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대통령실 대변인이 신고한 2021년 12월 31일까지의 재산은 225억 3,184만원입니다. 경기도지사 선거 때 저 액수가 16억을 축소해서 신고한 사실(그러니까 원래는 241억여원)이 밝혀져서 문제가 되자 “착오”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착오, 믿겠습니다. 16억  정도는 착오로 축소할 수 있을 만큼 거부이시니까요. 김앤장 변호사이신 남편께선 오늘도 열심히 돈을 벌고 계시니까요.

루이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뜨와네뜨 생각이 납니다. 사실 여부가 모호하긴 하지만 굶주리는 민중들에게 “빵이 없으면 스테이크(혹은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심과 이반된 사치와 향락은 저런 극단적 망언으로 기억될 만큼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프랑스 대혁명의 불길이 치솟게 됩니다.

어젯밤 국정감사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민주당 의원의 질문 중에 김은혜 대변인은 옆에 앉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었다가 문제가 되자 “사적인 대화”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둘 사이에 오간 메모이니 사적인 대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그 책임과 사실 관계를 묻는 자리에서 그는 태연하고도 한가하게 하필 “웃기고 있네” 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국민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통령실 참모들이 그 자리에서 공교롭게도 “웃기고 있네”라고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 없는 자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반드시 재앙을 부릅니다. 거의 날마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고 가난한 젊은이들이 죽고 희망 잃은 노인들이 더 많이 자살하는 나라. 국가가 관리능력을 상실해서 축제가 재앙이 되는 나라. 지금까지의 참극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무정부 상태는 앞으로 더 큰 재앙을 예감케 합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늪은 우리 사회를 공멸의 상황으로 몰아갈 것입니다. 그런데도 거부들이 장악하고 있는 정부는 대책이 없습니다. 능력도 없고 실력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도덕성도 없습니다. 입만 열면 망언과 거짓말을 일삼습니다. 책임을 떠넘깁니다. 

시민의 가난과 고통을 외면하고 숫제 알지도 못했던 루이16세와 마리 앙뜨와네뜨는 마침내 단두대의 칼날에 목이 잘렸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이미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시대입니다. 나쁜 자들에게 “웃기고 있네”라고 조롱 당하지 않도록 오늘도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미친 시절입니다.

 


점심 무렵 들비와 함께 동네 공원에 가면 벤치에 앉아서 도시락 먹는 직장인들이 보인다. 전에는 벤치에 앉아 물도 없이 빵을 먹는 택배 노동자가 나를 울리더니 요즘은 그 자리에 청년들이 앉아서 밥을 먹는다. 대략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이 반 편의점 도시락이 반이다. 이 동네엔 이제 만원 아래 밥집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한쪽 벤치에 혼자 돌아앉아서 도시락 먹는 여성이 보였다. 저 청년은 왜 돌아앉아 밥을 먹는가. 나는 왜 그 뒷모습에서 순간 슬픔을 느꼈는가. 

요즘은 아무때나 눈물이 난다. 아무때나 막막하게 눈물이 난다. 청년들을 보면… 돌아앉아 혼자서 묵묵히 도시락 먹는 청년을 보면…

류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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