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무대, 공연자 안전 위협
전시장은 조명·음향 등 개선 절실

내년이면 춘천문화예술회관(이하 문예회관)이 30주년을 맞는다.

문예회관은 1989년 12월에 착공하여 1993년 4월 10일 개관된 춘천을 넘어 강원도를 대표하는 예술 공간이다. 무대는 프로시니엄 아치(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액자 모양의 구조)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음향 반사판, 오케스트라 피트, 회전무대, 리프트 등을 갖춘 다목적극장이다. 클래식, 발레,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기획공연과 춘천시립예술단 등의 정기연주회가 연중 열리며 연 200회가 넘는 대관이 이루어진다. 전시실에서는 강원미술대전, 강원아트페어 등 연간 170여 회의 굵직한 미술 행사가 열리며 지난 30년간 문화도시 춘천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무대와 전시실 곳곳이 노후해 리모델링이 시급하다. 상시 진행되는 관리 차원의 수리 외에 큰 틀에서의 리모델링은 지난 30년간 두 차례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약 22억 원을 들여 객석·분장실 등을 리모델링 했다. 지난해에는 시비 31억 원을 투입 공연장 무대 및 조명 시스템을 최신식으로 전면 교체했고 2층 객석 일부를 안전을 위해 리모델링 했다.

하지만 공연장 무대는 30년간 단 한 번도 시설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큰 예산 때문이다. 춘천문화재단은 문예회관 유지관리를 위해서 해마다 전문업체 용역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 시와 시의회에 제출한다. 올해도 ‘춘천문화예술회관 하부 무대 기계 점검 및 유지보수 보고서’와 ‘무대 기계 제어 유지관리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공연법에 따라 3년마다 정밀 안전진단을 의무적으로 실시, 지난해 6월 실시된 ‘춘천문화예술회관 무대 시설 정밀 안전진단’ 평가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노후한 공연장의 문제점이 잘 나타나 있다. 

 

대 단차 심해 공연자 안전 위협

리프트는 사용금지 권고

객석 의자 너무 촘촘하고 작아

무대는 상부시설과 하부시설로 나뉜다. 상부시설은 지난해 최첨단 시스템으로 개선됐지만, 하부시설은 리모델링이 시급하다. 하부시설은 오케스트라피트, 회전무대, 리프트1, 리프트2로 나뉘는데 보고서에서는 △나무 바닥이 심하게 노후 △하부시설 각 부위 간 단차가 크고 계절·날씨에 따라 틈이 더 벌어짐 △무대 전체의 수평이 맞지 않음 △사용하지 않는 웨건 레일(무대·세트 등·퇴장용)의 안전사고 유발 가능성 △1번 리프트 사용금지 권고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공연장 웨건 레일과 각 부위 단차로 인해 공연자 안전이 염려 된다.

춘천문화재단 무대운영팀 송동석 무대감독은 “최근에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세트가 등·퇴장하기 때문에 무대 바닥의 웨건 레일은 필요 없게 됐다. 하지만 무대가 낡아서 웨건 레일이 삐져나와 올라 무용가들의 고충이 크다. 고무 재질의 댄스 플로어를 깔아도 울퉁불퉁해서 무용수 발이 걸리기도 한다. 두툼한 종이상자를 덧대기도 하지만 안전사고 위험성이 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상부 리모델링 당시 하부도 동시에 진행, 다 뜯어내고 바꾸는 게 가장 좋았겠지만, 예산 문제로 상부만 개선됐다. 하부 리모델링은 최소 25억 이상 필요하다. 현재 오케스트라 피트는 사용할 수 있지만, 구동계가 노후해 회전무대는 사용할 수 없고 모든 리프트는 안전을 위해 사람의 탑승을 금지하고 세트만 나른다”라고 말했다.

황운학 무대운영팀장은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도 문제다. 극장 규모에 비해 객석 의자가 너무 촘촘하고 작다. 폭이 약 46cm인데 55~60cm 좌석을 설치해야 관객이 편하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려면 현재 940석에서 약 100석을 줄여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향후 전문적인 컨설팅과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발레리노 김주범(36·강원대 강사) 씨는 “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김유정 아 - 미친 사랑의 노래〉 등 공연 당시, 무대 바닥에 두툼한 종이상자를 보강하고 그 위에 댄스 플로어를 깔았지만 춤을 출 때마다 걸려 넘어질까 불안했었다. 좋은 공연을 위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전시장 조명·음향 등 개선 절실

벽면은 빗물 새고 균열까지

2층으로 장애인휠체어 진입못해

문예회관의 전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지하에 자리한 전시장은 당초 전시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 아니라 지하주차장으로 설계됐었다는 점이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989년, 현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 자리에 미술관을 조성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후 문예회관의 지하주차장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건물을 지탱하는 대형 기둥이 작품 관람을 방해하는 건 태생적 한계라 어쩔 수 없지만, 열악한 전시 조명과 음향, 종종 빗물이 새고 균열이 생긴 벽면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노후된 무대 설비 구동계

또 2017년 작품반입과 장애인 휠체어 이동을 위해 17인승 규모의 승강기가 설치됐지만, 주차장에서 승강기로 바로 진입할 수 없어 대형작품을 옮기기에는 여전히 불편하다. 특히 승강기가 1층 로비에서 지하 전시실로만 운행하고 공연장 2층으로는 운행할 수 없어 장애인의 폭넓은 이용에는 제약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지역 청년작가 12명의 전시 ‘십이지술(十二支術)’이 열렸을 당시, 장애인 화가 김환 작가는 본인의 작품이 전시 중인 문예회관 2층 ‘갤러리 문’에 휠체어로 접근할 방법이 없어 낭패를 겪었다. 류재림 작가(회화)는 “춘천의 유일한 대형전시장이 지하에 있다는 자체가 난센스다. 춘천에는 전시를 목적으로 지어진 공간이 단 한 곳도 없다. 문화도시의 민낯이다. 답답하다”라고 꼬집었다.

 

시, 공연장 스피커·LED전구 등 보수 예정 

문화재단, 전시장 개선안 마련 중

무대 리모델링은 예산부담으로 당장 어려워

다행스러운 건 최근 322회 시의회 정례회에서 문예회관 시설보수비 약 12억 원이 승인되어 내년에 일부 리모델링이 진행된다. 그간 안전상의 지적을 받아온, 무대 운용을 위해 스태프가 이동하는 상부 난간 통로는 건축법에 따라 현 90cm에서 120cm로 교체된다. 또 30년간 사용되어 노후한 스피커도 6개에서 12개로 전면 교체되어 음향 사각지대 해소와 최상의 음질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연 중 음향문제 발생 시 빠른 백업으로 정상적인 공연을 펼치게 도울 백업 음향 콘솔도 마련되고, 객석의 할로겐 등은 LED로 전면 교체되며 30년째 사용 중인 무대 자막용 TV도 교체된다. 시 문화예술과가 사업을 맡아서 해당 분야 전문업체에 발주할 예정이다.

전시장 천정에는 빗물이 새어 얼룩졌다.

전시장의 경우 문화재단이 자체적으로 ‘문화예술회관 전시장 환경 개선 정비공사 계획’을 마련하여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일단 문화재단 자체예산으로 추진할 예정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사업비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시기와 리모델링 범위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공연장 무대 리모델링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시 문화예술과는 “지난해 상부 리모델링으로 큰 예산이 지출되어 올해 바로 또 큰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데는 부담이 있다. 또 지자체 소유의 문화시설 리모델링이기에 국비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다만 노후로 인한 문제와 빠른 개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하나씩 개선해가겠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