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물 인터뷰는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 제작한 <Spring 100, Spring! vol.3>에 수록된 인터뷰입니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문화도시 시민협의체 봄바람이 직접 추천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입니다. 출판인을 꿈꾸는 지역의 청년들, <로컬에-딛터>가 아카데미 실습 과정으로 직접 인터뷰와 사진 촬영,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춘천을 사랑하는 ‘춘천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재단과 에디터의 허락하에 전재(轉載)하기로 합니다. - 편집자 주

 

 

직장에서 다시 무대로  조명감독 강동주

고등학생 때 연극부에 들어갔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조명을 접하게 됐다. 주변의 도움과 노력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 조명전공으로 입학 후 공부했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한동안 공연을 하지 않았다. 직장에 취업하고 결혼을 한 후 운명처럼 다시 공연과 맞닿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양한 직업에 종사해서 그런지 불리는 명칭이 꽤 바뀌었다. 작가님, 감독님, 선생님. 하지만 그중에서도 “쌤!” 이 한마디가 가장 좋다.

“청소년 극단 친구들이랑 가깝게 지내는 편이에요. 함께 있던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고 그 일들이 되게 재미있기도 해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데도 불구하고 친구 같아요.”

17살에 입단한 친구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본인의 17살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연극부에 발을 들이던 순간부터, 무대 전공을 하게 된 순간, 두려워 도망쳤던 순간, 돌고 돌아 다시 공연장으로 오게 된 순간들 모두 말이다. 어쩌면 다시는 안 했을 일이다. 그런데도 제 발로 도망갔던 곳을 다시 찾았던 이유는 속에 무언가가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춘천이라는 도시가 주는 강원도스러움이 좋아요. 어릴 때는 뭔가 좀 궁금했던 것도 같아요. 춘천이 낭만의 도시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떻게 보면 인구수에 비해서 예술축제 같은 것들도 많이 있고, 문화적인 혜택을 찾기만 하면 많이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춘천과 같은 지역 배우들이 모두 서울로 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곳에서 쭉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다. 

“일단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해보지 않고는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거잖아요. 청소년 극단 친구들이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에요. 마음이 급한 거예요. 그럴 때마다 농담처럼 ‘나는 내일모레 마흔인데 아무것도 없어. 나도 몰라’라고 말해요. 물론 무기력해질 수 있죠. 하지만 방황함과 무지, 이런 것을 아직 궁금해할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즉, 고민 자체가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 나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시간 낭비일 수 있을까? 성장을 고민하는 당신에게도 오늘만큼은 그 고민의 무게가 가볍길 바란다.

editor 김나연

 

 

찰나의 순간을 스마트폰을 통해 기록하다  스마트폰 사진가 강성일

갑작스러운 암 판정으로 오랜 교직 생활을 퇴직한 후, 5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암을 완치했다. 그 후 제2의 고향인 춘천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찰나의 순간들을 담아내는 데 노력과 열정을 쏟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스마트 시니어다.

암 투병 이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는 강성일. 스마트폰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사진을 찍는 것이 그에게 요즘 가장 큰 취미이자 삶의 활력소이다.

“투병 생활을 하면서 매일같이 동네 산을 다녔어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소나무 숲을 보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자연에 눈을 좀 더 많이 돌리게 되었죠. 원래 물을 좋아하는데 춘천은 어디서든 물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인터뷰 당일 비가 와서 동네 산을 오르지 못했다며 새벽에 비가 온 후 춘천의 물안개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그가 환한 미소로 이야기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공모전에서 조금씩 수상을 하다 보니 재미도 붙고 점점 사진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저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사진을 보고 연락이 올 때 제 사진이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느껴져요. 찍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는데, 딱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을 때 가장 뿌듯해요.”

그의 스마트폰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사진들이 많다. 사진마다 노력과 열정이 느껴지고, 사진 한 장 한 장 설명을 해주는 그의 얼굴엔 행복한 감정이 피어난다.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스마트 시니어, 스마트 사진가 강성일. 좋아하는 춘천의 풍경을 담으며 춘천의 아름다움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그의 사진들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editor 최지영

 

20대 청년, 커피에 푹 다이빙하다   ‘볼드커피프로젝트’ 고명수

은행원이 꿈이었던 20대 청년 고명수.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진학 중 마지막 학기를 앞둔 그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공부는 할 만큼 했으니 너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봐라.’ 그 말을 듣기 전까지 고명수는 은행원이 아닌 다른 길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갑작스럽지만 신중한 아버지의 말씀에 그는 그때부터 자신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일주일 정도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날도 평소처럼 카페에 앉아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커피를 좋아하는 내가 카페를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카페를 차리게 된 건 단순히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2021년 3월 카페 가오픈을 시작으로 짧은 시간 만에 춘천에서 이름난 카페 ‘볼드커피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고명수는 시청 앞 카페 ‘볼드커피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8월 ‘플러쉬커피로스터리’를 런칭하여 커피로스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고명수의 MBTI는 용의주도한 전략가 INTJ다. 카페를 차리겠단 결심을 하자마자 바로 커피에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 혹시 모르니 은행원 준비도 병행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고부턴 커피에 올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준비기간은 1년이 좀 넘었다.

현재 그의 일과표를 들어보면 온전히 커피에 몰입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평일엔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고 카페로 출근한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독서를 하고, 퇴근 후에도 커피에 관련된 공부를 한다.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까지는 참고가 될 만한 좋은 카페들을 찾으러 다닌다.

‘볼드커피프로젝트’에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자신 있게 내놓은 커피를 손님들이 알아주지 못해 힘들었다고 한다. 피드백을 받고 계속 공부하며 고명수는 깨달았다. “모두가 같은 입맛을 가질 수 없고, 내 취향을 마냥 강요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전의 ‘볼드커피프로젝트’는 ‘이 커피 좋아요’였다면 이제는 ‘이런 커피도 있습니다’로 바뀐 것 같아요.”

춘천 토박이 고명수는 몇 년 전까지 누군가의 아들이자 학생 고명수로 살았다. 지금은 꿈을 찾아가는 고명수로 살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춘천을 인생의 시작점이라 한다.

춘천 시민에게 커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고명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오늘도 커피에 푹 빠져 있다.

editor 윤성준

 

정리 장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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