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물 인터뷰는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 제작한 <Spring 100, Spring! vol.3>에 수록된 인터뷰입니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문화도시 시민협의체 봄바람이 직접 추천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입니다. 출판인을 꿈꾸는 지역의 청년들, <로컬에-딛터>가 아카데미 실습 과정으로 직접 인터뷰와 사진 촬영,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춘천을 사랑하는 ‘춘천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재단과 에디터의 허락하에 전재(轉載)하기로 합니다. - 편집자 주

 

재밌는 우연이 필연이 되게끔 도라이 작가 김병래

남이섬에서 공예원 작가로 13년간 일했지만, 딸이 태어나고 잦은 외부 출장이 마음에 걸려 퇴사했다. 지금은 ‘도라이 도예 공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외부 강의와 체험 활동도 진행 중이다.

춘천 중앙초등학교 작은 골목길에 자리 잡은 ‘도라이 도예 공방’. 아이들이 지나가며 ‘도라이래!’ 하며 꺄르르 웃으면 함께 미소가 지어진다. 빛날 ‘병’, 올 ‘래’. 빛이 온다는 뜻의 이름처럼 질그릇 도陶에 올 래來자를 쓴다. 빛나는 사람이 만드는 도자기가 오는 곳.

그의 원래 전공은 컴퓨터 그래픽이다.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했으나 알고 보니 공예과의 이름을 바꿔놓은 케이스였다. 전과를 할까 고민했지만 생각보다 재밌어서 편입까지 하게 됐다. 추가로 선배들과 술을 먹다가 전과의 기회를 놓친 이유도 있었다고.

“컴퓨터는 내용물이 바로바로 보이잖아요. 프린터로 바로 뽑을 수도 있고. 그런데 도자기는 만들 때, 건조할 때, 가마에서 나왔을 때가 다 다르기 때문에 계속 새로움이 느껴져요. 내가 원하는 대로만 나오지도 않고요. 원래는 되게 급한 성격이었는데 이런 과정들을 반복하다 보니 기다림에 익숙해졌어요.”

어떤 도자기가 좋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김병래는 되묻는다. 당신이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싶은지, 당신이 좋아하는 건 뭔지.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사람도 있고 한참을 머뭇거리는 사람도 있다. 생소하기에 겁내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춘천시민들이 더 많은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지 말해주고 싶다.

“도자기를 잘 보려면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찾는 게 좋아요. 가격을 떠나 내 마음에 들고, 내가 썼을 때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게 가장 좋은 도자기라고 생각해요.”

김병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의 작업실에는 술잔에서 목욕하는 강아지, 초록 잎 모자를 쓴 눈사람 등 따스하고 해맑은 작품들이 가득했다.

최근 들어 그는 작품으로 의자를 만든다. 사람들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은 어딜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현대식 의자 대신 어쩐지 정감 가는 옛 초등학교 의자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다. 빈 교실에 아무도 없이 의자들만 쭉 있는 장면도 한번 상상해 본다. ‘여기는 사람이 앉을 자리. 그러니까 분명히 사람이 올 거야.’

세상과의 재밌는 소통을 흙의 물성으로 차분히 기록하는 김병래의 작품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editor 김준영

 

지금은 춘천에 살고 있습니다 이십삼세 김상진

3년 전 고등학교 졸업 이후 우연히 춘천살이를 시작하였다. 현재 츠츠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김상진은 스무 살이 되던 2020년 5월, 경기도 고양에서 춘천 사북면 송암리에 있는 솔바우 마을로 이주했다.

올해 스물세 살의 김상진은 유튜버, 포토그래퍼, 도네이션 하우스 주인장, 여행 작가 등 다양한 일을 한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은 하고 본다는 도전 정신으로 이뤄낸 성과가 하나하나 대단하다.

18살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현재 10만 구독자를 넘어섰다. 방문자마다 원하는 만큼 기부하고 머무는 도네이션 하우스 ‘상진여행집’은 운영하던 2년간 600명에 달하는 손님이 다녀갔다. 조용한 마을에 청춘들이 모여드니 동네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졌다. 도시에서, 아는 사람들과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소통하며 쉴 수 있는 ‘상진여행집’에서 많은 이들이 좋은 기억을 갖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상진여행집’은 김상진에게 첫 사회생활이었다. 처음에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법을 몰라 갈등을 빚기도 하고, 나만의 공간이 없어 가지는 스트레스도 컸었다고.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크게 성장했다고 말한다.

취미로 즐기던 사진으로 이제는 프로필 전문 사진관 ‘스튜디오 츠츠’도 운영 중이다.

“일단 저는 하고 싶으면 시작하고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노력해요. 그게 제 전부예요.”

김상진은 도네이션 하우스를 위한 집을 찾기 위해 전국 팔도 부동산을 다 뒤졌고, 사진을 배우기 위해 서울의 스튜디오 열 군데에 직접 연락해 무급으로 어시스턴트를 하고 싶다고 연락했다. 모든 것이 그의 열정만큼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빠르게 배우며 앞으로 나아간다.

김상진이 춘천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해피초원목장이다. ‘상진여행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15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라 알게 됐다.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목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자면 말 그대로 ‘해피’해진다고.

“태어난 곳은 서울, 주로 산 곳은 경기도 고양, 지금은 춘천에 살고 있습니다.”

춘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경험한 스물세 살 김상진은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앞으로도 뜨겁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주저 없이 달려나갈 김상진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ditor 윤성준

 

우리의 살림집으로부터 행복을 한옥에서 집의 행복을 찾는 청년 김선중

3대째 한옥 연구를 하는 기업을 잇고 싶어, 한옥 복합문화공간 조성의 출발점으로 ‘스테이 운공’을 운영하고 있는 초보 사장님이자 로컬 크리에이터. 춘천 남산면과 홍천 북방면의 경계에는 집의 행복을 찾아 나선 의연한 청년 김선중이 존재한다. 고민이 생길 때면 속초로 향한다.

한옥을 익숙하게 보고 자랐지만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결심한 진로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로 떠났으나, 거기엔 그가 찾던 성공이 없었다. 도시생활은 갑갑할 뿐이었다. 춘천으로 돌아와 근화·소양동 도시재생 인턴생활을 하며 작은 동네에서 편안함을 되찾았다. 이때 한옥 복합문화공간 조성의 근간이 되는 폐공간 양성화에 대한 영감도 얻었다. 우연히 방문한 어머니의 한옥학교에서 괜찮은 입지와 이미 갖추어진 자료, 스토리에 나만의 사업을 해봄직하다는 구상을 하게 됐다. 그렇게 공간 재생은 ‘스테이 운공’으로 시작하고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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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폐교가 특징적인 복합문화공간은 스테이, 식음료 공간, 박물관 세 장소의 운영을 목표로 한다. 윗대에서 물려주신 ‘우리의 살림집(한옥)으로부터 행복을’이란 모토를 이어받았다. 한옥은 하나의 건축양식일 수도 있지만, 우리 주거 형태에 맞춰진 살림하는 집이다. 그는 거기서 배울 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한국인의 체형, 생활양식에 맞춰져 있는 한옥이 분명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요소를 가졌다고 확신했다. 운공은 한옥의 기둥에 들어가는 부자재 중의 하나인데 구름 문양의 기둥을 뜻한다. 집에 구름을 새기면 ‘하늘 위의 집’이 된다는 옛사람들의 의미를 되새겨 방문객들이 귀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그리고 숙소에서 귀한 대접을 하겠다는 정갈한 두 마음을 담았다. 집의 행복에 가까워지는 일이란 나만의 편안한 공간이며 집안의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옥을 통해 가능하다.

퇴근할 때 지는 석양과 탁 트인 밤하늘의 별을 보다 보면 강원도 시골살이의 자그만 아쉬움은 사그라진다. 그는 어느 한 도시가 아닌, 춘천과 홍천 언저리에서 경계의 정체성으로 살아간다. “인근 마트에 가서 종량제를 찾으면 춘천, 홍천 두 가지 종류 중 어떤 게 필요한지 물어봐요. 이런 일화처럼 도시의 경계에서 지내는 일은 불편한데 재밌기도 해요.” 때로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이자 사장님으로 져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허들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하고자 하는 걸 스스로 생각해서 이루어낸다는 자부심이 그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보통 한옥은 문화재, 감성 스테이와 같이 경험적 공간으로 여겨지는데, 그는 한옥에 녹아 있는 우리 삶에 밀접한 특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인구 유입을 통해 지역이 활성화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멀지 않은 훗날, 춘천과 홍천 사이에서 마음이 맞는 또래의 동료들과 열심히 일하는 김선중과 완성되어갈 그의 공간을 그려본다. 분명 자신이 원하는 평범한 삶에 도달한 모습일 것이다.

editor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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