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story] 정당한 사회제도에 대한 국가의 책무
[She’s story] 정당한 사회제도에 대한 국가의 책무
  • 탁운순(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
  • 승인 2022.11.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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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운순(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

가정폭력사건에 피고인 신분이 된 여성의 신뢰관계인으로 재판에 동석했다.오랫동안 가정내 정서적 학대와 사회적 고립상태에서 시댁식구를 가해한 사건이었다. 다행히 사건은 불처분으로 결정되었다. 피고인이 현재는 가해자 신분이지만 결혼기간 내내 폭력피해자였던 것이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재판을 끝내고 나오는 복도에서 우연히 아는 얼굴을 만났다. 지난해 가정폭력 사건으로 상담을 했던 q였다. q는 눈물을 글썽이며 복도 모퉁이에 등을 기대어 있었다. q는 6년 전 F-6비자로 이주한 결혼이주여성이다.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q에게 남편이 가출과 아동방임을 들어 이혼소송과 함께 접근금지 신청을 했고 판사는 q에게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다. 재판을 마친 q는 향후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 법정 복도에서 서성거리는 중이었다.

q는 남편이 자신을 한국에서 쫓아내기 위해 이혼소송과 아동학대로 고소를 하는 것 같다며 남편과 이혼하는 것은 겁나지 않으나 양육권을 뺏긴 채 한국에서 강제 출국을 당해야 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결혼이주여성이 2020년 기준 29만5000여 명. 이 중 약 13만7000여 명  정도가 q와같이 F-6비자로 체류 중이다. F-6비자는 국민배우자 비자로, 국민의 배우자로 성실하게 혼인생활을 하고 있을 때만 한국에 체류가 인정되는 비자다. 또한 현재의 비자는 1년 또는 3년 단위로 연장하며 살게 되는데 이때 체류연장 절차에 미치는 남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주여성이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 비자 연장을 할 때는 가족관계증명과 소득증빙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외국에서 막 들어와 언어도 안되는 여성이 남편의 도움 없이는 위의 서류를 직접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가정폭력 상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살기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남편의 폭언이다.

또한 F-6비자의 이주여성은 남편의 유책없이 혼인이 중단되는 순간 더 이상 한국에 거주 할 수가 없으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는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으나 이는 자녀와 면접교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증빙을 할 때만 가능하다. 갈등이 많은 상태에서 헤어진 일부의 사람들은 아내의 체류연장을 막기 위해 일부러 아이와 엄마가 만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주여성은 가정폭력을 당해도 경찰 신고를 꺼린다. 아이를 잃고 본국으로 추방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제도가 정당하냐 정당하지 못하냐 하는 것은 오직 인간들이 온전한 상태에 있느냐 하는 것과 관련시켜서만 판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냐 비효율적이냐 하는 평가에만 그칠 수도 있다]  

1985년 유럽의 이주노동자를 취재하고 기록한 존버거의 (제7인간)에 나오는 글이다.

이주여성의 불안한 체류가 온전하도록 정당한 사회제도를 만드는 것 또한 우리의 책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F-6비자가 정당한 사회제도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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