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1890년 10월, 일본은 메이지 천황 이름으로 이른바 ‘교육칙어’를 발표한다. ‘칙어’란 임금이 몸소 타이르듯 내리는 말, 또는 그것을 공표한 글을 뜻한다. 천황의 만수무강을 비는 기미가요가 일본의 국가처럼 불리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교육칙어는 천황에 대한 헌신과 충성을 강요하고 군국주의에 동조하도록 가르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일본 군국주의를 추앙하던 박정희는 ‘국민교육헌장’으로 그것을 계승했다. 

윤석열은 별안간 해괴하고 불온한 교육관을 들고 나왔다. 일본의 천황제와 군국주의에 대한 사상과 이념, 고뇌의 흔적조차 없는 개소리 수준이다. 천공 정도의 지각 능력이 짙게 배어있는 게 느껴진다. 자본(가)에 대한 헌신과 충성을 전제로 한 경쟁 위주의 신자유주의 교육? 작금의 경쟁도 모자라서 더 경쟁하라고? 

군대를 안 갔다왔으니 전쟁이 쉽고, 아이를 안 낳아봤으니 육아가 만만하고, 아이를 안 키워봤으니 경쟁이 놀이 같고, 정상적으로 돈 벌어본 적 없으니 민생이 장난 같고, 공직자로 살았으면서도 국민을 섬긴 적 없으니 국민을 윽박지른다. 찍찍 반말을 일삼으며 그냥 당연하게 개돼지라 여긴다. 

자, 이제 대통령께서 몸소 교육에 대해서 타이르셨으니 그 밑에서 알아서 길 간신배들의 준동을 지켜볼 차례인가? 숱한 경쟁을 헤치고 마침내 박사에 이르신 영부인의 모델을 높이 받들게 될 차례인가? 온국민이 그분의 서비스 정신을 함양할 차례인가?

백년의 대계라는 교육마저 시궁창을 만들어 놓고, 이미 지옥이 되어버린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라고? 노예 충원? 선거 한 번 잘못한 죄로 “반만년 역사”의 민족과 나라가 이렇게 망해간다. 그 옛날 사마천처럼 나 또한 절규하는 것이다. 아아, 하늘이여! 하늘이여!


최근에 윤석열 대통령 꿈을 두 번 꾸었다. 해몽책을 찾아보니까 일반적으로 대통령이나 위인들 꿈은 길몽이라고 되어 있다. 실제로 나는 수년 전 문재인 대통령 꿈을 두어 번 꾸고 나서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그런데 연말에 윤석열님 꿈을 처음 꾸었을 때 집안과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 꿈에서조차 내가 왜 이런 자와 말을 섞고 있지? 이렇게 불쾌해 했던 기억이 자욱하다.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꿈에 윤석열님께서 납시셨다. 내게 뭔가를 주겠다고 하길래 나는 속으로… 아, 이제 이 냥반 욕을 어케 하나? 뭐 이런 지극히 인간적이고도 속물적인 생각을 하였다. 걍 술이나 사주지… 뭐 이런 생각을 한 것도 같으다. 

요즘 나는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술도 술집도 멀리한 채 조신히도 독서와 명상과 산책과 음악감상과… 담을 쌓고 걍 맹하니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전전반측 전전긍긍 전전두엽을 닦고 있는 중이다. 이거 뭔가 푸닥거리라도 해야 하나?

공연히 나처럼 심약하고 섬약하고 유약하고 나약하고 쇠약하고 허약하고 고약한 사람의 꿈에 드나들지 마시고 그 시간에 부디 민생과 경제와 안보와 공정과 상식을 돌보시라. 그 능력 안 되시면 반려견이라도 돌보시라. 그 냥반 또 꿈에서 마주칠까 무서워서 내가 요즘 잠을 몬 잔다. 시바,

류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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