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검찰공화국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주나라는 기원전 약 1,100년쯤에 건국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국사에 은 주왕의 폭정과 달기라는 악녀, 강태공, 백이숙제라는 이름이 유명하지요.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롭게 건국된 주나라가 300년쯤 지나서 10대 여왕(女王이 아닌 厲王임)이 등극합니다. 

이 여왕이라는 인간은 대단히 어리석은데 욕심은 넘쳤습니다. 이공(夷公)이라는 자를 앞세워 온갖 명목의 세금으로 백성들의 고혈을 짜냈습니다. 숨쉬는 것조차 세금을 내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부당함에 대해 저항하면 가차없는 칼질이 시전되었습니다. 착취와 공포의 시대.

결국 분노한 민중들의 봉기로 왕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주나라는 졸지에 천자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왕이 없는 상태에서 약 14년여 기간 동안 대신들끼리 나라를 이끌어 갔습니다. 공화국(共和國)이니 공화제니 하는 말이 여기서 유래합니다.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십니다.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나라를 이끌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 되었다고 합니다. 검찰이 나라를 이끌어 간다는 뜻이겠지요. 정작 나라의 주인인 국민 대신 검찰이 나라를 지배한다는 뜻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어쩌다가 헌법 1조 1항마저 무너지고 검사들이 나라의 주인이 되었을까요? 조금이라도 끽소리 한 마디 하면 그 즉시 압수수색으로 털리고, 구속 기소로 조지고, 검찰 앞잡이 기레기 망신주기로 죽어가게 되었을까요? 국민은 어쩌다 나라의 주인 자리를 잃게 되었을까요?

검사 220명을 더 증원한다고 합니다. 법까지 고치겠다고 하는군요. 김앤장 대거 등용 수순일까요? 검찰공화국, 윤석열과 한동훈 친위세력의 요새가 점점 더 강고해질 것입니다. 저는 이 공포의 시대가 끔찍해서 슬슬 수양산 그늘이나 찾아서 숨어들 궁리를 해야겠습니다. 무섭고 어이가 없어서 숨을 못 쉬겠습니다. 아아, 시바!


애국가 연주 때 인원수 부족한 붉은악마 대신 대형 태극기 붙잡고 올려주던 브라질 관중들! 정치 보복에만 혈안이 돼 있는 분들 좀 배워야 한다. 감동이 없는 정치에 무슨 신뢰와 권위가 따르겠는가.


술 끊고 연애 끊고 전생과 내생에 관한 추억과 전망마저 끊어버리자 내 안의 폐인이 환히 보인다. 내가 날마다 데리고 가서 생애의 온갖 폭력에 길들여 왔던 육신은 술에서 풀려나자 과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처럼 일그러진 표정을 청구한다. 스스로 납부하고 영수한다. 

고통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스스로 고통과 화음이 되는 악보를 갖추고 있다는 것. 나는 그러한 악보에 몸 바치기 위해 위선과 위악의 건반들을 장착하고 날마다 이 바닥에서 저 변방까지 유려하고 장려한 음악들을 날려보냈다. 그러나 내가 날려보내는 음악은 존재의 이 끝과 저 끝에서만 진동하는 높이를 가졌으므로 아무도 이 지상에서 정작으로 알아듣지는 못 하였다. 어디에서도 팔리지 않는 명왕성의 두메양귀비꽃 같은 것이었다.

맨정신이 돌아온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특정할 수 없는 불안과 우울에 심장을 대여하는 일. 분노와 열정을 구분할 줄 아는 일. 비로소 이 삶의 끔찍하고 괴기하고 고요한 공포에 가만 가만 귀를 기울이는 일. 술 끊은 지 닷새 됐고, 연애 끊은 지 두 시간 됐다. 이제 슬슬 또 시작할 때가 되었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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