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카페 617곳 1년새 77곳 증가
청년 창업희망 1순위, 매출감소·폐업률 높아
‘다목적 소양’ 예비창업팀에 실무경험 제공

춘천은 바야흐로 카페 전성시대다.

고금리·물가·상승 등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춘천의 카페 수는 증가했다. 가히 ‘커피도시’라 불릴 만하다. 국세통계포털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춘천 지역 커피음료점은 총 617곳이다. 전년 동월 대비 77곳(13.4%) 증가한 수치다. 춘천에 앞서 커피축제로 유명해진 강릉(607곳) 보다 좀 더 많았다. 춘천을 찾는 관광객의 소비 유형 중 카페 등 식음료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춘천을 찾은 관광객이 식음료업에 지출한 금액은 총 806억9천153만 원이었다. 전체 관광 지출액의 44.1% 로 ‘여가서비스업(33.1%)’, ‘쇼핑업(17.7%)’ 등을 제치고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카페는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기술도 비교적 빠르게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취업난 등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세대가 선호하는 창업 분야다. 지난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MZ세대(1980∼2000년대생) 미취업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창업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72.8%가 창업을 준비 혹은 창업할 의향이 있으며 희망 업종으로 숙박음식업을 1순위(31%)로 꼽았다. 이유로는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50.5%·복수응답), ‘더 많은 경제적 수입을 위해’(46.2%), ‘정년 없이 오래 일하기 위해’(36.3%) 등을 꼽았다. 지난해 알바천국의 설문 조사에서도 전국 대학생 792명 중 절반 이상(52.9%)이 취업 대신 창업을 고려한 바 있으며 카페(57.3%)를 가장 많이 선호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7월까지 커피 전문점이 포함된 휴게음식업의 폐업률은 전년도 대비 15% 증가한 1만2천500곳이었고, 최근 우유·생크림·원두 등 원재료 비용이 크게 올라 타격을 받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절요인을 감안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매출 감소세… 청년 창업에 주의할 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춘천지역 카페 월평균 추정 매출은 1천 45만 원이다. 주요 카페 거리의 월평균 추정 매출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카페거리인 서면 지역 카페의 월평균 추정 매출은 1천655만 원(최저 646만 원, 최대 3천213만 원)으로서 전 년 대비 26.4% 감소했다. 청년 창업이 눈에 띄는 조운동 지역의 카페 월평균 추정 매출은 966만 원(최저 399만 원, 최대 2천661만 원)이었다. 전 년 대비 7% 상승한 수치이긴 하지만 매출치 자체가 크지 않다. 동내면 지역 카페의 월평균 추정 매출은 1천 85만 원(최저 387만 원, 최대 4천191만 원)으로서 전 년 대비 18.2%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단순히 커피·음료·디저트만을 제공하기보다는 예술 및 취미 활동과 결합한 복합공간으로 활로를 찾기도 한다. 약사명동에서 곧 카페를 오픈하는 용상순(36·우두동) 씨도 그 중 하나다. 가죽공예가이기도 한 그는 “공예품 판매만으로는 수입이 불규칙해서 카페를 겸하기로 했다. 커피 맛은 기본이고 공예와 캠핑 등을 카페 정체성으로 삼아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거나 입문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사랑방으로 운영할 것이다. 나아가 카페와 공예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엮어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용 씨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면서도 창업 후에는 그도 대부분 카페처럼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춘천 안팎에 커피원두를 도매 납품하는 유명업체 ‘미스터부엉이커피로스터즈’의 임원혁(36) 대표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카페는 대한민국 어디든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춘천은 수도권보다 임대료와 초기 투자비가 비교적 저렴(2~3천만 원) 해서 청년들이 창업 아이템으로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외곽지역은 대형프랜차이즈들이 차지하고 있고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 때문에 청년들은 대학가·오피스·주택단지 등 도심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물론 장소부터 기계류까지 발품을 정말 많이 팔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임 대표는 “자기 취향에 따라 인테리어를 예쁘게 하면 잘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많이 한다. 큰 착각이다. 인테리어와 편안한 서비스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싸다고 무조건 찾지도 않는다. 맛과 편안함, 응대 등 만족도가 높으면 비싼 커피도 마신다. 카페가 위치한 곳 소비층의 니즈를 면밀히 조사하고 손님을 세분화해서 타켓을 명확히 해야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춘천은 관광지이기에 수도권 관광객의 수요가 높다. 지역민 커피 소비까지 더하면 카페를 하기 좋은 도시인 건 분명하다. 청년들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도전할 만도 하다”라고 말했다.

카페 창업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창업 전 교육과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양강 댐 정상 물문화관에 위치한 ‘다목적소양’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목적 소양’ 2기 황푸름 씨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청년창업가가 실전을 익히는 ‘다목적소양’

지난 2021년 5월 문을 연 ‘다목적 소양’은 근화동396 청년창업지원센터 F&B특화창업공간이다. 춘천시와 수자원공사 간 사회공헌사업 논의에 따라 청년창업가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청년창업가가 1년 간 카페를 경영하며 실무경험을 쌓은 후 실제 창업에 나설 수 있다. 1기 활동에 이어 지난 11월에는 2기 팀이 실무경험에 들어갔다. 수자원공사에서는 1기 활동을 우수사례로 삼아 안동댐에도 같은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조한솔 근화동396 청년창업지원센터장은 “근화동396 신규 입주 창업팀을 모집할 때 마다 카페 창업팀 입주 문의도 많다. 하지만 센터는 화기류 금지 등 제한이 있어서 도울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해당 공간을 수자원공사에서 무상으로 시에 2024년까지 대여해줬고 춘천시 사회적경제과와 논의 F&B특화창업공간으로 조성했다. 카페는 청년의 관심이 많지만, 경험 부족으로 2년 미만 폐업률이 높은 분야이다. 그래서 단순히 창업 지원금을 주기보다는 1년간 메뉴개발·판매·발주·고객 응대 등 전반적인 운영 경험을 쌓아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청년들이 인테리어에만 신경을 쓰고 회전율 등 정말 중요한 것을 대비하지 않은 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목적 소양은 임대료가 없는 곳에서, 재료비와 소모품비만 투자하며 부담이 없이 메뉴와 회전율 등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우고 정확히 평가받는다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가져간다. 비수기인 11월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2기의 첫 매출이 약 600만 원이었다. 간신히 유지하거나 마이너스인 셈이다. 그런 경험을 하며 입주팀은 훗날 창업을 준비하는 거다. 1기의 경우 성수기에 최대 월 1천 800만 원 매출을 올렸고 1년간 2억이 조금 안되게 매출을 올렸다. 1천800만 원이면 춘천 지역 카페 상위권이다. 1기는 다양한 디저트를 개발해서 졸업했고, 2기는 내년 소양강 댐 50주년을 맞아 개발한 시그니처 메뉴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1기 김태은 씨와 2기 황푸름(32·우두동)씨의 일문일답이다.

Q. 수많은 업종 중 카페를 선택한 이유는? 

김태은 : 디저트에 관심이 많았다. 6년간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며 나만의 색다른 카페를 열고 싶어졌다.

황푸름 : 대학재학 중 런던의 파티셰 양성학교에 합격했지만, 건강 문제로 유학을 포기하고 현실에 맞추며 살다가 오래전 꿈인 카페 창업에 도전했다.

Q. 운영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과 보람은?

김태은 : 손님이 한 분도 오지 않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디저트들과 음료들을 테스트하고 개발하면서 나만의 레시피를 쌓을 수 있었다.

황푸름 : 막상 해보니 다르더라. 처음에는 관광지라서 손님이 많겠다 쉽게 생각했다. 계절 등 환경변화에도 대응하며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깨달았다. 다행히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신메뉴 유자패션후르츠티가 반응이 좋다. 

Q. 무엇을 배웠나?

김태은 : 소비자 니즈 파악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판매자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일이 많았다. 직원으로 근무할 때 몰랐던 고충과 마음가짐을 알게 됐다.

황푸름 : 맛이 중요하더라. 좋은 커피 맛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청결과 고객 응대도 중요하고 특히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숙제를 잔뜩 받았다.

Q. 계획은?

김태은 : 마케팅을 공부하며 지역의 특산물·먹거리·문화가 담긴 디저트를 개발하고 있다.

황푸름 : 소양감 댐 50주년을 맞아 소양강 댐 방류를 형성화한 시그니처라떼를 1월 1일에 신메뉴로 출시할 거다. 상표권 등록도 준비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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