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멈춤 / 저자 박승오, 홍승완 / 출판 열린책들

으왓! 벌써 12월이네. 12월은 우리의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어느 시인이 ‘시작이 반이라면 마무리도 반이다’라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12월은 한 해가 통째로 들어있는 듯한 특별한 달이다. 너희들에게 올해는 어떤 해였는지 궁금하구나. 엄마에게 2022년은 ‘잠시 멈춤’의 시간이었다. 하던 일을 하지 않았고 안 하던 일을 했지. 왜 그랬냐고? 그래야만 했어. 살다 보면 가끔 인생이 말을 걸어올 때가 있거든. 그리고 마음이 자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분명히 내 마음이고 내 인생인데 그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해서 당황할 때도 있어. 큰 문이 내 앞에서 닫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두려워도 내 앞의 상자를 열어야만 하는 순간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해. 너희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올 텐데 너무 좌절하지도 말고 겁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위대한 멈춤>이라는 책을 통해 이런 시기가 사실은 위기가 아니라 또 다른 도약의 기회가 되는 ‘전환기’임을 알게 되었거든. 

엄마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곧바로 이 책이 맘에 들었다. 몇 장 뒤적이다가 ‘부름,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표현에 끌렸거든. 밑줄 치며 정독했어. ‘전환기’란 ‘질주하던 인생의 시동을 끄고, 집중적으로 스스로를 성찰하고 삶을 실험하는 시기’라는 의미로, 이러한 전환기가 있기에 인생은 더 가치 있고 풍성해지고 위대해지는 거래. 전환기를 맞은 사람들은 잠시 멈추고 ‘삶의 목소리를 듣는 전환 도구와 전환자들’을 찾아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탐색해야 해. 이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저자들은 ‘독서, 글쓰기, 여행, 취미, 공간, 상징, 종교, 스승, 공동체’ 이렇게 9가지를 꼽고 있지만 사실 이외에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전환도구’를 찾을 수가 있지 않을까? 엄마는 너희가 이 책을 통해서 자신에게 어떻게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답을 찾아가야 하는지, 지금 이 힘겨운 시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 시기를 통해 내면의 가치와 방향성을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를 배웠으면 좋겠어. 그래서 저기 보이는 앙상한 겨울나무가 죽어 있는 게 아니라 겨울을 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구나. 그러면 지금 이 시간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이 책은 좀 길고 재미없어 보일지 모르니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위해 애쓰다가 지쳐버리기보다는 순서 없이 끌리는 부분부터 조금씩 읽어나가며 자신에게 맞는 ‘전환도구’를 찾아보는 것이 더 좋을 거야. 마음을 툭 치고 지나가는 문장들이 많이 나오니 꼭 미리 볼펜을 준비하도록! 엄마의 책은 예전에, 아주 큰 일을 겪고 힘들어하던 제자에게 아낌없이 줘버려서 우리 집에는 없지만, 그 책 속에서 엄마가 마음에 담아놓은 구절 하나 들려주며 마칠게.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그럼 이만 총총.

 이은희(봄내중학교 교사)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