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상담학 Ph. D.)

“사람들은 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가?” 사람들은 화가 나면 가슴에서 멀어졌다고 느끼고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비로소 멀어진 거리만큼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작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인사를 주고받는다. 아쉬웠던 지난 순간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이것은 내일의 시작을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의식과도 같다. 그러나 역설의 법칙처럼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며 아쉬움으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자기 점검은 필요하다. 절제되지 않은 날것의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고야 만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면서 ‘왜 그랬을까?’를 되뇌는 오늘의 연약함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책 제목을 보면서 나는 혹시나 뒤처져 있는 동료가 있지는 않을까?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연약한 날갯짓을 힘겨워하면서도 헉헉거리며 혼신을 다하고 있는 동료는 없는지, 어쩌면 그 날갯짓을 내가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그 문구에 유독 신경이 쓰였다. 뒤돌아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힘겨운 날갯짓이 더욱 무겁게 느껴질 때 그만 날고 싶어 점점 무리에서 이탈하고 있는 자신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기러기는 한번 비행하면 4만 킬로미터를 날아가면서 다른 새들과 달리 꼭 끼룩끼룩하고 소리를 낸다. 뒤돌아보지 않는 대신 소리를 내며 리더 기러기들이 뒤의 기러기들에게 서로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인 것이다. 기러기들은 기역 자로 날고, 박자를 맞추면서 날갯짓을 하고 날면서 소리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날다가 다치거나 지쳐서 못 가는 일행이 생기면 꼭 일부 동료 기러기가 함께 남아 회복되면 같이 이동하며 합류한다. 남겨진 자에게는 이것은 감동을 넘어 감격하게 만들며 생명을 나누는 삶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한 해를 며칠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힘겹고 버거운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굳건히 걸어온 그대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생명과 생명이 맞닿는 소리!” 심장의 소리로 안정을 찾고, 작게나마 들려오는 그 소리가 애써 견뎌 온 삶의 보상을 받는 것 같은 위로는 무엇일까?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하고 담아두었던 아픔과 고통, 그리고 홀로 견뎌왔던 외로움을 알아주는 것 같은 그 포옹을 통해 모든 것이 “그러면 됐다”라고 자신을 토닥이는 것 같다. 

이제는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주변을 뒤돌아보며 서로를 향해 응원을 메시지를 보내보자. 수고했어. 함께 힘을 내어 날아가자!

김영숙(상담학 P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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