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상 하자’, ‘사업 주체 불안정성’ 등 문제 제기
“공론화위원회 개최하고, 시의 명확한 입장 밝혀라”

육동한 춘천시장이 연내 의암호 마리나 사업에 대한 계획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지난 20일 정의당 춘천시위원회,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강원평화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춘천 의암호 관광휴양·마리나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4월과 8월, 우선협정대상자인 ‘물의정원 컨소시엄’ 측과 실시협약이 연거푸 결렬된 가운데, 춘천시가 최근 춘천시의회를 설득하며 ‘춘천 의암호 관광휴양·마리나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졸속 추진을 멈추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첫째 ‘마리나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지적됐다. 발표를 맡은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은 “추진 5년이 지나도록 시는 의암호 마리나 사업의 동반자이고 협력 주체인 지역의 요트협회 등과도 단 한 차례 협의도 진행한 바 없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춘천 요트협회 측에서는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요트 이용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구축하는 작은 사업인 줄 알았는데, 호텔을 짓는 등 이렇게 대규모 사업인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충격적이다. 그동안 춘천시가 협회와 협의한 적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춘천 의암호 관광휴양·마리나 사업 부지인 삼천동 426번지 일원

둘째는 ‘절차상 하자’와 ‘특혜 의혹’이 지적됐다. 사업 공모지침서 제5조 7항에는 ‘사업신청자는 사업참여 의향서 제출 후 협상대상자 선정 및 시유지 매매계약 체결 시까지 사전 등록된 대표자를 변경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나 소장은 “춘천시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총 3회에 걸쳐 참여 지분을 변동했지만, 이를 묵인했다. 아직도 ‘특정 업체 밀어주기’에 대한 어떠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셋째는 ‘사업 주체가 불안정·불투명하다’는 문제였다. 그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해 온 가장 큰 이유는 건실한 시행사가 마리나 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PC(특수목적법인)에 25%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A회사의 등기부 등본을 보면 2020년 5월에 설립된 회사로, 부동산개발과 중개업을 주업으로 하고, 자본금 1억 원에 불과한 회사다. 자본금 1억 원의 검증되지 않은 회사가 4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마리나 관광사업을 도맡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SPC에 참여한 5개 회사를 보면 2개 업체는 신탁회사이며, 다른 업체는 건설업, 조선업, 부동산업을 주업으로 하는 곳으로 ‘마리나 사업’, ‘관광사업’의 전문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나 소장은 “레고랜드 개발로 춘천시민의 자랑이며, 전국적 휴양명소였던 섬 중도는 사라졌다. 이것도 모자라 마지막 남은 의암호 수변 시민의 땅 2만여 평을 500여억 원에 팔려 하지만 이 역시 정상 가격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춘천시가 내놓은 부지 감정 평가액은 지난해 산정한 것으로 현재 레고랜드 개장, 삼악산 케이블카로 인해 주변 부지의 가격이 상승했는데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 소장은 “춘천시는 이 부지를 평당 251만 원에 매각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중도 레고랜드 인근 상가 부지를 강원중도개발공사가 평당 약 408만 원에 매각했다”면서 “미래가치를 고려한 적정 가격인지도 다시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춘천시위원회,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이러한 의혹이 발생한 만큼 ‘시민주권 활성화’ 조례 4장 17조에 의거, ‘공론화위원회’ 개최와 춘천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마리나 사업’, 구체적인 계획 없어

‘절차상 하자’, ‘특혜 의혹’ 문제 제기

사업 주체도 불안정·불투명하다

 

■ 마리나 사업 추진 과정

5년째 표류하고 있는 마리나 사업의 추진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8년 9월- 춘천을 비롯해 전국 12곳의 지자체가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는 마리나 항만 기본계획에 따라 내수면 마리나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춘천의 경우 ‘전원 휴양형’으로 내수면 리조트, 호텔 등과 연계한 형태였다. 내수면 마리나는 스포츠나 레크리에이션용 요트와 모터보트 등을 위한 항구시설로, 마리나 조성에 300억 원, 리조트 조성 1천500억 원 등 총 1천800억 원을 들여 삼악산 로프웨이 등과 연계 관광지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2022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했다.

2019년 7월- 춘천시는 2천억 원 규모 민간투자사업의 시행사 선정 과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마리나 사업과 관련해 6개 기업과 사업 추진을 협의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들 기업이 대기업은 아니지만 마리나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10월- 사업참여의향서, 사업신청서류 등을 접수했다. 부동산개발업체 이을이앤디(주), 관광유람선 관련업체 춘천의암크루즈(주) 2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시는 사업 진행이 늦어짐에 따라 2022년 상반기 개장에서 2023년 개장으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이후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 2020년 당초예산안에 10억3천500만 원의 삼천동 일대 토지 매입 비용을 마련했다.

2020년 4월-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특히 시행사 선정에 어려움이 컸다. 건실한 기업들은 땅값을 포함, 사업비 전체를 부담하는 민자사업방식을 꺼리는 데에다가 수익성 보장도 확실치 않아 외면했고, 뛰어드는 시행사들은 자금력, 시공 능력 등이 부실해 선정하기 어려웠던 것. 이에 춘천시는 마리나 사업 방식을 전면 재검토 하기로 결정하고 개장 시기를 2024년으로 또다시 늦췄다.

2020년 11월- 사업 규모가 최대 4천억 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 시점부터 마리나 사업은 최대 4천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또 연말까지 8개 업체가 참여를 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 1월- 춘천시는 다시 사업신청서 접수를 받았고, 3개 업체에서 신청서를 제출했다. 춘천시는 민방위교육장에서 민간사업자 선정위원회를 열어 ‘물의정원 컨소시엄’을 관련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물의정원 컨소시엄’이 관광콘텐츠 개발 능력, 테마파크 운영 노하우, 재무구조, 자본 조달 능력 등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2021년 5월- 춘천시가 마리나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물의정원 컨소시엄’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때 ‘물의정원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은 ‘라빌도’, ‘아마노’, ‘LT삼보’, ‘BA’였다.

2021년 6월- 춘천시의회에서 마리나 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한중일 전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4개의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는데 특수목적법인(SPC)을 제외하고 3곳의 회사 중 레저운영 사업 경험이 있는 회사가 없다. 기업분석 자료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10월- 춘천시의회가 ‘의암호 관광휴양시설&마리나 조성사업 시유지 매각 건’을 부결시켰다. 시의회는 법적 효력이 있는 MOA(memorandum of agreement, 합의각서) 실시협약 체결 이전에 민간사업자에게 시유지를 매각하는 점, 매각 시 실거래가 반영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2021년 12월- 춘천시의회는 10월 부결시켰던 ‘의암호 관광휴양시설&마리나 조성사업 시유지 매각 건’이 통과시켰다. 금융투자업체, 기업 등 5곳의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했다는 점 등이 반영됐다.

2018년 9월 해양수산부 내수면 마리나 사업 대상지 선정

2020년 4월 전문가 토론회 시행사 문제로 전면 재검토

2022년 4월과 8월, 실시협약 체결 직전 연거푸 물거품

2022년 4월- ‘물의정원’ 컨소시엄 측과 실시협약 체결 5분 전, 춘천시에서 협약서를 수거하며 협약은 결렬됐다. 지분 구조상 상법 위반 등의 불법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춘천시의 설명에 따르면 5개 기업이 특수목적법인(SPC)를 만들어 투자를 약속했는데, 5개 중 2개 회사가 한 그룹에 소속된 계열사이기에 지분이 38%에 달한다는 것. ‘금융산업구조개선 법률’과 ‘상법’에 의하면 특정 기업이 20% 이상의 지분을 금지하고 있다.

2022년 8월- 민선8기를 맞은 춘천시는 다시 실시협약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불과 하루를 앞두고 결렬됐다. 국민의 힘과 정의당 소속 춘천시의원 14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의암호 마리나 사업 MOA를 즉각 중단하고 재공모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춘천시의원 9명도 사업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MOA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천시는 “사업의 조기 실현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시민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실시협약 체결을 무기한 연기했다.

2022년 10월- 춘천시는 춘천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에서 마리나 사업 추진 상황 및 향후 방안 검토사항 설명회를 열였다. 시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춘천시는 입장 표명을 연거푸 미루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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