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고역사(고력사, 高力士)라는 인물이 있다. 중국 당나라 현종 시대의 환관이다. ‘개원의 치(治)’를 구가했던 현종이 34세 연하의 며느리 양귀비에 빠져 혼군의 망도를 달리고 있을 때 그나마 충성을 다했던 환관이었다. 

당시에 궁중시인(어용시인)으로 빌빌거리고 있던 이백(이태백)이 양귀비의 미모와 나아가 현종과의 사랑을 찬양하고 칭송한 <청평조(淸平調) 3수>를 짓자 과거의 원한(이백 형이 술에 취해 고역사에게 신발을 벗기게 했다지ㅎ)을 앙갚음하느라 그 시를 양귀비를 음해하는 풍자시라고 모함해서 졸지에 이백을 실직자로 만들었다. 시인 이백으로선 참으로 다행한 일이겠으나 순수 예술혼을 짓밟은 처사는 몹시도 괘씸하기 짝이 없다.

고역사의 득세로 인해 당나라는 결국 환관의 나라가 되어서 망했다. 현종은 비참하게 죽었고, 양귀비는 목을 매달아 자결했다. 예술을 소모품 내지 트집 거리로 왜곡한 업보가 아니겠는가.

지난 새벽에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려던 ‘굿, 바이展 인 서울’ 전시회 작품들을 국회 사무처가 새벽에 기습적으로 무단철거했다고 한다. 야당 출신 국회의장과 역시 야당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이광재 씨가 사무처장으로 재직 중인 국회 사무처가 벌인 폭거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알아서 기는 자들이 도처에 출몰하고 있다. 간신 모리배의 피를 나눠서 수혈하고 자기들끼리 헌혈하고 있다. 30여명 작가들의 50여 작품들이 그리는 풍자와 유머의 세계를 감당하지 못하는 정권이고 정치라니! 

예술을 탄압하고 예술가를 적으로 돌리는 정권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모르는 극성 돌대가리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젖 비린내 나고 족 비린내 나는 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얼마나 가리고 싶고 숨기고 싶은 짓들이 많으면 예술과 메타포를 무서워 하는가. 

나라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예술조차 하나의 이념에만 복무하라는 빨갱이들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참 잘도 해처먹는다. 아아, 시바!


가수 김광석 형 27주기입니다. 참 많은 세월이 무심히도 흘렀습니다. 스물 예닐곱 살 대학생 시절에 쓴 가사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 기적입니다. 겸손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매달 저작권료로 막걸리값 보태주는 김광석 형, 제가 여기서 당신을 기억하니 당신도 거기서 저를 기억하시겠지요. 평화로운 안식을 기원합니다.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람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 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류근 시인을 아무리 존경해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 

페이스북 포함 사이버 공간에서 남의 글을 도용해 자기 글인 것처럼 내세우는 분들 계십니다. 출전도 밝히지 않은 채 이렇게 슬쩍 한두 줄 끼워넣은 다음 자기 글인 양 시치미 뚝 떼고 계시면 김건희 박사스럽지 말입니다. 

정의를 요구하시려면 방법도 정의로워야 합니다. 보O드림에 올라왔다는 사진의 글 보고 참 우울했습니다. 더구나 이 글은 이미 신문에도 인용된 글인데 이삭줍기 좀 민망하지 않습니까? 부끄럽고 무례한 짓은 이 정권이 하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칩니다. 안타깝습니다. 

“군대를 안 갔다왔으니 전쟁이 쉽고, 아이를 안 낳아봤으니 육아가 만만하고, 아이를 안 키워봤으니 경쟁이 놀이 같고, 정상적으로 돈 벌어본 적 없으니 민생이 장난 같고, 공직자로 살았으면서도 국민을 섬긴 적 없으니 국민을 윽박지른다. 찍찍 반말을 일삼으며 그냥 당연하게 개돼지라 여긴다.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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