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란 무엇일까?

핸드메이드 제품, 즉 손으로 실용적 목적을 포함한 어떤 물건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물론 구석기 시대(사실 목기 시대에 가깝지만)부터 인류는 돌과 나무를 이용해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연이 주는 도구를 손으로 변형하는 모든 작업을 핸드메이드로 본다면 구석기 시대부터 핸드메이드 제품이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춘천의 여러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제품을 모아 놓은 오프라인 플랫폼 매장 ‘설레임, 春川’

하지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핸드메이드 제품은 산업혁명을 통해 대량생산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산업혁명 때부터 핸드메이드 활동이 시작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래 특별한 개념이 필요하지 않던 일상이었던 행위가 대량생산과 대비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았다는 뜻이다. 즉 베를 짜고 짚신을 삼는 일이 특별해진 것은 공산품이 들어오면서부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전에도 대량생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규모의 대량생산은 인쇄, 화폐 등에 존재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은 공예가의 노력이 아니라 산업 기술이었다. 따라서 공장주들은 생산과 기능에 집중했고, 자연스럽게 제품의 예술적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에 대한 반발로 예술적 가치를 되찾기 위한 핸드메이드 운동이 윌리엄 모리스를 필두로 시작됐다. 윌리엄 모리스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바우하우스는 산업과 연계된 시각 교육을 시작했으며, 이를 토대로 산업 기술 설계와 연계한 미적, 기능적 설계 활동, 즉 디자인과 디자이너란 관념이 만들어지게 됐다. 따라서 대게는 예술적, 장인적인 소규모 생산 공예와 산업, 공학적인 디자인을 대비해 핸드메이드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경계가 두부 자르듯 명확한 것은 아니다. 특히 21세기에 이르러서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가령 3D프린터를 이용한 개인의 작품은 거의 모든 작업을 기계가 수행하지만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핸드메이드라는 개념은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재료의 발견이 이루어질 때마다 변화가 가능한 유연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핸드메이드 제품이 되는 재료나 형태도 매우 유연하다. 전통적으로는 목공예, 유리공예, 도자공예, 염직공예, 금속공예, 종이공예, 가죽공예, 구슬공예, 매듭공예 등등이 있지만 단지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일 뿐 단단한 규칙은 아니다. 만약 누군가 폐건전지나 먹고 남은 닭 뼈로 공예를 한다고 해도 충분히 공예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이러한 창조성은 핸드메이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스포츠에는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만약 축구에서 손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축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핸드메이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기존에 구축돼있는 개념과 규칙을 찢고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것, 철학자 들뢰즈는 그런 존재를 괴물이라고 부른다.

산업으로서 핸드메이드

이처럼 핸드메이드 제품은 무한한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으로서 핸드메이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품이라는 내용물을 담는 그릇, 즉 판로 역시 더욱 다양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핸드메이드 제품은 제품과 제작자의 특성에 따라 몇 가지 대중화된 판로를 이용하고 있다. 크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눌 수 있고, 이는 다시 스스로 홍보와 운영을 전적으로 맡을지, 수수료를 주고 플랫폼을 이용할 지로 나뉜다. 즉 온라인 플랫폼, 온라인 마켓, 오프라인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류는 거칠게 선을 그은 대분류일 뿐이다. 온라인에서는 오픈 마켓, 스마트 스토어, 쇼핑몰 등 으로 세부화되어 있고, 오프라인에서도 단순히 매장을 열거나 프리마켓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춘천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소박한풍경’도 현재 이러한 핸드메이드 상품 유통의 다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소박한 풍경’은 오프라인 판매의 경우 실력과 자본을 겸비해 자신의 매장을 운영하거나 프리마켓에서 판매하는 방법은 상시로 판매하고 싶지만 매장을 운영하기는 어려운 판매자들을 위해 소양강스카이 워크, 삼악산 케이블카에 ‘설레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한 작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두 곳의 매장도 장소와 공간, 고객의 차이를 감안해, 서로 상이한 작품을 비치하고 있다. ‘소박한 풍경’ 대표 지은진 조합원은 똑같은 오프라인 플랫폼이라도 하더라도 각각의 매장이 특화돼 다양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박한 풍경’ 지은진 대표 인터뷰 “장소에 따라 특화된 제품 비치해야!”

춘천의 경우 작은 단위의 여러 마켓들이 생겼었고 그게 뚝방마켓을 통해서 한번 볼륨업이 됐었다. 현재는 전체 150개 팀, 활발히 활동하는 팀이 40여 개팀으로 추산하고 있다. 규모화가 됐다가 이제 작게 하는 것으로 한계가 느껴지니까 스케일을 키우고 여러 팀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상시적인 매출이 일어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14년 실험적으로 쿱박스를 시도했었다. 자신의 매장을 갖는 게 꿈이긴 한데 공방을 유지할 만한 상품을 판매해서 유지한다는 게 어려운 작가들을 위해 만든 카페가 쿱박스였다. 진열장 한 칸씩 입점한다는 개념으로 했다. 한 칸에 월 입점료 만 원, 판매 수수료를 20%였다.

쿱박스 실험은 종료됐고 이러한 경험을 발판으로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삼악산케이블카에서 설레임 매장을 두 군데 운영하고 있다. 이름은 같지만 진열된 제품은 대부분 다르다. 장소와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악산케이블카의 경우 관광객들의 비용을 좀 더 과감하게 사용할 것으로 파악해 비교적 고가의 제품을 진열해 놓았다. 소양강스카이워크의 경우에는 반대로 저렴하고 작은 상품을 비치했다. 입장권을 사면 교환해주는 2천 원의 춘천사랑상품권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특화시킨 결과 지난해 삼악산케이블카 매출이 약 3억3천만 원, 소양강스카이워크의 매출이 9천만 원을 기록했다.

제품의 질이나 가격도 물론 중요하다. 제품의 수준을 높이고 단가를 조정해 팔릴만한 상품으로 만드는 컨설팅도 하고 있다. 주로 소비자의 의견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어느 작가가 2만 원짜리 제품을 가져왔을 때, 객관적으로 볼 때 1만5천 원이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자. 그러면 안감의 재료, 재봉 방식을 바꾸거나 하는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조언한다.

자체적으로 판단할 때 핸드메이드는 충분히 규모화, 산업화가 가능하다. 지금은 가내수공업처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원을 잘 모으고 판매 전략을 잘 짜면 공공기관에서 답례품이나 판촉물 등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재작년 커피 축제에 커피 자루를 이용한 업사이클링 가방을 판촉물로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600만 원어치 납품했다. 또 지난해에도 시청 여성 공무원 모임에서 연말에 선물로 핸드메이드 가방 200개를 구매했다.

이러한 규모화, 산업화를 위해서는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분류하고 작가들의 역량과 장점 등 개인적 성향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판로를 진단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객관화가 선행되면 핸드메이드 종사자의 강점, 상품과 부합하는 채널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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