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화재단, 갤러리 문 전시회 연계 작품경매
공공영역 첫 시도,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 마중물 기대

지난 13일 저녁, 문화예술회관 2층 로비에 마련된 전시공간 ‘갤러리 문(Moon)’에 시민 40여 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거나 전시 작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이윽고 예정된 시간이 되어 박미숙(갤러리 카페 느린시간) 씨가 행사의 시작을 알리자 번호판을 하나씩 건네받은 시민들이 정렬된 의자에 앉았다. 박 대표는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이승호 작가의 〈present〉입니다. 파란 옷의 기린이 머플러를 휘날리며 달려가 누군가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작품입니다. 처음 시작가격은 00만 원입니다. 희망하시는 분은 번호판을 들어주세요. 네 00만 원 나왔습니다. 다음 00만 원 있을까요?”

미술품경매에서 한 시민이 호가를 높이고 있다.

춘천문화재단이 갤러리 문 기획전시 ‘연년세세(年年歲歲)’와 연계된 특별행사로 마련한 작품경매가 열리는 순간이다. 춘천에서 공공영역이 기획한 첫 미술품경매였다. 지역에서 미술품거래는 전시 작품 하단에 표기된 작품가격을 보고 개별 컬렉터가 구매하는 아트페어 형식이 중심이다. 행사는 지난해 연말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취소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최근 2040 젊은 컬렉터가 한국 미술시장의 주요 컬렉터로 떠올랐듯이 40여 명의 시민 대부분 젊은 세대였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을 낙찰받은 고객 중 31%가 40대였고, 30대가 21%였다. 20대까지 포함하면 전체 낙찰자의 56%가 2040세대였다. 물론 춘천에서 그런 시장이 형성된 건 아니지만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의미 있는 시도이다.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지역 예술의 자생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경매는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연년세세’의 참여 작가 7인이 소품 하나씩을 출품하여 진행됐다. 김영훈 〈내 안의 코스모스〉, 서슬기 〈야광별〉, 목선혜 〈Land of Plants-1〉, 이승호 〈present〉, 이효숙 〈보통의 날들〉, 황호석 〈red roof(빨간지붕)〉, 배요한 〈한 처음에-해〉 등이다. 목표대로 모든 작품이 낙찰됐다. 일부 작품은 실제 거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낙찰되어 평소 미술품 구매 의향이 있었지만 높은 가격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시민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었다.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작가들이 흔쾌히 출품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참여 시민도 지역의 촉망받는 작가의 작품을 부담이 없는 가격으로 낙찰받아 만족감을 표했다. 김영훈 작가의 작품을 낙찰받은 신승렬(42·강남동) 씨는 “평소 미술에 관심이 커서 최근 작품 구매도 하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낙찰받아 정말 기쁘다. 이런 행사가 춘천에도 늘어나길 바란다. 그러려면 춘천의 촉망받는 작가들이 지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팬층이 생겨야 한다. 문화재단과 언론이 작가들을 알리는데 좀 더 힘써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목선혜 작가의 작품을 낙찰받은 이남경(45·근화동) 씨는 “첫 회에 참석하여 놀랄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낙찰받아 큰 행운이다. 내년에는 행사가 더 확대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참여 작가들도 경매가 끝날 때까지 함께 했다. 김영훈 작가는 “작가들이 본인의 작품을 경매에 내놓는 것이 왠지 민망하고, 평가받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작품이 좋은 주인을 만나 누군가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고 나아가 춘천의 미술시장 활성화에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경매 후 작가와 구매자는 기념 촬영을 했고 작품은 현장에서 안전하게 포장하여 구매자에게 전달됐다. 

지역의 많은 미술인은 지원사업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번 경매가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열려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와 예술인 팬층 확대의 촉매가 되길 바란다. 지역의 민간영역이 나서기는 쉽지 않다. 우선 문화와 예술의 공공영역이 나설 일이다. 다음에는 각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도 참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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