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춘천사람들》에 근무하는 동안 신문의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 왔다. 예전에는 춘천지역만을 다루는 유일한 주간신문으로서 약간의 정체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춘천의 이슈와 문제를 발굴해 끝까지 탐사하는 신문을 만들고 싶지만, 개인적·구조적 한계로 인해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 몇 주에 걸쳐 작성했다는 타 신문의 훌륭한 탐사 기사들을 읽으면서 씁쓸한 입맛만 다셔야 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직원 대부분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2023 총회준비위원회가 마련한 공론장에 참석해보니 조합원들의 생각도 비슷하다는 점을 느꼈다. 좋은 신문을 만들어 조합원을 늘여가고, 성장하는 조합으로 더 좋은 신문을 만드는 선순환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신문이 아닌가. 편집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기로 했다.

먼저 구색을 갖추기 위한 시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래도 신문인데…’ 하면서 춘천시의 크고 작은 행사를 따라다니다 보면 한 주가 훌쩍 지나버린다. 필요하다면 단 한 가지 이슈에 3명의 기자가 다 뛰어들기로 했다. 비록 물리적인 시간 때문에 싣지 못하는 소식이 있더라도 말이다. 

다음으로는 《춘천사람들》의 유일한 자산이자, 가장 강력한 자산인 조합원 중심의 신문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세 가지를 시도한다. ①‘조합원데이트’라는 코너를 신설했다. 470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지만 부끄럽게도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조합원은 많이 없었다. 기자들이 다리가 되어 조합원을 직접 만나고, 소식을 전하고, 각 분야의 현장을 배우기로 했다. 또 가능하면 ‘조합원데이트’ 현장을 유튜브에 올려 온라인이지만 서로 소통하는 창구를 열기로 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런 시도는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 마음을 열고 참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②조합원 내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우리 조합에는 각 분야에서 종사하는 훌륭한 전문가가 많은 것으로 안다. 당장 다음 353호에서 다룰 도청 특집에 조합 내 부동산 전문가, 건축 전문가를 찾아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③기사에서 되도록 명칭을 조합원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가령 ‘○○대표 △△△ 조합원’이라는 식이다. 소속감을 높이려는 시도다.

마지막으로 매우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조합과 직원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소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직원이라고 해도 10명도 되지 않는 작은 조직이다. 한두 명만 그러한 역할을 맡아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일단 두 명의 직원이 대의원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기자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농업 신문이면 농업에 대해, 낚시 신문이면 낚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춘천사람들》의 기자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여야 할까? ‘춘천’의 모든 영역을 다 아는 최고의 전문가가 되면 가장 좋겠지만, 불행히도 능력 밖의 일이다. 물론 열심히 공부는 하겠지만 수십 명의 기자를 가진 신문과 경쟁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사람들’이다. 《춘천사람들》의 기자가 《춘천사람들》 조합원을 가장 많이 아는 것만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