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춘천시청 뒤 언덕 교차로(이하 시청 뒤 언덕교차로)의 신호등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옛 춘천여고 앞 교차로, 구 춘여고 앞 교차로 불리우는 교차로 명칭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춘천시청 뒤 언덕 교차로’로 바뀌어야 한다. 춘천여고가 옮겨간 지도 10년이 넘어 외지인과 젊은이들은 옛 춘천여고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그렇게 부르면 당연히 어디인지도 모른다. 

‘시청 뒤 언덕교차로’는 이미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차량정체를 이유로 점멸신호체계로 운영되어 유명무실하던 신호체계를 이번에 24시간 정상적인 신호체계로 바로 잡은 것이다. 그동안 운전자는 ‘알아서 끼어들기’를 해야 했고, 보행자는 눈치껏 요령 있게 재빨리 미안해하며 건넜다. 느린 걸음의 노인들은 먼 곳을 돌아 신호등 있는 안전한 횡단보도로 다니기도 했다. 차는 많이 다니고 신호등이 없으니 혼자 건널 엄두가 안 나 누군가 용기 내 앞장서면 그때야 따라 건너기도 했다. 차량은 끼어들다 접촉 사고를 일으키고, 보행자에게는 위험천만한 교차로였다. 차량과 보행자 모두 위험한 도로이다. 

‘시청 뒤 언덕교차로’는 언덕의 정점에 있는 데다가 계획도로가 아니다. 기형적인 복잡한 5지 교차로다. 교차로 폭도 좁고 차량 통행량이 많아 회전교차로 설치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신호등 운영조치는 차량정체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추진된다. 신호 주기는 탄력적으로 조정되고, 통행량이 급증하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도청으로 이어지는 직진 구간의 신호 주기를 더 길게 적용할 방침이다. 정체가 예상되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경찰이 현장에서 교통지도에 나서기도 한다.

시행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시민들의 의견은 운전자인가 보행자인가에 따라 엇갈린다. 보행자들은 횡단보도 신호등이 작동되면서 안전이 보장되어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택시 이용자들은 신호대기로 요금이 늘어났다, 출퇴근 운전자들은 지·정체 현상이 심해 출퇴근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신호등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일어나는 일이지, 여기만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가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의 안전보다 중요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해서도, 운전자 신분인지 보행자 신분인지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심지어 같은 사람도 자신이 보행자인지, 운전자인지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익숙한 것에 대한 편안함과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차량정체로 기름과 시간과 돈이 낭비되며, 그로 인한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런 이유가 보행자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학교 앞 속도제한도 다 그래서 생긴 규정이다. 보행자보다, 사람보다 자동차를 우선시하는 정책과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선진국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제도도 필요하고, 시민의 의식도 거기에 걸맞아야 한다. 운전자의 편의성보다 보행자의 안전이 중요한 사회, 차가 중심이 아닌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를 생각해 볼 때이다. ‘시청 뒤 언덕 교차로 신호등’ 운영은 잘한 일이다. 운전자들의 볼멘소리에 철회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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