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태(춘천 금산초 교사, 현 전교조강원지부 정책실장)

아름다운 춘천 중도에는 덴마크 장난감을 테마로 한 영국 놀이공원 레고랜드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 이렇게 많은 구설수가 있었던 적이 있을까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섬 중도를 뒤집어 선사시대 유적지 덮기, 비싼 이용료 및 숙박료에 대한 성토, 연간 회원권을 구매한 사람들에 대한 눈속임, 급기야 지자체 보증을 철회하겠다는 도지사의 선언에 따른 국가적 금융위기까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기에는 마음 한 켠이 편하지 않은 작금의 상황을 볼 때 과연 이 놀이공원의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가 많은 사람이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춘천뿐만 아니라 강원도 내 많은 학교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곳 레고랜드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납니다. 사실 말이 좋아 ‘학습’이지 답답한 교실에 갇혀서 공부만 하던 개구쟁이 어린이들이 친구들의 손을 잡고 바깥바람을 쐬러 가는 ‘나들이’입니다. 하지만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엄연히 교육활동이니만큼 교육적 의미와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학교에서 많은 비용을 부담하여 가게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별다른 문제제기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학교에서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결국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입니다. 과연 그만한 교육적 의미와 효과가 있을까요? 

일단 레고랜드를 만들고 있는 레고라는 장난감 자체가 플라스틱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나면 그야말로 처치 곤란입니다. 페트병도 아닌 이 자글자글한 플라스틱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 누구라도 막막해집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작은 물건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고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플라스틱을 수시로 구매하고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탐탁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 장난감의 구매를 유도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놀이공원에 가야 한다니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레고라는 장난감 자체가 너무 딱딱하고 건조합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들에게는 감각이 참 중요합니다. 소근육 발달이 아직 덜된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작은 손길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의 장난감이 좋습니다. 이러한 재질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아이들은 무언가를 창조하는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모래나 점토를 가지고 하루 종일이라도 놀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셋째, 레고를 만드는 일은 신체적 움직임은 적은 활동입니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엄청난 두뇌 활동입니다. 손과 발을 사용하여 꾸준하게 움직이는 일은 아이들의 여러 능력을 고루 발달시키는 지름길입니다. 춘천에는 공지천 등 곳곳에 자전거길을 비롯한 여러 레저와 문화시설이 고루 잘 발달되어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 참 좋습니다. 저는 삼천동에서 전문가의 지도 아래 머리와 무릎, 팔꿈치마다 안전장비를 갖추고 산악자전거 훈련을 하는 5~6세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는 데 너무나 감탄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어 주변을 둘러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한 활동은 우리 아이들에게 뛰어난 신체 능력과 더불어 자신감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뻔히 보이는 기업의 장삿속, 녹록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하루 즐겁게 놀이공원에 다녀온 후 상기된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을 보면 부모님들은 나름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놀 거리,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의 눈빛을 보며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마음껏 놀게 해주십시오. 교육은 결국 생의 가장 큰 기쁨은 사랑과 우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안상태(춘천 금산초 교사, 현 전교조강원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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