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면에서 언급했듯이 핸드메이드는 춘천의 문화도시 사업과 도시재생사업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기자도 그동안 수많은 문화현장에서 각자의 감성과 손맛이 담긴 나만의 작품을 만들면서 핸드메이드의 매력에 푹 빠진 청년세대·중장년세대·주부·경력 단절 여성 등 다양한 시민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창업을 꿈꾸고 있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또 전문예술인 중에는 생계의 한 방편으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싶지만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작가도 있었다. 창업은 했지만 치열한 경쟁과 중국 등 저가 대량 생산 제품대비 낮은 가격경쟁력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에 빠진 핸드메이드 종사자도 만났다.

강원디자인진흥원의 상품화 지원사업 결과물들

이에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핸드메이드 창업가와 디자인 전문가의 조언을 담았다. 우선 지난해 9, 10월에 근화동396 청년창업공간에서 진행된 특강은 핸드메이드 종사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다음으로는 춘천시가 핸드메이드 산업화에 나설 경우, 디자인 측면에서 지역 핸드메이드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어떻게 창작자들을 지원할지 새겨들을 만하다.

공모전·SNS·창업지원사업·펀딩·작품이냐 제품이냐 선택

‘미미달’은 고려청자 스마트폰 케이스(사진③)와 무선 이어폰 케이스 등 한국전통 문화재를 모티프로 삼은 제품을 만들어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BTS의 한 멤버가 고려청자 케이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공개되며 국내·외 젊은 세대의 구매욕을 불러일으켰다.

한상미 대표는 예비 창업가와 초기 창업가가 공모전, SNS, 창업 지원사업, 크라우드펀딩을 꼭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외적인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는 오로지 디자인의 우수성과 제품에 대한 가치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이럴 때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게 수상 이력입니다. SNS는 소비자와 즉각적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또 브랜드의 포트폴리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한 홍보수단입니다.”

“창업 지원사업의 경우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다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나는 창업 지원사업 지원 당시에 심사위원에게 타당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일 년여 기간 동안 공모전 출품과 크라우드펀딩을 수차례 진행했어요. 다만 너무 많은 지원사업에 도전하면, 창업자가 머릿속에 그려놨던 브랜드 스케줄이 지원사업 일정에 맞춰 돌아갈 수 있으니 선후·경중을 잘 따져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생산자금 확보와 홍보를 위해서 특히 예비 창업가라면 실용성 테스트의 목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고요, 현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시장에 정식으로 제품을 출시하기 이전에 소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펀딩에 꼭 도전해 보길 보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완성도가 부족한 제품으로 펀딩을 시도하는 것은 브랜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비즈니스는 무엇인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업을 운영하며 느낀 건, 아무리 애써도 매출 규모에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잘할 수 없는데, 그럼 우리 매출은 이게 최대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고 거기서 만족한다면 소규모로 운영하면 되겠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브랜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팀원을 꾸려갈 것인지, 시스템은 어떻게 정립해나갈 것인지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성을 잡아가야 합니다.”

“또 다른 기준으로, 내가 만들고 있는 게 작품인지 제품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작품이 나에게서 시작한다고 본다면, 제품은 남에게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어요.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게 작품이라면, 디자인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나의 커리어를 올리는 게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겠고. ‘아니다! 나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라고 한다면 이 제품이 지속적인 수요가 있을지, 대중적으로 통하는 물건일지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호호히’의 나주 인디고 샴푸바  출처=호호히 홈페이지

브랜드 아이덴티티 명확히 정립해야

‘모노무브’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 창립 후 서울시 지역 상생 청년창업 지원사업 ‘넥스트 로컬’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짧은 시간 내 대표 로컬 기반 브랜드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 모노무브가 론칭한 브랜드는 플라스틱 프리, 비건 바디케어 브랜드 ‘호호히’다. ‘빛나고 맑게’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로컬에서 온 건강한 원료를 활용해 플라스틱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샴푸바, 워시바 등 고체 형태의 바디케어 제품을 만든다. 

정다솜 대표는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은 자본으로도 소비자에게 브랜드 정보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차별화와 시스템을 통해 브랜드를 구축해야 해요. 나만의 강점을 찾아서 그 강점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시스템을 통해 창업가의 고민과 미션을 어떤 방법으로 얼마만큼 실현할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부족한 약점을 보완하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오히려 평준화된 모습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반대로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시도를 한다면 더 차별화된 모습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갈 수 있어요. 호호히는 직접 생산이 어려운 약점을 스토리텔링이라는 강점으로 극복했어요. 전남 나주의 쪽 추출물을 넣은 샴푸바(사진②), 전남 장성의 편백오일을 이용한 워시바 등 로컬자원만의 역사적인 스토리가 깃든 친환경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며 차별화했죠.”

“사업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명확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으로 선택의 연속이 이어진다면 한 브랜드의 브랜드성이 드러납니다. 호호히는 상품기획부터 패키지 디자인·판매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을 실천하고 지구 생태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속가능’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습관’이라는 단어를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하여 브랜드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친환경 소비 습관이 생기며 더 나은 지구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입니다.”

“브랜드 네이밍도 브랜드의 철학이 녹아 있고 어려운 외래어보단 부르기 쉽고 외우기 쉬운 말, 인터넷 검색 시 브랜드 정보가 우선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해요. 패키지 디자인은 제품의 특성을 잘 반영했는지,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편리한지, 디자인이 법적 규제에 맞는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적합한지, 심미적 측면에서 브랜드다움이 잘 드러나는지 등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교육·멘토링·판로까지 원스톱 지원으로 고도화

강원디자인진흥원은 지난해 지역 디자이너의 역량 강화와 지속 가능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디자이너 굿즈 상품화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총 5개 팀이 선발되어 역량 강화를 거쳐 현재 디자인진흥원에 전시 중(사진①)이다. 사업을 진행한 강원디자인진흥원 디자인진흥팀 신경철 팀장은 지역 핸드메이드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 교육·멘토링·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자인과 산업을 분리할 순 없어요. 디자인은 철저하게 상업적입니다. 순수 예술과 달리 철저하게 타깃이 있어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와 시장 분석입니다. 내가 상품을 내놓았을 때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사전에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나온 결과물에 미적 감각을 담아야 합니다.”

‘미미달’의 고려청자 스마트폰 케이스  출처=미미달 홈페이지

“지역의 예술가 중에는 작품 활동만으로 수익 창출이 안 되니까 소소하게 뭘 만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지난해 그런 창작자를 선발해서 사업화할 수 있는 굿즈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제품 제작·지원을 했습니다. 핸드메이드 시장이 굉장히 넓어지니까. 예술가들도 시장에 뛰어들어서 파이를 나눌 수 있게 된 겁니다. 참가자들은 결과물을 가지고 전국의 프리마켓에도 다니며 생각과 현실의 차이를 직접 겪으며 실전 감각을 익혔어요. 그게 중요해요.”

“지원을 많이 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어떻게’가 더 중요합니다. 내가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렇게 한번 만들고 싶습니다고 했을 때 그걸 컨설팅해 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창작활동만 했던 사람이라 비즈니스를 몰라요. 원스톱 지원의 첫 번째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교육입니다. 다음으로 맞춤형 멘토가 붙어야 해요.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때 시장과 타깃소비자 분석부터 작가의 성향까지 고려한 가이드를 만들어 줍니다. 다음으로 지원금을 통해 그에 맞는 시제품을 제작해야 합니다. 이후 판로를 터주는 것까지 도와줘야 합니다. 제품 제작비만 지원하고 이후에는 알아서 하라고 손을 놓으면 산업은 고도화될 수 없어요. 그렇게 전후를 아울러야 제대로 된 지원입니다. 그래야 창작자가 계속해서 사업화를 이어가는 힘이 생깁니다.”

“이런 게 진정한 디자인 프로세스예요. 눈에 보이는 겉 포장이 디자인이 아닙니다. 강원디자인진흥원이 나아갈 방향이기도 합니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그런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상품을 지역의 관광 상품과 연결해야 합니다. 행정기관과 연결해서 지역 특색을 살린 기념품으로 출시되어 기관 선물용으로도 사용되면 좋죠. 그런 순환구조를 마련하는 것도 지자체의 역할입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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