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교동 보나커피집에서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시민모니터링단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는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송현섭 사무팀장이 맡았다. 설명회 강연 일부를 정리한다.

일회용품 포기 못 해 세척 시설 없애는 현실

이번 프로젝트는 타 지역의 한 단체가 제안해서 시작됐다. 전국에 있는 활동가들이 힘을 모았다. 현재 50여 개의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춘천은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에너지카페 사과나무가 참여하게 됐다.

지난 19일 교동 보나커피집에서 열린 시민모니터링단 설명회

일회용품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첫 번째로 2018년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에 대한 규제가 결정됐다. 3개월간 홍보를 하고 8월부터 실제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매장 대부분이 일회용 컵 사용을 중지했다. 춘천에서도 유명한 카페들이 모두 다회용 컵을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다회용 컵 사용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물론 일부 카페에서는 꼼수가 있었다. 플라스틱 컵만 규제 대상이었기 때문에 종이컵 두 개를 겹쳐서 주거나, 일회용 컵으로 분류되지 않는 두꺼운 플라스틱 컵을 일회용 컵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도 1년 반 정도 다회용 컵 사용이 문화적으로 잘 정착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2월 코로나가 터지면서 사태가 전환됐다. 처음 맞아보는 코로나로 인해 정부에서는 뭐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공포심에 의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과학적인 접근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식당의 그릇이나 컵, 수저 등은 모두 다회용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2022년까지 일회용품을 30%인가 줄이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 환경부는 나름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1단계와 2단계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게 하고, 3단계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면 일회용 컵을 줄 수 있게 허용하고, 4단계에는 지자체가 어떻게 할지 결정하게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제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코로나로 인해 플라스틱 컵 이슈와 규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두 번째 규제는 비닐봉지다. 예전에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필요한 만큼 비닐봉지를 제공했다. 이렇게 무료로 주던 비닐봉지가 2019년 1월 일부터 무상 제공이 금지됐다. 이밖에 2021년 1월부터는 개별 음료에 붙어있던 일회용 빨대 부착이 금지됐다. 여전히 마트나 편의점에서 일회용 빨대가 붙어있는 제품을 볼 수 있는데 이미 생산된 제품은 팔 수 있게 했다. 그리고 2021년부터 장례식장에서 일회용기를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장례식장에서 다 일회용기를 쓴다. 왜냐하면 ‘세척 시설이 있는 경우’는 ‘일회용품을 쓰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싱크대를 철거하면 그만이다. 좀 어이가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춘천시의 장례식장들이 세척시설을 없애버리고 일회용품을 쓰는 것이 추세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시민들이 반응하고 규제에 동의를 해야 정부가 힘을 얻어서 기업을 압박할 수가 있는데, 일단 시민들이 잘 모르기도 하고, 기업은 반발이 심하다. 그래서 규제가 잘 작동을 못 하는 상태, 나아가 규제를 피해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사실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환경부의 로드맵은 허점도 있지만 나름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짜 놓았다. 그런데 새 정부가 환경 문제에 너무 관심이 없다. 예를 들면, 대통령 직속으로 새로 생긴 탄소중립위원회에 자원 순환 관련된 전문가들을 싹 빼버렸다. 특히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없다. 전 정부가 올해 4월부터 다시 매장 내 플라스틱 일회용 컵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는데 새 정부는 인수위를 출범하고 가장 먼저 이 부분을 유예해 줬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세종과 제주로 축소했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지 않으니까 우리 시민들이 직접 하겠다고 마음먹고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게 됐다. 일반 시민들은 규제 사항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니 사람들에게 알리고, 신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계도하려는 것이다.

재활용보다는 배출 자체를 줄여야

설명회 이후 면담을 통해 일회용품 이슈에 대해 추가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송 팀장은 “지금은 재활용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지났다”면서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재활용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가 제공한 ‘생활쓰레기 연도별 선별 수량 대비 재활용률 현황’을 보면 2015년 43만3천686톤이었던 플라스틱 쓰레기 선별량이 2020년 57만7478톤으로 훌쩍 뛰었지만, 같은 기간 재활용되는 수량은 25만1천451톤에서 23만4천629톤으로 오히려 줄었다. 선별 후 34만여 톤이 그냥 버려진 것이다.

이처럼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통계적인 문제가 있다. 가정 등에서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면 수거업체에서 재활용센터 등 선별장으로 운반한다. 이후 선별업체가 재활용할 가치가 있는 품목을 골라내고 나머지 폐기물은 소각·매립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현재 환경부가 집계하는 재활용률은 실제 재활용 여부를 떠나 선별장으로 들어가는 양을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소각·매립된 폐플라스틱도 이 통계에 포함된 것이다. 수익성을 내야 하는 업체들은 돈이 되거나 정부 지원금이 있는 재질은 재활용하지만, 재활용 과정이 복잡해 인건비가 많이 들거나 수익이 안 나는 폐기물은 소각장이나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다.

일단 버리고 재활용하겠다는 기조는 오히려 쓰레기 문제 대응을 느슨하게 만들고, 쓰레기 발생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된다. 쓰레기 발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어쩌면 미래를 위한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재활용에 더 재원과 관심을 쏟고 있다. 

송 팀장은 이를 위해 공공, 기업, 개인이 3박자를 맞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는 다회용품 개발 기업을 지원하고, 지방정부는 다회용기 사용이 정착될 때까지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나서서 자체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춘천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비교적 일찌감치 지난 정부 ‘일회용품 없는 청사’를 선언해 앞서 나갔지만 최근 다시 일회용품 사용이 눈에 띄고 있다고 한다.

기업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리스크로 볼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니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요건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들 역시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친환경적 상품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인식 전환과 실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불편할 결심’이 바탕이 되어야지만 일회용품 쓰레기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송 팀장은 특히 ‘일회용품이 위생적’이라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회용품도 공정 과정에서 얼마든 미생물이 발생할 수 있고, 다회용품의 경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위생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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