC의 회생 신청 발표를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윤인재 산업국장은 “강원도는 채권자로서의 권리가 있다”면서 “사전에 GJC와 협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또 박 의원은 GJC 송 대표에게 “GJC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갈 만큼 부채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송 대표는 “아니다. 토지 매매대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동부건설에 지급하지 못한 135억 원 외에 추가로 들어갈 공사비가 거의 없어서 대출 약정 만기인 내년 11월까지 충분히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진태 지사가 발표한 기업 회생 신청이 디폴트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윤인재 강원도 산업국장은 “BNK투자증권은 강원도의 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계획 발표와 상관없이 2천50억 원 보증 채무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도 처리를 시켰다”면서 “레고랜드 사태가 아니라 BNK투자증권 발 위기라고 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회생신청 발표 문구에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문구가 있다. 또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라고도 적혀있다. 외부에서는 그 문구만 봐서는 ‘아, 갚을 생각이 없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김진태 지사의 회생 신청 발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정당 간의 미묘한 입장차이도 있었다. 국민의힘 측은 레고랜드 사업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면서 최문순 전 지사에게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 진종호 도의원은 “사업 시작 단계에서 총지출 계획 4천542억 원 중 이자와 수수료가 699억 원으로 전체 지출의 15%를 차지해,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김진태 도지사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412억 원이 없어 기업 회생을 신청한다면서 2천50억 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며 “회생신청 발표로 인해 자금 경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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