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참사를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해야 할 일
[시사칼럼] 참사를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해야 할 일
  • 이효성 (전 정의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 승인 2022.11.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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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전 정의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 축제에 참여했던 수많은 청년이 좁은 골목에서 압박사를 당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인프라의 부재를 알아챌 틈도 없이 죽어야 했던 청년들을 떠올리면서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 

뉴스로 참사현장이 보도되었을 때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 등장해서 속이 울렁거렸다. 열여덟 살 때부터 십 년 정도 이태원에 살았었다. 가족, 친구와 매일같이 다녔던 익숙한 골목에서 백오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누구든 그 시간 그곳에 있었다면 죽음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희생자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내 가족이, 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많은 동료 시민들은 가족을, 친구를 잃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가 우연이 아니라 충분히 막고 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10월 29일 이태원에 국가는 없었다. 사람이 몰릴 것이 뻔하게 예상됨에도 제대로 된 대응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사고 몇 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꾸준히 경찰에 신고하면서 위험을 호소했을 때도 책임 있게 대응하지 않았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고 안전을 도모하지 못했음에 처절한 반성과 충분한 책임을 져야 할 행정책임자들이 참사가 일어난 후에도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용산구청장은 참사 몇 시간 전 현장 바로 옆을 지나갔으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내리지 않았다. 경찰은 수많은 신고 전화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고 용산경찰서장은 느지막하게 현장에 도착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이 미리 배치되어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했다. 국무총리는 참사의 원인을 묻는 기자들 앞에서 농담을 했다. 행정의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은 참사가 일어난 후 며칠이 지나서야 부족한 사과를 했다.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국민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지만 희생당한 이들을 충분히 애도하기 위해,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참사의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국가 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작동하지 않았다면 그 원인은 책임자의 기만인지, 시스템의 결함인지, 조직문화의 문제인지, 이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부실해서 온 문제인지 살펴야 한다. 가볍지 않은 사안은 가볍지 않게, 복합적인 상황은 복합적으로 다루는 모습이 필요하다. 혹여라도 참사의 원인을 정확하고 충분하게 묻지 않은 상태에서 참사에 대한 책임을 섣불리 일각의 정권 퇴진 흐름에 얹혀놓는다면 이것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일이 되고 만다. 반대로 책임자의 역할과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는 그대로 둔 채, 모든 것을 어찌할 수 없었던 사고로만 본다거나 제도 탓으로만 돌린다면 이 역시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일이 된다.

참사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책임을 정확하게 묻기 위해, 또 다른 참사를 꼭 막아내기 위해 우리의 질문은 시작되었다. 정확하게, 끈질기게, 구체적으로 묻고 또 묻자. 10월 29일 그날, 국가는 과연 어디에 있었는지.

10.29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효성 (전 정의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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