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춘천 일원에서 중세시기의 문화유적이 집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확인되는 유적들은 춘천 역사의 가장 빈약한 부분을 메워 주는 기초자료가 되고 있다. 사실 춘천지역의 중세시기는 신라의 북진에 따른 주(州)의 설치, 질암성(迭巖城)이 봉의산성일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고려시대에는 왕건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춘천 호족의 이야기 그리고 몽골의 침입에 따른 춘천 주민의 항쟁 정도였다. 특히, 고려시대 춘천의 모습은 몽골 침입에 따른 참상 이외에는 춘천칠층석탑과 춘천근화동당간지주가 전부였다.

개발 이전의 기와집골  사진=김남덕

2022년에는 옛 캠프페이지부지와 함께 주목할 만한 발굴조사가 있었다. 이전 글(2021년 12월 5일)에서 이야기했지만 그동안 수약주, 우두주, 삭주의 치소(治所)가 춘천 일원일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양상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옛 캠프페이지에 대한 조사와 소양로 일원에 대해 크고 작은 발굴은 춘천지역 중세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의 중심지에 대한 실마리도 풀리고 있다. '춘천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부지'에 대한 조사 결과, 경사면을 계단식으로 정지하고 건물을 축조한 건물지와 봉의산에서 시내로 연결되는 도로가 확인되고 있다. 봉의산으로 오르는 도로 남쪽으로는 강돌을 바닥에 깐 배수로가 확인되었다. 이것은 경사면에 있는 배수로 때문에 발생할지 모르는 토양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적어도 중세시기 춘천의 행정관서 위치를 비정할 수 있는 자료가 확인된 것이다. 춘천칠층석탑이 있는 사원 공간과 함께 북쪽에는 관청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시기는 알 수 없으나 e편한세상춘천아파트부지에서 확인된 기와가마가 추가로 확인된 점으로 보아 기와집골과 e편한세상춘천아파트 부지를 연결하는 구릉 경사면에는 춘천 관내 건축 자재를 공급하는 생산시설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고고학적으로 보면 이번 사업 부지는 춘천 중도동유적에 버금가는 성과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이 지역은 고려시대 이후, 춘천지역의 일제강점기와 남북 분단 이후에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과연, 아파트가 준공되고 나면 주민들은 과거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관청과 기와를 굽던 곳이 있던 곳이었다는 알 수 있을까?

아니면 2002년 1월 14일부터 3월 19일까지 방영된 KBS 월화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준상이네 집(소양로 2가 908번지)”이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한류 붐을 불러일으킨 이 멜로드라마가 춘천에서 일부 촬영되고 외국에 널리 알린 아이템이었다.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춘천지역의 중심지였다는 사실 외에 세계 곳곳에 춘천이라는 작은 소도시를 알린 것은 이 <겨울연가>였다.

심지어 춘천을 방문한 일본 고고학자도 <겨울연가> 포스터를 주면 너무 기뻐하기도 하였다. 집에 가서 아내에게 전해 주면 너무 기뻐할 것이라고...

이제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서도 고려시대 관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춘천의 선사, 고대, 중세, 근대의 모든 역사가 허무하게 인멸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심재연 (한림대학교 한림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

참고한 글 : 경강문화재연구원, 2022, 「춘천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 시발굴조사 약식보고서」. http://fhtlstk-63.tistory.com/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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