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과 흡사한 위용… 축구장 35개 크기
행정기관 + 공원·관광지·문화예술·체육 공간
막대한 건축비, 지나친 에너지 소비 지적도

강원도청사가 126년 만에 옮겨 간다.

강원도는 신청사 부지로 선정된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에 강원도청사를 2028년 6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도청을 포함해 100만㎡ 면적을 행정복합신도시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강원도의 계획이 발표되면서 가장 최근 도청사를 신축하고 신도시를 조성한 경상북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7일 김진태 도지사는 안동시와 예천군에 걸쳐 있는 경북도청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춘천사람들》이 경북도청사를 직접 방문해 살펴보았다.

1) 경상북도청 전경(사진 제공=경상북도)   2) 1.안민관(본청) 2.여민관(도의회) 3.홍익관(복지관) 4.동락관(공연장) 5.동문 6.서문 7.경화문 8.주차장 9.지하주차장 입구 10.새마을광장 11.화랑마당 12.옥외화장실(자료 제공=경상북도)    3) 지하주차장까지 이어진 길은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도록 전통 양식의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경북도청사 규모는?

경북도청사는 2011년 착공, 2015년 준공된 청사로, 24만5천여㎡ 부지에 본청(안민관), 도의회(여민관), 공연장(동락관), 복지관(홍익관) 등의 건물이 들어섰다. 이 밖에도 체육시설, 정원과 연못, 각종 조형물이 조성됐다. 여의도 공원보다 넓고, 축구장 35개를 합친 크기이다.

본청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이다. 주로 종합민원실, 사무실로 조성돼 있지만, 1층은 메타버스 체험관, 도서관 커피숍 등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도의회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위원실, 회의실, 브리핑룸, 방청석 등이 들어섰다. 공연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이고, 전시실, 공연장, 세미나실 등이 있다. 복지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탁구장, 요가연습실, 미술실기실, 바둑교실, 다도실, 서예연습실, 수지침실습실 등 각종 활동 공간과 함께 경북연구원, 공동육아나눔터, 감염병 관리지원당 등의 기관이 들어있다.

이 밖에도 새마을광장, 화랑마당(운동장), 정원, 연못, 주차장 등으로 조성됐다.

경상북도청사 방문해 보니

1월 3일 오전 11시경, 경북도청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자 입이 절로 떡 벌어졌다. 안동시 검무산을 등지고 위용을 자랑하는 팔작지붕을 보노라니 청와대가 연상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문에서 바라본 본청 건물은 그야말로 궁궐을 보는 듯했다.

넓은 광장을 건너 본청 건물로 들어갔다. 본청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위치한 ‘미래창고’라는 이름의 도서관이었다. 높은 천장까지 책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도서관 옆으로는 마치 갤러리처럼 꾸며진 복도가 길게 뻗어 있었고 복도 끝에는 ‘북다방’이라는 카페가 영업 중이었다. 반대쪽 옆으로는 1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메타버스 체험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VR장비를 착용하고 가상 세계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경북을 메타버스 수도로 만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본청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자 복지관으로 이어졌다. 복지관은 일반 사무실처럼 규격화된 방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방들은 취미생활을 돕는 교실이나 각종 기관의 사무공간으로 쓰였다.

복지관 앞으로는 대규모 공연장 건물이 있었다. 건물의 중심에는 최대 873석(장애인11석 포함)으로 구성된 공연장이 있었다. 공연장의 무대는 8.4m(높이)×17.5m(가로)×18.8m(세로)의 프로세늄아치무대로서 평소에는 부서별 행사장, 강연장, 교육장 등으로 활용되며 뮤지컬, 연극, 음악 등의 공연 및 예술 활동 분야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게 조성됐다. 이 밖에도 분장실, 연습실, 전시실, 야외공연장, 옥상정원 등이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조형 예술품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특히 도청 중앙에는 101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판을 이어 붙여 비행기와 활주로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무려 높이 18m, 무게 3.5t 규모였다. 이외에도 운동장, 연못, 정원, 가지런히 정리된 조경 등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구경하다 보니 단순한 행정기관이라기보다는 공원, 관광지, 문화예술 공간, 체육 공간이 합쳐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도청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여러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두 도청 관계자였다. 인근 식당을 방문해 물어보니 계절적 영향이 있는 듯 보였다. 식당 주인은 “너무 추워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여름에는 축구 하러 친구들과 자주 가곤 했다”고 말했다. 새로 지어진 도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처음 봤을 때 너무 멋있어서 ‘와!’하고 소리 질렀다. 산책하고 놀기에는 좋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4) 본청 중앙에 위치한 ‘미래창고’ 도서관.  5) 종합민원실 내부. 여권 발급을 받고 있는 민원인 2명이 도청에서 만난 유일한 시민이었다.   6) 873석 규모의 공연장 내부(사진 제공=경북도청)   7) 빈 운동장. 따뜻해지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경북도청사를 방문해 보니 시설 자체는 확실히 좋았다. 문제는 비용이다. 무지막지한 비용을 쏟아붓는다면 시설의 품질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비용과 품질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경북도청사의 경우 토지보상비를 포함해 약 4천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조경에만 16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고, 연못 조성 12억7천만 원, 실개천 조성에 28억 원이 투입됐다.

유지비도 문제다. 환경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경북도청의 에너지소비량은 옛 청사 마지막 해인 2015년과 비교해 6.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 본청 직원 숫자가 청사 이전 후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직원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시설 관리, 전기, 수동을 포함해 연간 관리비도 80억 원에 달한다. 심지어 청사 앞 게양대를 너무 높게 만들어 바람에 의해 태극기, 도기 등이 자주 찢어져 매달 깃발 교체 비용만 3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강원도청사 신축의 경우 경북도청사에 비해 면적은 절반 이하지만 토지보상비는 훨씬 많이 든다. 경북도청사 부지 평균 토지보상비는 평당 10만1천 원이었다. 하지만 고은리의 경우, 부지 매입을 위한 보상비용과 진입도로 개설 등에 76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이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수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시지가를 토대로 타당성 분석을 위한 비용추계를 더한 수치로, 실제 토지매입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금으로 조성 중인 건축비 약 3천억 원을 더하면 4천억 원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760억 원의 토지보상비는 단지 도청사 부지 10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강원도는 도청사 주변 100만㎡를 행정복합타운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2단계로 30만㎡ 규모의 공공기관 입주 부지를 개발하고, 3단계는 60만㎡ 규모의 상업·업무지구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경상북도는 청사 신축 이후 한동안 혈세 먹는 호화청사 논란에 휩싸였다. 100년을 바라보고 짓는 도청사이니만큼 모자람이 없어야 하겠지만, 경북도청사를 반면교사 삼아 적절한 균형감각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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