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북적북적, 쉼터이자 쇼핑 명소

김효화(춘천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단장) 

춘천지하도상가는 1998년 4월에 정식으로 개점했다. 당시 매일경제신문 4월 24일 자에는 3년 만에 완공한 지하상가가 최근 개장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352개 점포와 352면의 주차장을 확보한 매머드급 상가이고, 120개 점포가 입점한 가운데 영업이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우·삼성건설은 720억 원을 들여 지하도상가를 건설하면서 352개 점포를 분양한 후 시에 기부채납하고, 20년 동안 관리한다는 조건으로 춘천시와 계약을 맺고 지하도상가를 지었다. 

여름에는 시원, 겨울에는 따뜻한 만남의 공간

1999년 8월 12일 자 강원일보에는 ‘지하상가 “울고 웃고”-열대야 신풍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하상가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여”라면서 상가에 고객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때는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됐는데 지하상가가 시원해서 찾는 고객이 많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춘천지하도상가는 강원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권을 자랑하며 경기도 동부권과 강원도 전역에서 쇼핑과 관광을 위해 찾아오는 대규모 쇼핑단지로 명성을 떨쳤다. 

지하상가에서 장사가 잘되자 너도나도 지하상가에 자리를 잡고 싶어 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중개 문의가 끊이질 않았지만 좀처럼 빈 자리가 생기질 않았다. 임대료가 폭등했다. 점주들이 보증금 50% 이상, 월세 20~30% 인상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2001년 11월에는 지하상가 중앙광장에 푸드코트가 생겼다. 도청로의 식당가에서 반발했지만, 대형 푸드코트가 중앙광장에 자리를 잡아 지하상가의 명물로 소문났다. 하지만 각종 악재와 불경기로 푸드코트는 결국 몇 년 만에 폐업하고 말았다. 

2000년대는 지하상가의 최고의 전성기였다. 상가 도로에는 사람들이 떠밀려갈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도로 양옆으로 진열된 상품이 빼곡했다. 당시 지하상가번영회가 조사한 결과 하루 연인원 1만 4,000여 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지하상가를 이용했다. 이벤트가 열릴 때는 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는 것으로 지하상가번영회는 추정했다. 

2002년에는 360개 전 점포가 공실 하나 없이 100% 영업을 하는 등 활기가 넘쳤다. 연말연시에는 경차와 김치냉장고 등 경품을 내걸고 고객 유치에 나섰다. 

지하도상가 중앙광장은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이자 노인들의 쉼터가 되었다. 지하도상가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이라 누군가를 만나고 쉬기 위해 지하상가로 모여들었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친구를 만났고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댄스 배틀을 벌였다. 중앙로 끝 광장은 청춘들의 댄스 배틀장이었다.

하도 장사가 잘되니 2012년까지는 연장 영업을 할 정도였다. 사계절 사람이 북적였고 명절과 연말에는 늘 고객 사은행사가 풍성하게 열렸다. 

상인들 노력으로 공실률 낮아지며 새 활로 모색 

2019년 건설사인 대우건설과 삼성물산과의 계약이 종료되고 춘천시로 관리권이 이관되었다. 활발하게 매매와 전대가 이루어지던 지하도상가의 거래가 하루아침에 멈추었다. 개정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의거해 이미 2016년께부터 전국에서 지하도상가에 대한 매매와 전대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뉴스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한동안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춘천시 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2019년 타협이 성사됐다. 춘천시는 분양권을 가지고 있는 상인들이 장사를 계속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춘천시가 사용료를 최대한 낮추어주며 오히려 활로가 열리고 있다. 젊은 상인들이 지하도상가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기자기한 수공예 소품 공방들이 특히 눈에 띈다. 최근 공실률 0.2%를 기록하며 지하도상가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상가의 옛 명성을 되찾자는 상인들의 노력 덕분에 엘리베이터도 추가로 생기고 휴게공간도 새 단장을 했다. 지하도상가는 지금 젊은이들의 열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창 길몽을 꾸고 있다. 

김효화(춘천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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