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시간은 토요일 오후 1시였다. 허스름한 시골집 같은 작은 식당밖에 걸린 작은 간판으로 이 집의 역사가 대충 가늠되었다. 오래된 식당임을 알려주듯 내외부가 이름에 걸맞은 오래된 집이었다.

이미 발 빠르게 줄을 서 있는 여러 팀을 앞에 두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앉을 자리 하나 없이 빼곡히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숫자 5라고 매직으로 커다랗게 쓴 나무 주걱을 대기표 대신 받았다. 먼저 온 사람들의 손에 쥐어있는 나무 주걱에는 3이란 숫자도 보이고 4라는 숫자도 보였다. “3번 손님 들어오세요”라고 하자 3번이 쓰여 있는 나무 주걱을 든 일행 네 명이 환하게 웃으며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어 4번도 들어가고 마침내 5번이 호명되어 안으로 들어갔다. 뭉텅찌개를 주문하자 몇 분 안 되어 나왔다.  

숙성시킨 김치를 포기째로 넣고 돼지 앞다릿살을 덩어리째 넣은 후 빨간 국물 위에 납작납작 썰어 어슷하게 눕힌 하얀 두부가 가지런히 올려져 있다. 불을 켜고 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니 주인장이 와서 집게로 고깃덩어리를 잡고 식가위로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수육처럼 잘 익은 고기를 가위로 도톰하게 잘라주었다. 고기가 정말 부드러워 보였다. 잘라진 고기가 찌개 국물에 잠기어 끓기 시작했다. 군침이 확 돌았다. 이윽고 찌개 국물이 어느 정도 끓어 맛있는 농도가 되어있었다. 따라 나온 정갈한 반찬에 감탄을 하며 찌개를 먹기 시작했다.

일단 고기가 누린 맛 하나 없이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숭덩숭덩 썰어주어 더욱 맛이 좋았다. 포기김치를 6개월간 숙성시켜 넣은 김치 다발을 집게로 들고 썰었다. 김치와 고기와 국물이 보글보글 끓었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 잘 익는 김치를 한 점 올려 감싸 먹었다. 맛이 기가 막힌다. 서비스로 나온 라면을 넣고 끓여 먹었다. 역시 김치찌개에는 라면이 잘 어울렸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토속적인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져 깔끔했다.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이 집은 개업 때부터 뭉텅찌개를 해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고 지인에 지인을 타고 소문이 번져갔다. 원칙과 소신으로 만드는 음식이라 단골들은 꾸준히 늘었고 지금의 명소가 되기까지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일한 덕분에 TV 방송에 소개되며 줄 서는 맛집이 되었다. 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다녀가고 춘천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주말에도 이곳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맛있게 먹은 후 가게 문을 열고 나오니 순번 대기 주걱에 15번이라고 적혀있는 손님들이 우리를 부럽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주말에는 외지에서 온 손님들도 북적인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치여 힘들만도 한데 주인장은 매우 친절했다. 평일은 다소 한산하다고 하니 평일을 이용해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곳은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도 즐길 수가 있다. 노하우를 통해 안전하게 택배 배송이 될 수 있게 포장도 꼼꼼히 한다고 했다. 수육처럼 보들보들 맛있는 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고 김치맛도 일품이라 나무랄 곳이 없는 집이었다. 그 맛으로 인해 주말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는 신북읍에서 뭉텅찌개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 되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겨울에 더욱 자주 찾는 김치찌개와 그 안에 푸짐하게 담겨나오는 고기까지 함께 어우러져 밥도둑이 되어버린 명물, 뭉텅찌개를 먹으러 신북으로 가보자.

신북읍 율문길 107-1

편현주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