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11~16일)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단행했다. 순방 이틀 전날인 9일 밤에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MBC 기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10일 오전 10.29참사 이후 첫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 나선 대통령에게 직접 특정 언론사 전용기 탑승 거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편의를 제공해 드리는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한 일이라는 진의가 확인된 셈이다. 

그러자 10일 오후 대통령실을 출입, 취재하는 49개사 중앙 풀기자단은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냈다. ‘출입기자단이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취재 때문이다. 관련 비용 역시 각 언론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마치 특혜를 베푸는 듯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계 5개 단체도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다.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인 취재 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당사자인 MBC도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로, 탑승 거부가 언론자유를 심각히 제약하는 행위이다. 이번 조치가 공공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모든 방법을 동원, 현장에서 취재와 보도를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요지부동, 취재 불허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기자단과 언론단체들의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이 방침을 유지한 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해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발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만이 MBC 탑승 배제 조치에 항의해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민항기를 이용해 취재에 나섰다. 동승한 다른 언론사들은 공동대응 방침을 내놓고도 제대로 된 행동을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조치는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권력남용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대착오적 언론탄압이다.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선택해야 한다면, 정부 없는 언론을 주저 없이 택하겠다.’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헌법 21조 1항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고,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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