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물 인터뷰는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 제작한 <Spring 100, Spring! vol.3>에 수록된 인터뷰입니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문화도시 시민협의체 봄바람이 직접 추천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입니다. 출판인을 꿈꾸는 지역의 청년들, <로컬에-딛터>가 아카데미 실습 과정으로 직접 인터뷰와 사진 촬영,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춘천을 사랑하는 ‘춘천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재단과 에디터의 허락하에 전재(轉載)하기로 합니다. - 편집자 주

 

누구나 가슴 속에 가지고 있는 것

초등학교 5학년, 아버지를 따라 이리저리 다니다 24살 결혼 후 춘천에 정착하게 되었다. 손주와 남편을 돌보고 그림동아리에 다니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 작년에 떠난 칠순 여행에서 잊지 못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20년 된 그림동아리의 회원이 모두 모이는 수요일은 일주일 중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회원들과 점심도 먹고 그림도 그리는 시간은 손주와 남편을 돌보는 일상 중에서도 가장 소중하다. 보통의 엄마들이 그렇듯, 살림하고 친구를 만나고 취미인 그림을 그리며 지내는 삶이 전부였지만 그것에 불만은 없었다. 다만 가슴 속엔 늘 자신을 확인하고픈, 잊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게 맞이한 2021년. 닷새간의 칠순 여행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찾게 됐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혼자서도 여행을 잘하고, 잘 놀고. 이게 전환점이 되면서 ‘아, 이렇게 사는 건 아니지’하는 마음이 자꾸 드는 거예요.”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던 것이 터졌던 것일까, 이튿날 바로 연필을 잡게 되었다. 목적이 있어서 잡은 연필이 아니었다. 단지 잊기엔 너무 아까운 기억이라 쓰기 시작한 것이다. A4용지 100장을 앞뒤로 빼곡히 써 완성한 것이 한 달. 우연히 지원한 춘천문화재단의 일당백 프로젝트에 선정이 되었고, 이 글은 하나의 책이 되었다.

“저는 작가도 아니고 글도 처음 써봐요. 그냥 그 자체가 너무 좋으니까 감정이 묻어나오더라고요. 글에 생명을 넣은 것 같아요. 마음에서 나오는 감동 그대로를 써요. 세련되지 못해도 지어낸 것이 아니라, 꾸며낸 말들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것을요.”

김명숙은 춘천을 종착지로 삼기로 했다. 춘천은 여유롭고 느리지만 새로움을 지향하는 도시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한 달씩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래도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이고 소재인 이곳, 춘천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 계획이다.

하고 싶은 것을 꾹꾹 참고 누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게 가슴에서 자랄 때가 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슬그머니 나오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진 소중한 마음들이 김명숙처럼 멋지게 방출되기를 바란다.

editor 김나연
 

 

비물질적인 것들을 관찰하고 세상을 탐구하는 배우

프랑스로 이주하려던 계획이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면서 고향인 춘천에서 살게 되었다. 배우이자 극작가인 김민성(김혜성)은 비물질적인 것들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관찰하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들을 탐구한다. 약점이라 여기던 몸을 활용한 활동에도 도전하며 올해 현대무용 공연으로는 첫 무대를 선보인다.

배우이자 극작가인 김민성(김혜성)은 차분하고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를 주로 해왔다. 신화, 전설, 민담 등의 거대한 서사로 이루어진 한국형 판타지도 좋아한다. 그래서 극작에서는 다양한 민담들을 조합하고 작가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를 다룬다.

“신화, 전설 등 옛날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판타지를 좋아해요. 그런 ‘한국형 판타지’가 참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한국 영화나 연극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한국의 신화적 이야기들을 조합하고, ‘바리데기’ 신화에서 효심으로만 움직이던 바리데기 공주를 호기심과 욕망으로 움직이는 자기실현의 인물로 재탄생시킨다. 이렇듯 김민성은 그저 신화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관점을 넣어 신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저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보다 자꾸 눈길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공간의 에너지를 바꾸는 배우요.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극에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이 에너지가 확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되게 좋은 피드백이었어요. 계속 그 지점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몸을 사용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약했던 김민성은 올해 춘천마임축제 워크숍을 통해 ‘온앤오프 무용단’과 인연을 맺었다. 지역에서 예술인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다양한 예술인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한다. 이 인연으로 ‘온앤오프 무용단’과 함께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현대무용으로는 첫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또한 춘천문화재단 ‘생각의 탄생’에도 참여해 세 가지 극을 쓰고 있고,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약점이라 여긴 것을 생각에 그치지 않고, 말로 선언함으로써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들이 보인다. 좀 더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요가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열정적으로 도전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김민성은 올해에는 조금 더 장르를 벗어나서 대중성을 가지고 활동반경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예술을 더 사랑하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예술을 잠시 떠날 수 있는 용기도 지녀보며, 발길 닿는 곳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2023년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색하며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김민성의 여정을 응원해본다.

editor 장소영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고픈 자기 인생의 연출가

신동면에 소재한 아트팩토리 봄 2층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러시아학과를 졸업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틀어 무대감독과 연극을 연출하고 있는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 춘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김민수 씨는 한가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2014년에 춘천연극제 무대기술팀 자원봉사자로 처음 접한 연극은 김민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막연히 문화예술, 공연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무대에 관여했던 경험을 통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을 만들어내어 무대감독, 조연출을 거쳐 연출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동주’ 속 ‘몽규’와 같이 활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윤동주 시인처럼 글로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 역시 적극적으로 앞에 서서 제 주장을 막 펼칠 수는 없지만 직접 연출에 관여하는 작품이나 제가 하는 활동을 통해 저의 가치관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민수는 여느 기획자들처럼 공연 전 아이디어 도출 단계를 가장 애착 갖는 시간으로 꼽는다. 대본 분석부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 전달 방식, 배우 선정 등을 결정하는 단계는 연출가로서 상상력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스탭들에게 전달하는 일은 다른 직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연출가로서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스탭과 배우들에게도 시발점이 되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잘 버무려졌을 때 관객들에게도 그 메시지가 잘 전달되리란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에게 프리프로덕션 단계는 더욱 특별하다.

조연출로서든 연출로서든 자신이 거쳐온 작품에 마음을 담아 참여한 터라 모든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관객의 만족도에 따라 작품이 그에게 남기는 의미가 달랐다. 단순히 성과의 정도가 아니다. 연극은 배우를 포함해 뒤에 보이지 않는 스탭들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드는 작품인데, 관객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에는 연출가로서 함께한 사람들에게 가지는 책임감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관객의 호응이 기대에 못 미칠 때면 그는 더 열심히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현장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연극의 큰 매력이라 밝힌 그는 관객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축제 현장, 공연 행사에도 연출로 참여한 바 있다. 핵가족화와 이웃 간 소통의 부재가 자연스러운 현대사회에 대중들이 만나 순간을 함께 목격하고, 만들어가고, 즐기는 모습에 행복하다는 그에게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사람이 좋아 춘천을 택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신을 전하고 싶으며, 사람들과 현장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김민수. 남모르게 인류애를 실천하고 있는 그에게 내일도 모레도 누군가 인류애로 보답하는 시간이 가득하길 바란다.

editor 이수진

 

정리 장수진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