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주화운동사》가 지난 9일 출간됐다.

(사)강원민주재단이 강원도의 지원으로 2020년부터 3년 동안 진행한 기록사업의 결과물인 이 책에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0년대 후반부터 1993년 문민정부 수립 이전까지 강원지역에서 벌어졌던 민주화운동이 담겨 있다.

강원지역의 민주화운동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는 1970년대 천주교 원주교구를 중심으로 전개된 유신정권 반대 투쟁, 1970년대부터 면면히 이어진 강원대학교 학생운동, 1970년대 후반부터 천주교 원주교구와 춘천교구를 중심으로 본격화된 가톨릭 농민운동, 1980년대 초부터 원주지역 사회운동을 주도한 원주민속문화연구회의 활동, 1980년대 후반 태백·정선 등 탄광지대에서 전개된 광산노동운동 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강원지역의 4·19혁명 관련 내용이나 강원대 학생운동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춘천 ‘거멀못그룹’과 관련된 내용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강원도민주화운동사》가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구술증언에 참여한 사람만 해도 150여 명이 넘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오랜 세월 이사하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아 각자의 서가나 장롱 속에 묻혀있던 귀한 자료들을 모은 것도 이번 작업의 성과 중 하나다. 그러나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기록이란 과거라는 실체의 편린조차 오롯이 담아내지 못한다. 활자화되지 못한 무수한 이름들, ‘민초(民草)’ 또는 ‘민중(民衆)’으로 불리며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누군가와는 어깨를 걸고 누군가와는 멱살을 잡으며 환호하고 절규하고 분노했던 순간들…. 

어찌 보면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늘 인간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사건이 있게 마련이었다. 역사란 어떤 악보로도 구현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의 교향악이자 어떤 악기로도 조율할 수 없는 사건과 사건의 불협화음이다. 각각의 기록은 그 일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강원지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시발점의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고대사에서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역사는 ‘중앙’의 역사였다. 1990년대 초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조금씩 지역과 지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지역과 관련된 인문학적 콘텐츠는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그 까닭은 일차적으로 빈약한 자료에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라도 꾸준히 발굴해서 정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탓도 크다. 만시지탄이지만, 근래 들어 여기저기서 자료를 수집·정리하고 다양한 구술사업을 벌여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흥우(강원민주재단 기록사업위원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