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 대학생기자 

E스포츠의 태동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게임 강국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그 인기를 이어가며 현재는 주류 스포츠로의 편입을 시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스포츠 중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22년 월드 챔피언십을 한국 팀의 내전으로 결승전을 마무리하였다. 프로게이머가 꿈이라 말하는 이들이 있고, 게임을 가르치는 학원이 생길 정도로 게임은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주로 즐기던 문화였기 때문에, 이면의 여성 유저들은 때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환대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 왔다. 최근 새롭게 생겨나 경각심 없이 널리 쓰이는 단어 ‘혜지’는 이러한 현상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혜지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수동적인 지원형 캐릭터(유틸 서포터)를 플레이하는 여성유저, 특히 게임의 티어(랭킹)보다 실력이 낮은 경우를 의미한다. 게임에서 남성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인 여성 유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게임을 쉽게 이겨 주고, 여성 유저는 실력이 낮아도 남성 유저의 높은 실력에 무임승차하여 티어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이들을 여왕벌이라 칭하는 일은 빈번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의 요는 이러한 유저들이 부족한 실력으로 게임 내에서 같이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잦기 때문이었다. 여성의 성을 콕 집어 비하하는 용어일지라도, 실제로 여성 유저의 희귀성을 무기로 삼아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여성 유저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국한하여 사용하였다면 행위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 유틸 서포터의 성능이 좋지 않은 시기가 길어져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유저들이 늘어났고, 게임의 특성상 매 판 어떤 캐릭터를 할지 자유롭게 고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능의 캐릭터를 택하지 않고 유틸 서포터를 고집하는 유저들에 대한 불만은 쌓여갔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상술한 여성 유저였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능에 대한 불만과 이들의 수동적인 플레이와 상대적으로 낮은 실력에 대한 불만이 겹치고 증폭되어 혜지라는 단어의 사용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후 혜지는 유틸 서포터, 여성 유저, 지나치게 수동적인 유저, 티어에 비해 실력이 낮은 유저 등을 지칭할 때 널리 사용되었다.

문제가 되는 점은 혜지라는 단어는 어원에서 유래한 여성 유저들은 게임을 못 하고 실력이 좋은 남성 유저에게 의존하기만 한다는 맥락이 기저에 늘 깔려있다는 것이다. 혜지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오빠(게임을 이겨주는 남성 유저)’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하거나,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년’을 붙여 ‘혜지년’이라고 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여성은 무능력하고 남성에게 기대기만 한다는 기존의 성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한 모습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 성별 갈등은 날로 심해져 왔고, 게이머의 사회에도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미쳤다. 발전하는 E스포츠의 이면에 여성 혐오의 그늘이 드리우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게이머들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에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김수희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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