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자원 낭비, 처리 문제 측면
잠시의 편리를 위해 수백 년 허비하는 꼴

일회용품은 도대체 왜 줄여야 할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일목요연하게 대답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 가지의 강력한 이유를 정리해 본다.

기후변화

먼저 현대인이 사용하는 모든 공산품을 생산하는 데에는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즉 같은 물건을 많이 사용해, 물건 생산을 적게 할수록 화석연료를 덜 사용하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화석연료의 사용은 곧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발생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 특히 일회용품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의 경우 원료 자체에 탄소가 포함돼 있어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춘천의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카페, ‘보나커피집’에서 판매 중인 친환경 상품.

자원 낭비

물건의 주원료가 되는 물적 자원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만약 태양이나 인공적인 핵융합 등의 무한한 에너지를 활용하더라도 물건을 이루는 원자재는 계속 소진된다.

종이를 예로 들어보자. 종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는 전세계에서 벌목되는 나무의 1/5을 차지하고 있다. 종이 1kg을 만들기 위해 무려 2kg의 나무와 250kg의 물이 사용된다.

물론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이 가능한 유의미한 자원은 계속 줄어든다. 자원의 낭비는 엔트로피 증가를 가속화하는 셈이다.

처리의 문제

쓰레기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쓰지 않는 물건도 쓰레기다. 전자가 물리적인 이유라면 후자는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일회용품은 ‘고장이 났다’거나 ‘너무 오래 써서 닳아 버렸다’라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간편하게, 쉽게, 질리지 않게 물건을 사용하려는 욕망 때문에 발생한다. 쉽게 사용하고 나면 처리라는 어려운 문제가 남게 된다. 

① 자연분해- 너무도 쉽게 쓰레기로 재탄생한 일회용품, 하지만 그 이후의 처리에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일단 자연분해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소재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캔은 200년, 플라스틱은 5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몇 분 동안의 편리를 위해 수백 년을 맞바꾸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물론 처음 발명할 당시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점이 알려진 이상, 더 이상의 사용은 반이성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플라스틱의 경우 분해라는 것도,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지는 것뿐이다.

② 매립 및 소각- 일부의 일회용품이 재활용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매립이나 소각으로 처리된다. 매립이나 소각의 장점은 당장 눈앞에서 쓰레기를 안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눈앞에 보이지 않게 해 심리적인 만족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먼저 매립이나 소각 모두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한다. 그런데 매립지나 소각장은 그 자체로 혐오시설이다. 편리하게 사용하고 쉽게 내버리기는 좋아하면서도 집 근처에 매립지나 소각장이 들어오는 것에는 팔을 걷어붙이고 반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럴 만도 하다. 보기에 나쁘고 냄새가 난다는 단순한 이유만이 아니다. 매립지에서는 쓰레기가 썩으면서 다량의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인체에 치명적이고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매립지에서는 침출수도 발생한다. 침출수는 매립지에서 흘러내리는 더러운 물로, 유기물 부하가 매우 높아 잘 처리하지 않으면 인근지역의 농작물 등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침출수의 발생은 강우량과 매립장 면적, 특수계수 등 매립지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보통 강우량의 20~30%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각 시 발생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과거의 쓰레기소각 과정에서는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과 퓨란을 비롯해 각종 금속성 물질, 카드뮴, 납, 수은 등이 발생했다. 기술의 발달로 오염물질 배출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2021년 안전보건공단은 서울 소각장 노동자 10명을 조사한 결과 혈액에서 평균 2천909 ppt의 ‘2378-테트라클로로다이벤조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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