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신라가 통일하면서 설치한 수약주의 치소였다. 초창기에는 군권(軍權)과 행정권(行政權)을 가진 군주(軍主)가 봉의산성에서 권한을 행사하였다. 그리고 통일전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행정 관청, 사원 등이 지금의 소양로, 근화동 일원에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수약주, 우두주, 삭주의 치소(治所)가 춘천 일원일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양상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옛 캠프페이지에 대한 조사와 소양로 일원에 대해 크고 작은 발굴은 시나브로 삭주(수약주, 우수주)와 고려시대 광해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양로에서 도청으로 올라가는 도로변에서 확인된 관청터 

그중 가장 중요한 발굴이 지금의 춘천 칠층석탑과 주변 발굴조사를 통하여 춘천 일원에 기와를 제작하여 공급하던 기와 가마터가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이 기와가마는 춘천 칠층석탑 주변과 한신아파트 부지 그리고 최근 소양로 재개발사업 부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것은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행정관서와 사원에 기와를 제작 공급하던 중요한 생산시설이 봉의산 끝자락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와가마는 지난 캠프페이지 발굴조사 지역에서는 대형건물 근처에 임시로 가마를 만들어 사용한 것도 확인되었다.

이것은 춘천지역 중세도시의 형성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이와 함께 소양로 도로확장부지에서는 고려시대 몽골군이 춘천지역을 초토화하는 시점까지 사용한 보도가 확인되기도 하였다. 이 보도는 적어도 통일신라시대부터 사용되어 고려 고종대 몽골군에 의하여 함락되던 시기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발굴조사에서는 통일신라시대 관청터로 볼 수 있는 지역이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현 춘천역 부지에서 통일신라시대 주로 사용하던 인화문토기가 확인되어 중심건물이 위치할 가능성을 짐작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춘천역부지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관청이 위치하던 곳이었을까?

사실 근화동과 소양로 일원에 대한 발굴조사는 소규모 발굴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전체 양상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부지에서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해당하는 건물지가 봉의산 자락을 계단식으로 정비를 하여 건물과 도로 등을 조성한 것이 확인되었다. 적어도 춘천시내에서 확인된 통일신라~고려시대 관청건물이 확인된 것이다. 

한편, 춘천역에서 소양강 처녀상으로 가는 도로 왼쪽편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석조유구(돌로 쌓은 원형 또는 네모난 구조물)가 확인되었다. 이 석조유구는 적어도 물을 가두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유사한 구조물은 춘천역 부지, 가평 읍내리, 경주 동천동 유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춘천 운수 종사자 휴게시설 남쪽에서 확인된 석조유구

근화동과 소양로에 분포된 여러 유적으로 볼 때 봉의산 끝자락에는 관청과 사원이 분포하고 지금의 소양강 변으로는 창고, 물 저장 시설 등이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춘천 시내를 중심으로 중세 행정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춘천시 정부의 문화재 행정이다. 현재 춘천 소양로, 근화동 일원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중세도시 유적이 집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춘천시는 문화재 보호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춘천시가 나서야 할 시기이다. 전망은 암울하지만.

문화재 보존의 다른 나라 예를 들어 본다. 멕시코시티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스텍 수도 떼노치따뜰란을 점령한 후 그 자리에 자신들의 수도를 만든 것이다. 폭력적인 수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멕시코는 선도적인 조처를 한다. “멕시코 분지 조사 사업”이다. 도시의 성장으로 인한 문화재의 파괴를 막자는 의도였다. 1978년 전기공사 인부들이 아스텍 여신 꼬욜샤우끼(Coyolxauhqui)의 사지가 절단된 부조상을 확인하였다. 이 발견은 멕시코시티 시내 최고 관광지의 하나인 아즈텍 대신전 복원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강원도의 수부 도시라는 “춘천!” 과연 수부로서 자격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심재연 (한림대학교 한림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


참고 문헌

경강문화재연구원, 2022, 「춘천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 시발굴조사 약식보고서」.
경강문화재연구원, 2022, 「근화동(786-51) 자동차 관련시설 신축부지 문화재 발굴조사 전문가검토회의 자료집」.
Colin Renfrew and Paul Bahn, 2016, Archaeology, Seventh edition 2016, Thames & Hudson Ltd,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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