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지자체의 홍보 콘텐츠가 정주 인구를 위한 단순한 시정 알리기에서 벗어나 다양화되고 있다. 이는 인구절벽과 지역 경기 활성화 등 고민에 빠진 지자체들이 지자체 브랜드를 알려서 ‘관계인구’와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이다. 

관계·생활인구 유입 위해 지자체 열띤 홍보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주민으로 등록한 ‘정주인구’와 달리 해당 지역에 완전히 이주·정착하지 않았으나 정기·비정기적으로 방문해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관계인구는 일본에서 지역별 인구 불균형 문제가 심화 되자 2016년에 처음 등장했다.

춘천시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들     출처=춘천시 유튜브 캡처

생활인구는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정기적 교류 등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2018년 서울시는 KT와 함께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 조사 시점에 개인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인구를 집계한 바 있다. 행안부도 올해부터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하여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지자체가 지역을 더 많이 찾게 만들기 위해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지역 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튜브, 기초지자체에 기회의 땅

지자체들의 여러 홍보 수단 가운데 유튜브가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디지털과 비대면에 익숙한 MZ 세대의 관심과 유입을 끌어내는 전략으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모바일 앱은 ‘유튜브’인 것으로 조사됐다. 포브스코리아와 데이터분석기업 TDI가 발표한 ‘2022년 한국인이 사랑한 모바일 앱’ 순위에 따르면 유튜브는 월간활성화이용자수 3천461만8천337명, 기기설치수 3천790만3천933건으로 1위에 올랐다. 소셜 부문에선 인스타그램, 당근마켓이 뒤를 이었다. 또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740억 분에 달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으로 조사됐다. 

B급 감성·패러디 등 아이디어 각축장 

지자체 중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딱딱한 홍보 대신 색다른 재미와 아이디어가 담긴 콘텐츠를 선보이는 유튜브 채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중 충북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가 단연 돋보인다. 

‘충TV’는 1월 현재 구독자 수가 28만 2천 명으로 정주 인구 20만 8천 277명보다 많다. 광역지자체 경북도의 ‘보이소 TV’ (34만 명)에 이어 지자체 유튜브 구독자 2위다. 하지만 경북도의 정주 인구는 260만 492명, 인구 대비 구독자 수로 따지면 ‘충TV’가 단연 독보적이다. 심지어 서울시 구독자 수 (18만 2천 명)보다 월등하게 많다. 

‘충TV’는 2019년 4월 개설된 이래 고구마·사과 등 특산물 홍보, 수안보·탄금대 등 관광지·축제 안내, 코로나 방역 등 다양한 정책홍보 영상 196편을 제작해 선보였다. 1월 현재 영상의 총 조회수는 8천666만 회이며 평균 조회수는 33만 회에 달한다. 특히 엉뚱하고 발랄한 B급 감성의 콘텐츠가 MZ세대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홍보담당 주무관이 아프리카 가나의 독특한 장례 문화에서 비롯된 인터넷 밈(meme)을 패러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스티로폼 상자를 짊어진 채 춤을 추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홍보하는 영상인 〈공무원 관짝춤〉은 조회수 813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속기사와 홍보맨의 타자 대결〉(121만 회), 공무원의 고충을 유쾌하게 알린 〈악성 민원인〉(112만 회)과 〈하수처리장 먹방〉(67만 회) 영상 등도 인기를 끌었다. 

충주의 대표 특산물 사과를 홍보하는 〈사과하십쇼〉 영상은 정치인의 말을 패러디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해당 영상에는 ‘사과=충주’로 이른바 ‘뇌이징’(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볼수록 끌리게 되는 현상) 당했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충주시의 한 해 유튜브 홍보예산은 고작 60만 원, 하지만 ‘충TV’는 지자체 유튜브와 공공기관 홍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TV’ 처럼 여러 지자체들은 패러디와 콩트로 홍보 영상을 만들어 수백만 회에서 1천만 회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남 해남군의 미역·김·배추 등 특산물 홍보 영상, 경기 여주시의 산불 예방 영상, 경북 영주시의 인삼 엑스포 홍보 영상 등이다. 또 서울시 25개 자치구들도 홈쇼핑 형식의 정책홍보, 생활 다큐, 웹드라마로 소개하는 지원사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춘천시 채널…5천도 안되는 구독자 1만 이상 조회 영상은 고작 11편 

춘천시 유튜브 채널은 지난 2012년 개설됐으며, 1월 현재 구독자 수는 4천590여 명으로서 정주 인구보다도 형편없이 낮다. 동영상 362편이 올라와 있지만, 평균 조회수 1천948회, 총 조회수는 70만여 회에 불과하며 다양성도 부족하다. 

최다 조회수 영상은 22년 6월 15일에 업로드된 〈호수에 설레다! - 강원도 호수문화권 여행〉이다. 강원도 5개 시군(춘천·양구·철원·화천·홍천)의 호수문화권 관광지를 배경으로 트로트 가수 류지광 씨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으로서 1월 현재 4만4천700여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좋아요’ 수는 38개, ‘댓글’은 19개에 불과하다. 조회수 1만 회를 넘어선 영상은 시민참여형 온라인 홍보 프로젝트 ‘어쩌다 프로젝트 시즌 2’ 모집 홍보 영상, 나만의 음원 프로젝트 ‘어쩌다’의 음원 영상, 그리고 춘천 대학 생활 탐방기, 웹드라마 〈초콜릿 닭갈비가 어때서〉의 티저 영상 등 고작 11편에 불과하다. 특히 시가 시정목표로 내세우는 고품격 관광도시 홍보 영상들의 조회수는 200여 회에 불과하다.

영상 시간이 1분 미만으로 짧아서 시청이 수월한 ‘SHORTS’ 영상의 경우 1만 회를 넘어선 영상은 닭갈비, 육림고개, 춘천태권도대회, 춘천에서 가볼 만한 곳 등을 소개하는 4편에 불과하다. 축제 등 지역 행사 관련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막국수 닭갈비 축제를 홍보한 ‘SHORTS’ 영상으로서 조회수 7천659회이다. 토마토 등 지역 주요 특산물을 홍보하는 영상은 없다. 구글과 유튜브 검색창에 ‘춘천시 토마토 홍보 영상’을 검색해도 지자체 차원의 홍보 영상은 없다. 다만 춘천시 공식 유튜브 채널이 아닌 춘천시정을 홍보하는 ‘채널 춘천’에 소양강 토마토 홍보 영상 한편이 올라와 있을 뿐이다.

춘천시 전략홍보팀은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5분 안팎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유튜브 영상 등 SNS 홍보비로 약 2억 5천만 원을 지출했다. 소통기획팀은 사무관리비 중 7천만 원을 들여 영상물을 제작했다. 특히 지난해 2천만 원을 들여 제작한 춘천 홍보 영상 〈당당한 너를 뽐내봐! 춘천에서!〉의 경우 20초, 30초, 2분 58초 세 가지 버전의 유튜브 조회수가 각각 800회에도 미치지 못한다. ‘좋아요’ 수는 총 33개, 총 댓글은 5개에 불과하다. 심지어 2분 58초 버전은 ‘뽑내봐’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해당 영상은 경춘선 열차 등 지역 안팎에서도 상영되고 있다. 지난 설 연휴 경춘선 열차에서 만난 승객 김연수(23) 씨 등 여러 사람에게 해당 영상에 대한 소감을 묻자 “세련된 광고영상처럼 만들었지만 그만큼 익숙해서 머리에 남지 않고 차별화된 개성이 없다”, “당당한 너를 뽐내라는 메시지가 영상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공공 유튜브 홍보활동 평가 플랫폼 ‘소시지’

물론 이러한 평가는 주관적이다. 그렇다면 객관적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조재수 중부대 교수는 국내 최초로 유튜브 종합홍보지수 개념을 만들고 다듬었다. 나아가 중부대 로컬비즈니스센터와 오파스넷은 공공 유튜브 홍보 활동 평가 플랫폼 ‘Socisy’(소시지)를 베타 오픈(betaopen, 포털 사이트나 게임 회사 따위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 하는 시범 서비스)하고 800여 개 정부·공공기관 유튜브 채널의 성과를 분석하고 있다. 조 교수는 유튜브가 지자체 정책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필수인 시대임에도 평가가 부족한 실정에서 성과 지표 평가에 따른 현황 및 제언을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231개 기초·광역 지자체를 대상으로 유튜브 빅데이터(조회수·구독자수·좋아요·댓글 등)를 수집·분석해 알고리즘 기반으로 생성된 지수인 ‘종합성과 지수’, ‘개선도 지수’, ‘상호작용 지수’, ‘정책기상도 지수’, ‘효율성 지수’를 기반으로 상위도시를 선정한 결과, 기초와 광역을 모두 포함한 종합성과 지수에서 충주시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서울시와 보이소TV(경북도), VISIT BUSAN(부산관광공사), 강원도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충주시 외에도 강남구(7위)와 창원시(8위) 등 기초단체들이 10위권에 들어서 유튜브 채널의 활성화가 자치단체의 규모와 정주 인구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종합성과 지수에 따른 강원도 주요 시군 유튜브 채널 순위   출처=공공 유튜브 홍보활동 평가 플랫폼 ‘소시지’

2019년에 개설된 강원도 유튜브의 경우 구독자 수는 3만 9천여 명에 불과하지만, 1월 현재 동영상 1천187개, 평균 조회수 5천 12회, 총 조회수 2천958만여 회에 달한다. ‘좋아요’와 ‘댓글수’는 각각 9만, 2만에 이른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연말 한국소셜콘텐츠진흥협회가 주관한 ‘올해의 SNS’ 시상식에서 광역지자체 부문 올해의 유튜브 대상을 받았다.

지역 자원, 시민의 삶과 이야기 활용해야

‘Socisy’에 따르면, 춘천시 유튜브는 ‘종합성과 지수’에서 원주시, 속초시, 영월군 다음으로 도내 4위 수준이다. 지자체 규모에 비해 활성화가 덜 됐다. 물론 유튜브 홍보에 나선 많은 지자체의 콘텐츠들이 시정 홍보와 인터뷰 등 딱딱한 내용이거나, 충주시의 흉내를 내는 등 획일적인 콘텐츠가 대부분이어서 춘천시만을 비판하기에 무리가 있다.

유행을 따라서 공무원이 춤추고 패러디하라는 게 아니다. 얼마나 재밌냐, 필요한 정보냐 등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조 교수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의 인기 이유로 온·오프라인의 ‘통합’을 제시하며, 연예기획사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처럼 지자체가 보유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출처=프리픽

가능성이 없지 않다. 춘천시가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도한 시민 참여형 홍보 마케팅 ‘어쩌다 프로젝트’가 그렇다. ‘어쩌다 프로젝트’는 시민의 행복한 모습을 콘텐츠로 만드는 사업이다. 시민 사연으로 만든 음원과 영상이 각종 SNS 통해 홍보되고 음원 플랫폼으로 유통된다. 이를 통해 관광도시 춘천을 알릴 방침이다. 지난 4월 첫 음원을 시작으로 9월까지 총 6곡의 음원을 발매했으며, 영상은 24개를 제작했다. 춘천시 유튜브 채널에서 그나마 조회수가 높은 영상들이다. 춘천시 유튜브와 흩어진 여러 축제 채널을 잇거나 통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포럼 ‘춘천문화예술지도 그리기’에서도 참석자들도 제안한 바 있다. 즉, 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주민들이 하는 이야기의 간극을 좁히고 역동성을 높이는, 삶과 관련성이 높은 콘텐츠가 필요하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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