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문학을 묻어버렸다” VS “재점검 개선하겠다”
“김유정 문학을 묻어버렸다” VS “재점검 개선하겠다”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2.11.21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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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완공된 김유정기념전시관에 혹평
시, 개관 후 방문객 의견 수렴하여 개선할 것

김유정문학촌 개관 20주년을 맞아 ‘김유정기념전시관’(이하 기념관)이 새롭게 단장됐다.

리모델링 공사는 시 문화예술과가 주관하여 지난 8월 26일 시작, 10월 24일에 마쳤으며 예산 2억 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새롭게 단장된 기념관의 전시 수준 및 관람객 안전에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김유정문학촌은 시민 공개에 앞서 자체적으로 지난 11~16일에 미술·공연·전시·박물관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기념관을 공개하고 전문가 진단 및 평가를 받았다. 

기념관 리모델링…콘텐츠 설계회의 고작 2~3회

올해 2월, 시 문화예술과는 ‘김유정문학촌 전시실 조성 기획 및 설계용역’을 진행하여 원주에 소재한 전시시설 설계기업 ‘㈜성안’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수의계약은 경쟁이 아닌 발주처가 업체를 선택,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다. 지자체에서 빠른 계약 체결이 필요하거나 계약 금액이 소액인 경우, 계약 상대자가 1인밖에 없거나 중소기업 보호 등의 명목으로 흔히 운영된다. 경험이 풍부한 업체를 신속하게 선택하여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발주처의 자의성이 개입되거나 예산 절감이 어려운 단점도 있다.

지난 5월 김유정문학촌, ㈜성안, 문화예술과가 참석하여 기념관 리모델링 1차 회의가 열렸다. 같은 달 중순 김유정문학촌은 기념관 콘텐츠 및 연출 아이디어를 ㈜성안에 전달했으며, 이어서 5월 말에 김유정문학촌과 ㈜성안 관계자만 참석한 기념관 리모델링 2차 회의가 진행됐다. 문학촌에 따르면 이때 문화예술과는 참석하지 않았다. 7월 5일 기념관 리모델링 3차 회의에는 김유정문학촌, ㈜성안, 문화예술과가 모두 참석했다. 문제는 콘텐츠 설계 회의가 불과 2~3회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후 7월 13일에 설계용역이 끝나고 8월까지 기념관 시공을 맡을 업체별 계약이 진행됐다. 영상·전기·전시구조물 등 각 분야를 분리 발주하여 원진미디어, 오성건설, ㈜미우 등이 공사에 참여하게 됐다.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것이다. 8월 23일에 시공 업체들이 현장을 둘러보았고 26일부터 기념관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됐다. 김유정문학촌에 따르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설계에 따라 제대로 시공이 되는지 살필 현장 감독관은 없었다. 문화예술과 본인들이 감독관이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고 말했다.

관련하여 분당에 소재한 국내 유수의 전시관 설계업체의 전시 컨설팅 담당자는 “설계와 시공 모두 진행해야 제대로 된 리모델링이 가능하며, 우리는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전시관 설계를 모두 설계부터 시공까지 진행한다”라고 강조했다. 즉 문화예술 관련 시설 리모델링은 전문업체가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아서 , 완공될 때까지 현장에서 감독 되어야 완성도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중 설계 오류 발견

지난 8월 31일 기념관 설계에 문제가 발견되어 9월에 시공을 수정하는 소동이 일었다.

올 초 공개되어 큰 주목을 받은 〈김유정의 사람들〉(신대엽 작)이 전시공간에 들어갈 수 없는 설계 오류가 발견됐다. 〈김유정의 사람들〉은 김유정과 교류했던 1930년대 문화예술계 인사 17인의 초상이 담긴 집단초상화로서 가로 2.4m, 세로 2m에 달하는 대작이다. 핵심 콘텐츠가 전시될 격실 외부 프레임이 작품보다 작게 설계된 것이다. 

이에 지난 9월 6일 김유정문학촌, 춘천문화재단, 춘천시가 참석한 회의가 열렸고, 설계변경이 아닌 〈김유정의 사람들〉 격실 외부 프레임 크기를 조정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격실 양측 다른 구조물들과 높이가 달라졌다.

전문가평가… 혹평 일색

김유정문학촌은 시민 공개에 앞서 ‘김유정기념전시관 준공 후 상태 진단 및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진단 및 평가’를 진행 춘천 안팎의 미술·공연·전시·박물관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 총 10명에게 기념관을 공개하고 자체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11~16일에 기념관을 꼼꼼히 살펴보고 평가서를 작성했다. 일부 전문가의 평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으로 보는 문제점

① 전시관 내부, 천장의 조명이 산만하다. ② 에어컨 설치 공간은 결국 쓸모없는 공간이 됐다. ③〈김유정의 사람들〉이 나사못으로 걸려있다. ④ 기념관 중앙의 구조물이 동선과 안전에 영향을 준다. ⑤ 8폭 〈유정고도 裕貞孤道〉는 개별 작품 간격이 일정하지 않게 설치 됐다.  ⑥ 김유정과 당시 문학의 흐름을 소개하는 구조물의 조명이 산만하다.

사진① 정중앙 격실에 기념관의 핵심 콘텐츠인 〈김유정의 사람들〉이 전시되어있고 양옆으로는 작품을 설명하는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그런데 격실이 기념관 중앙에서 좌측으로 쏠려있다. 당초 설계는 전시관 중앙에 위치하지만, 스탠드형 에어컨 설치 공간(사진 우측 키오스크 화면 옆 공간) 마련으로 설계변경 단계에서 좌측으로 쏠리게 됐다. 하지만 다시 에어컨이 천정형으로 변경됐음에도 설계를 수정하지 않았다. 결국 스탠드형 에어컨을 위한 공간은 쓸모없는 공간(사진②)이 됐다. 또 그림 설치 벽면이 MDF 소재로 되어있어 내구성이 취약하며 무게가 상당한 대형작품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작품은 나사못으로 걸려있고(사진③) 진열장 출입문을 여닫을 때마다 흔들린다. 또 조명이 유리에 반사되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도 힘들다. 또 방습설비도 없다.

사진④에서 볼 수 있듯이, 김유정 작품을 소개하는 구조물이 솟아있다. 디자인과 띄어쓰기 등 가독성이 떨어지며, 〈김유정의 사람들〉 격실과 매우 가까이 있어서 그림 감상도 방해한다. 전시 작품의 호수가 클수록 관람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미술품 전시 방식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설계이다. 특히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단체관람객이 방문하는 전시관의 동선을 방해할 뿐 아니라 날카로운 모서리가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사진⑤ 〈유정고도 裕貞孤道〉(신대엽 작)는 실레마을의 어린 시절부터, 서울의 학창시절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김유정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장면들이 담긴 7m에 이르는 8폭 대작이다. 8폭 개별 작품과 안내판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김유정의 사람들〉 격실처럼 유리 반사로 작품 감상이 불편하며 방습설비도 없다.

사진⑥ 김유정과 당시 문학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시물도 조명과 색채에서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는다. 

지역에서 다수의 공공미술 작업을 맡아온 시각예술가 이 씨는 “관공서나 모델하우스에 온 느낌이다.(한숨) 기념관에 들어온 관객에게 이어폰을 제공하고 모든 정보를 오디오 가이드로 들을 수 있게 할 필요도 있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춘천에서 서툴게 정비되어 무척 아쉽다. 행정과 현장의 간극은 왜 좁혀지지 않는지 답답하다. 춘천 안팎의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고 천천히 진행했더라면 하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앞으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 컨설팅 및 브랜딩 디렉터 황 씨(서울)는 “춘천이 문화도시로 핫하게 부상하고 있는데 그 격을 깎아내리는 듯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춘천 나아가 한국의 대표적 문화자산 김유정을 과거에 머물게 하지 않고 세련된 방식으로 미래 세대에게 전할 큰 역할을 담당할 곳인데 과연 여기서 어떤 영감을 주고 무엇을 재생산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김유정 문학을 묻어버렸다. 관공서 로비에 급조한 전시공간과 다를 바 없다”라고 꼬집었다.

시 문화예술과 입장

시 문화예술과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해당 설계업체는 강원도 내 전시 관련 사업에 다수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전시 전문설계업체로 전시기획, 설계 등 여러 면허를 소유하고 있어 설계와 더불어 전반적인 분야에서 논의함 △김유정문학촌 기념전시관 설계 당시 김유정문학촌에서 제공한 콘텐츠를 가지고 전시실 구성안 계획을 하였고, 사업부서, 전시 전문 설계업체, 김유정문학촌 운영관계자가 김유정문학촌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였으며, 설계와 시공은 취득 면허와 수행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 각각 진행하였음 △공사감독관은 현재 사업담당자로 시설직 공무원이 사업을 수행하였고, 수시로 현장을 확인하며 업체와 조율하며 공사를 진행하였음 △공사는 설계내역과 도면을 바탕으로 추진하되 리모델링의 특성상 현장 여건에 따라 타당성 등을 검토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변경 추진하였음 △전시실 조성은 당초 설계를 바탕으로 설계자의 의도, 설계설명서 등을 참고하고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설계자의 자문을 구해 진행하였음 △전시관 오픈 전 재점검하고 개관 이후에는 전시관을 찾는 방문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더 나은 관람 환경이 되도록 해나갈 계획임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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