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사세요?” “네.”

마치 춘천에 친척이라도 사는 것처럼 정겹게 물어본다. 서울서 생활하면서 춘천이 집이라고 하면 보이는 반응들이었다. 느닷없이 가고 싶은 곳 불쑥불쑥 생각나는 곳이 춘천인 것 같았다. 추운 겨울이었다.

“나 며칠 전 주말에 춘천 갔다 왔어요.”

어느 날 방송국의 여자 아나운서가 복도에서 불쑥 말을 던진 기억이 난다. 고향에 오랜만에 다녀온 표정으로.

“혼자서요?” “네.” “혼자 가서 뭐 했어요?” “강가에 앉아 하루 종일 강물만 보고 왔어요.”

소양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정말 차가웠다 혹독하기까지 한 강바람을 온종일 보았단 말인가? 그때 방송국 내 소문이 있었다. 그녀가 대학 때 동아리 남학생과 오래 사귀었는데 헤어졌다는 것이었다.

“춘천 어땠어요?”“아무렇지 않던데요.”

난 그런 뜻으로 물어본 게 아니었다.

“주말이라 엠티 가는 학생들 많았지요?”

그때는 청량리에서 출발해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으로 엠티를 다니던 때였다.

“네 엄청 복잡한데 너무 좋았어요. 기차 안에서 기타 치고 노래하고”

그 시절 경춘선 열차는 청춘들의 구명보트였다. 통기타는 구명보트를 젓는 노 역할을 했다. 군사독재 시절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세월과 사회 속에서 그곳을 벗어나 가고 싶은 곳이 춘천이었다. 그녀도 그들과 구명보트에 올라타 고독한 비밀을 버리려고 의암호수를 택한 것 같았다.

그 일이 있은 지 40년이 지났다. 그녀가 하루 종일 서 있던 소양강 변은 봄이 왔다. 진달래, 개나리가 그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이런 따스한 봄날 다시 한번 와 꽃들과 눈이라도 맞춰보면 좋을 텐데…. 멀리 호수 건너 삼악산 산그늘이 의암호수를 돌고 있었다.

강촌은 나의 처가가 있는 곳이다, 삼악산엔 케이블카가 생겼다, 춘천에 오시려면 ‘청춘열차’가 생겼다. 춘천에 오시면 막국수가 맛있다, 춘천에 오시면 공지천서 오리배도 타보세요.

 

정형근(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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