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정의당 강원도당 사무차장)

2022년의 마지막 날, 새해 타종식을 보려고 춘천시청에 갈까 했다. 하지만 추위와 졸음을 못 이길 것 같아 타종 직관이라는 꿈을 접고 따뜻한 안방 TV 앞에 자리를 잡았다. 연말을 맞아 화려하게 차려진 각종 시상식을 비추는 채널들 사이로 2022년 한 해 동안 세계 각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국의 패권을 넓히기 위해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세력 다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란 정부와 이에 맞서 일어난 반정부시위가 조명되었다. 2022년은 강대국과 권위주의 정부들의 국가폭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한 해였다. 

비단 해외만의 일일까?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장면들을 한반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북한의 위협행동은 꾸준히 있어 왔지만, 작년 한 해는 특히 더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북한 전투기들의 근접 위협 비행, 해상완충지역에서의 장사포 사격, 여러 차례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11월에 쏜 탄도미사일 3발 중 한 발은 울릉도 방향 공해상에 떨어져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북한 무인기가 남한의 수도인 서울 상공에 침범했다. 네 대는 강화도 근처에, 한 대는 경기도 김포와 파주, 그리고 서울 북부지역까지 왔다. 이에 질세라 윤석열 정부는 전쟁과 확전을 언급하며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북과 갈등의 골이 깊을수록 실력 있는 방어와 신중하고도 현명한 외교전을 병행해야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다.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트기와 공격용 헬기를 띄웠지만, 굉음만 냈을 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압도적 전쟁 준비라는 무모한 말로 국민들의 불안을 더 키우기만 했다. 

고물가·고금리에 상처 입은 서민경제를 살리고, 숨통을 조여오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날로 심각해지는 불평등, 차별, 혐오의 문제들을 없애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실현하고, 정치적·경제적 민주주의를 더 확장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빈틈을 메꾸기에도 벅찬 이때 또다시 지난 세기들처럼 야만적이고 비민주적이며 문명 파괴적인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이 상황이 무척 걱정스럽다. 

2023년에 희망이 있다면 여전히, 그리고 역시 평화를 사랑하는 민중들의 활동과 서로 간의 연대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푸틴의 러시아를 배척하고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는 러시아 민중들,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심각한 코로나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한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저항하는 중국 민중들, 아시아인과 무슬림에 대한 자국 내 혐오 확산에 반대하는 미국 민중들, 여성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반정부시위를 벌이는 이란 민중들, 미얀마 군부의 폭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미얀마 민중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핵무기와 남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무기 수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아닌 군비축소를 통한 평화로 한 걸음 내딛기를 염원하는 한국의 민중들이 바로 그 희망의 근거이다. 이들이 자국 정부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요구함은 물론, 국경을 넘어 국제연대로 나아가 평화의 목소리를 더 크게 외치는 2023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효성(정의당 강원도당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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