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가 새로운 문화 흐름으로 확산되며,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춘천에도 약 150개 팀의 핸드메이드 창작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근화동396 청년창업공간’을 졸업한 청년들이 곳곳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많은 전문예술인과 다양한 축제, 관광자원 등 핸드메이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풍부한 자원도 갖고 있다. 이에 춘천의 핸드메이드 생태계를 살펴보고 산업화의 가능성을 진단했다.

지난해 10월 ‘라온마켓협동조합은 춘천연극제와 협업하여 봄내극장 마당에서 ‘라온마켓’을 열었다.(사진 제공=춘천연극제) 

코로나 이후, 핸드메이드 시장 급성장

우선 코로나를 거치면서 집에서 즐기는 DIY 키트 판매량 증가가 눈에 띈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 101’의 취미 키트는 2021년 기준 판매량 50만 개를 넘어섰다. 시장 규모도 커지며 산업으로서 도약하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3년 주기로 시행하는 ‘공예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공예산업 전체 매출 규모는 4조2천537억 원으로 2016년 조사 대비 19.7% 증가했다. 대표적인 핸드메이드 마켓 플랫폼 ‘아이디어스(idus)’는 코로나 발생 이후 3년간 N잡러를 비롯해 핸드메이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 지난 연말 작가 수 3만 4천 명을 돌파했고 누적 작품수도 47만 건을 넘어섰다. 매월 방문 고객 수는 500만 명, 한 달 내 재구매율 80%, 누적 구매자 410만 명을 달성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작가별 매출 차이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의 파이가 커졌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스와 유사한 미국의 핸드메이드 플랫폼 ‘엣시(Etsy)’는 나스닥 상장까지 했고, 시가총액은 18조 원에 달한다. 현재 판매자와 구매자 각각 750만 명과 1억 명을 돌파했다. 제품은 1억 2천만 가지가 넘으며,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7% 증가한 5억9천45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핸드메이드 산업의 장점

핸드메이드는 문화 활동을 넘어 일반 제조업과 차별되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문화산업이다. 특히 청년 및 경력단절 여성, 중장년층 소규모 창업(2019 공예산업실태조사)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전문예술인들의 자생 방안으로도 활용된다. 특히 지역의 사회적 경제 분야와 도시재생·공동체 활성화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춘천 및 전국의 법정문화도시사업의 주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또 환경과 윤리적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 지역 홍보에도 도움을 준다. 춘천에서도 지난해 ‘소양하다’(문학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카페테리아), ‘르사봉’(로컬 비누 제작), ‘예술밭사이로’(시각예술 작가팀) 등이 춘천의 ‘물’을 주제로 협업, 춘천기념품키트를 제작했다.

춘천, 핸드메이드 산업화 토대 갖췄다

그동안 춘천에서는 프리마켓 중심으로 핸드메이드 시장이 형성되어 왔다. 2011년 시민단체가 주관한 봄내누리벼룩시장부터, 예술인 중심의 ‘춘천아트마켓’, 육림고개 프리마켓, 호반장, 도시재생을 위해 진행된 번개시장 담벼락마켓, 뚝방협동조합의 뚝방마켓, 춘천시민마켓협의회의 약사천봄내시민마켓 등 다양한 프리마켓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와 마켓 운영진 내부 사정 등의 이유로 대부분 활동이 멈췄으며 2017년에 결성된 춘천시민마켓협의회도 지난해 해체됐다. 현재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오는 프리마켓은 ‘라온마켓’(라온마켓협동조합이 2014년에 시작)과 청년창업공간 근화동396의 ‘마켓396’, 실레마을의 ‘려우마켓’ 등이며 지난해부터는 상권 살리기를 위해 명동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프리마켓이 있다. 

프리마켓은 줄었지만 스마트스토어, 아이디어스 등 온라인 마켓, 삼악산케이블카와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자리한 기념품 판매장 ‘설레임, 春川’ 등 오프라인 마켓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확장해가고 있다. 삼악산 케이블카 판매장은 지난해 3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또 근화동396을 졸업한 청년들은 춘천 곳곳에서 창업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면서 취미·부업형에서 1인 창업 및 2인 이상 공동사업자가 나오는 등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르사봉’은 지역 먹거리로 만든 수제비누로 중소벤처기업부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되는 등 기업가 정신을 갖춘 팀도 등장했다.

‘손의 도시, 전주’ 핵심 플랫폼인 전주공예품전시관 홈페이지에서 장인들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출처=전주공예품전시관 홈페이지)

산업적 시각의 지속적 정책 마련해야

하지만 핸드메이드 창업자들의 사업자등록이 제각각이어서 춘천의 핸드메이드 종사자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는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2018년 핸드메이드 기반 지역상생 사업 당시 춘천에는 약 150개 안팎의 핸드메이드 창업팀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후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예문화산업 진흥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예문화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 한국 공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공예문화산업의 발전과 확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춘천은 지자체 차원에서 핸드메이드 산업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 시 홈페이지에 검색어 핸드메이드·공예·수공예 등을 검색해도 담당 직원이나 사업 등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는다. 아직 지역의 주요 산업으로 분류·관리되고 있지 않고 현황파악도 안 되고 있다. 물론 근화동396, 육림고개 청년몰, 삼악산 케이블카, 춘천명품관 등의 담당 공무원은 있지만 청년창업 및 관광정책으로서만 접근하고 있으며, 핸드메이드 관련 지원도 관광과 사회적 경제 분야의 개별 사업 단위에서만 드물게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공예창작지원센터와 전주 사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공예문화산업 증진을 위하여 2019년부터 ‘공예창작지원센터’조성을 지원해오고 있다. 2~5개 이내의 공예 분야 기술 장비 및 디지털 장비 운용이 가능하며 공예문화산업 증진을 위한 지역의 공예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1천㎡ 내외)이다. 현재 서울 노원구·경기 여주·충남 아산·전북 정읍·경남 진주·전남 나주 총 6곳에 센터가 건립됐다. 올해는 오는 31일 공모설명회를 앞두고 있다. 춘천시도 도전하여 강원지역 공예거점 역할을 할 만하다. 이에 시 기업과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다”라고 답했다.

시가 나서서 핸드메이드 종사자 파악에 나서야 한다. 전주시를 배울 만하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손의 도시, 전주’라는 도시브랜드를 정하고, 핸드메이드를 일상적인 시민문화로 정착시키고 산업 부흥에 나섰다. △지역 무형문화재 18명의 기술·역사·스토리 등 아카이브 구축 △핸드메이드 작가 창작 역량 강화 △다양한 유통 마케팅 채널 확대·운영 △전시 지원·상품 및 디자인 개발 맞춤형 컨설팅 △500여 개 수공예품이 등록된 온라인 쇼핑몰 조성 △핸드메이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한국공예 장인학교’ 운영 등이다. 특히 한옥마을 내 전주공예품전시관을 거점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상품판매 및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홈페이지(www.jeonjucraft.or.kr)는 지역 핸드메이드 작가와 공방, 거의 모두를 소개하고 있으며, 3D 전시 관람부터 쇼핑까지 아우르는 제대로 된 플랫폼 역할을 해내고 있다.

상설프리마켓 존, 특성화된 상설매장, 각종 답례품

최근에 들어와 춘천의 핸드메이드 종사자 상당수가 가내수공업 수준을 벗어나 사업자로 나서며 생태계가 다져지고 있다. 하지만 이구동성으로 지자체 차원의 홍보지원과 소비자 접촉 기회 확대를 바라고 있다. 시가 그런 바람을 담아내어 종사자들을 모으고 엮어낸다면 상시적이고 규모화된 핸드메이드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시가 추구하는 고품격 관광도시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의암호·공지천·석사천 등 특정 공간에 상설 프리마켓 존 조성 △공공기관 및 고향사랑기부제의 답례품으로 활용 △주요 관광지 및 도시재생사업구역의 개성이 반영된 특성화된 매장 조성 △디자인 및 상품 기획 역량 강화 지원 △온·오프라인 특성에 따른 창작자 맞춤형 컨설팅 등 비교적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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