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눈 / 박현민 / 달그림

12월이면 첫눈을 기대하게 된다. 이렇게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 포근한 함박눈이 거리에 하얗게 쌓이는 겨울 풍경을 상상한다. 막상 진짜 눈이 펑펑 내린다면 아이들은 밖에 나가 눈밭을 신나게 뒹굴 생각에 들뜨고, 나는 빨래 걱정, 출근길 걱정에 고민이 많아지겠지만 말이다. 

《엄청난 눈》은 제목 그대로 엄청난 눈을 담은 책이다. 여기 등장인물들은 문 앞에 가득 쌓인 엄청난 눈을 보고도 아무 걱정 없이 신나게 논다. 현실적인 걱정들을 덜어내고 신나게 눈 오는 날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림책이다. 표지에 매끈하고 폭신한 질감의 종이를 사용하고, 지붕 아래 그림은 구멍을 파서 지붕 위에 켜켜이 쌓인 눈을 표현했다. 

글자가 별로 없고 여백이 많은 그림이라서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 그림책의 매력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데, 흰 여백이 사실은 ‘흰 눈’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가의 표현력에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모니터 화면을 확대하고 축소하듯 그림을 축소하고 확대 배치하며 작은 책 안에 엄청나게 큰 공간감을 표현해냈다. 색을 칠하지 않음으로써 공간과 독자의 상상력은 무한히 확장된다. 

지금껏 그림책에서 보지 못한 스케일에 놀라다 보면 어느새 그림책 속에 푹 빠져들어 친구와 신나게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며 신나게 노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가는 틀을 깨고 다르게 보는 법을 이야기 싶었다고 한다. 

《엄청난 눈》 다음으로 출간된 《얘들아 놀자》, 최근에 출간된 《빛을 찾아서》도 모두 공간과 스케일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신선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세 권 모두 네모난 문, 창문이 등장하는데, 네모난 프레임은 정해진 틀이며, 그 틀 너머에 있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인터뷰를 봤다. 책이라는 정적인 매체에 책의 물리적 성질을 활용하여 역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과 그것을 구현해 낸 출판사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올해 눈이 오든, 오지 않든 자주 꺼내 보게 될 것 같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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