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권력 /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펴냄 

“우리는 순진무구함(비폭력)과 폭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이다.” -메를로 퐁티 《휴머니즘과 폭력》

‘고기가 아니라 생명입니다’ 유명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기습시위를 하는 동물해방 운동가들의 시위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안티비건’들의 조롱에 가까운 댓글이 대다수인데, ‘불쌍해서 상추랑 깻잎은 어떻게 먹는다냐~’ 정도가 주류를 이룬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이 다른 생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그 고기를 입안에 넣음으로써 카리부의 생명을 자기가 잇게 된다는 것” 알래스카 사냥꾼들이 어린 아들에게 순록 카리부를 해체하라고 시키면서 해 주는 말이다. 한 생명을 통해 다른 한 생명이 살아간다는 사실을 통해 ‘자연 속의 나’라는 인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인간이 주인공’이라는 도그마를 깨는 일이다.

“인간이 체계적인 선택과 무의식적인 선택의 방법을 통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랬다면, 하.물.며. 자연이 그리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인간은 눈에 보이는 외부 형질에만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자연은 외부요소들이 그 유기체에 유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양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자연은 생명의 전체 조직 내의 모든 내부기관과 모든 미묘한 체질적 차이에 작용한다.”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다윈이 살던 시기 유럽은 동물들(특히 개)의 동종 교배를 통해 새로운 형질의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유행이었다. 인간에 의한 인위 선택의 결과에 영감을 얻은 셈인데, 순전히 개체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결과는 참담했다. 늑대의 외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개는 장애견이 됐다. 잉글리시 불독은 제왕절개 없이 자연분만이 힘들며, 수면 무호흡증을 앓는다. 블러드하운드는 눈꺼풀이 쳐져 고질적인 눈병을 앓는다. 도베르만은 뛰다가 때때로 쓰러진다. 기면증 때문이다. 인간이 저지른 유전병이 원인이다.

“돌고래를 ‘비인간 인격체’로 보아야 하며, 돌고래는 이에 따른 고유한 권리를 지닌다. 돌고래를 공연목적으로 가두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 2013년 5월, 인도의 환경 산림부는 돌고래 수족관 설치를 금지했다. 비인간(nonhuman)은 2000년대 들어 서구 학계와 사회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동물(animal)을 대신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장애인’,‘비혼’등의 용어를 의도적으로 쓰듯이, 기존의 인간-동물의 지배-피지배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인간이란 표현을 쓰자는 것이다.(328쪽) 

인간과 함께 사냥을 벌인 오스트레일리아 에덴의 범고래들, 사람을 구한 고릴라 빈티주아, 수족관 감금에 저항한 범고래 틸리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의도를 해명할 수 없지만, 군인 194명을 구한 통신병 비둘기 셰르 아미, 사냥꾼에 죽어간 사자 세실, 임종을 예견한 고양이 오스카까지, 이 책은 사자에게 역사를 만들어 주었고 동물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공동의 세계를 조명해 준다. 청소년들에게 강추!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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