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생물 멸종위기Ⅰ급 흰꼬리수리, 동면 솔밭에 서식
20여 년 전부터 중도·소양강 수변에서 관찰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해 요즘 매일 아침 카메라를 들고 상중도와 하중도, 그리고 동면 솔밭 주변 수변을 찾는다. 그곳에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부리에 멋진 흰 꼬리를 가진 늠름한 자태의 주인공, 바로 흰꼬리수리다.

지난 1월 8일 동면 지내리 솔밭 앞 강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흰꼬리수리가 목격됐다. 흰꼬리수리는 매년 춘천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천연기념물이다.

지난 1월 8일 오전 8시 30분경 동면 지내리 솔밭 앞 강변에서 어김없이 흰꼬리수리를 목격했다. 흐르는 강물 한가운데 있는 바위에서 방금 사냥한 작은 새를 뜯으며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흰꼬리수리가 식사에 열중하는 사이 까마귀 한 마리가 조심스레 다가오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흰꼬리수리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게 아닌가! 흰꼬리수리는 이미 배가 불렀는지 그런 까마귀를 개의치 않고 딴청을 부리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흰꼬리수리는 천연기념물 제243-4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으로 매우 귀한 새다. 2021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에 생존하는 흰꼬리수리 개체 수는 약 2만~4만 마리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흰꼬리수리 개체 수는 150마리 미만이라고 하는데, 울산 태화강이나 전남 신안군 등 남쪽 해안가에서 주로 목격되었을 뿐 장기간 머문 개체는 보고된 게 없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강릉 남대천에서 성조(다 자란 새) 한 마리와 유조(어린 새) 2마리 등 2∼3마리의 흰꼬리수리가 월동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조류전문가인 조성원 씨는 춘천에서 흰꼬리수리가 관찰된 것은 20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하중도와 상중도에서도 매년 관찰되고 있다. 동면 솔밭에서 관찰된 흰꼬리수리가 서로 다른 개체라고 본다면 춘천에 서식하는 흰꼬리수리 개체 수가 대여섯 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개체 수가 150여 마리에 불과한 게 맞는다면 적지 않은 숫자다. 아직은 개체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번식 여부도 확인할 수 없지만, 꾸준히 관찰하면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소양강과 의암호 일대는 풍부한 수량과 숲 덕분에 크고 작은 철새들이 많이 찾지만, 이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훼손되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최근 대구에서 강변에 야구장과 파크골프장 건설 문제로 지자체와 환경단체 및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춘천에서도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가 서식지를 떠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학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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