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재미를 찾는 날들 무대감독 김성수
대학에 입학하며 춘천에 살기 시작했다. 무대감독으로 일하고 있으며 공연예술 스태프 협동조합 ‘all’의 일원이기도 하다.
동해에서 태어난 김성수는 ‘남자가 대관령은 넘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고 자랐다. 다행히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입학하며 대관령을 넘어 춘천에 살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풍물패 활동을 하며 공연에 관심이 생겼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직업과 이어졌다. 현재는 춘천마임축제, 평창대관령음악제 등 강원도 전반에서 개최되는 축제에서 무대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공연예술 스태프 협동조합인 ‘all’의 일원이기도 하다. all은 강원도 최초의 공연 스태프를 위한 협동조합이다. 스태프들에게 소속감과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고민했던 부분은 안정성에 대한 것이었어요. 이런 공연이나 축제 쪽은 단기간에 뽑아서 축제 기간만 일하고, 끝나면 다른 축제를 찾아다녀야 하거든요. 이런 상황들이 불편했죠.” 춘천문화재단의 공연예술 스태프 아카데미 ‘막’의 강사로 참여했다. 공연 분야를 지망하는 춘천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만 익히고 들어와도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아카데미에서 만난 학생과 인연이 되어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하다.
공연 스태프로 일하려면 체력은 필수다. 출근과 퇴근이 따로 없는 일이다.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제때 식사를 하기도 어렵다. 그러기에 더욱 몸 관리에 신경 쓴다. 시간이 나면 운동을 한다. 헬스, 수영, 러닝 등 가리지 않는다. 벚꽃 핀 공지천에서 시작해 다리를 건너 레고랜드까지 가는 러닝코스를 제일 좋아한다고.
“춘천에서 학교를 나와서 그런지 추억이 많아요. 친구들도 많고요. 성인이 된 이후에 내가 뭔가를 이룬 곳도 이곳이고, 그래서 이제는 고향보다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크게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 춘천에서 계속 살게 되지 않을까요? 춘천은 규모에 비해 문화적인 혜택이 큰 도시예요. 축제가 많으니 스태프나 플레이어들이 살기에도 좋죠.”
그는 재미있게 살고 싶다. 잘 먹고 잘 살고 일도 많이 하고 가정도 꾸리고 싶다. 그는 ‘재미’를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그는 새로운 공연을 위해 바삐 나섰다. 지친 기색도 없이 가벼운 걸음이었다. 앞으로 춘천에서 펼쳐질 김성수의 재미있는 삶을 응원해 본다.
editor 김세원
꽃보다 사람, 꽃보다 사랑 플로리스트 김세라
죽림동에서 ‘소중한, 날’이라는 꽃집을 운영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춘천 우두동에 정착한 것은 올해로 8년 차. 삶을 일구어나가는 건 사람과 사랑이라고 말하는 따뜻한 플로리스트.
8년 차 플로리스트 김세라의 부지런한 하루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꽃을 구하고 관리하며, 고객들의 주문을 받고 꽃다발을 디자인한다. 꽃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프랑스에서 꽃을 배워오기도 한 실력자다. 언뜻 우아해 보이는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의 실상은 ‘중노동’에 가깝다. 꽃이라는 생물을 다루기에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것이 일상이다.

남편을 따라 자연스럽게 춘천으로 터전을 옮겨 강원대학교 후문에 조그맣게 꽃집을 시작했다. 꽃집 이름인 ‘소중한, 날’은 ‘소중한 하루(Day)’, ‘소중한 나를(me)’이란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꽃으로 소중한 하루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 ‘나’를 더 아끼고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너, 나, 우리. 모두 서로 소중히 여기자는 따스함으로 매일 꽃집을 찾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 꽃에 빠지게 됐다. 어떤 사람들은 꽃을 사치품이라, 어차피 시드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피어있는 동안에는 바라만 봐도 확실한 행복을 주는 매개라 느꼈다. 춘천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일상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자연으로부터다. 조금만 나가도 눈 앞에 펼쳐진 산과 강, 하늘에 마음의 쉼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춘천사람이라면 모두 해 봤을 것이다.
“세상에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피고 지는데, 지는 것보단 살아있는 그 감정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힘들고 슬퍼할 때 건네는 꽃 한 송이, 백 마디의 말보다 그 하나로 전달되는 진심을 사랑합니다.” 꽃을 사치가 아닌 사랑으로 탈바꿈하는 능력을 지닌 김세라는 드라마 작가를 꿈꿨던 어린 날의 상상력과 사회복지사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눔을 실천한다. 춘천 사북면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시설 나눔의 동산에 매년 꽃과 필요 물품을 기부하고 저소득층 아이들의 졸업식을 위해 꽃다발과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꽃을 매개로 어른, 아이 모두 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늘 고민한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꽃 동호회’도 운영한다. 꽃과 사람을 좋아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사랑방을 만든다.
어려웠던 형편에 도움을 받았던 따뜻한 손길을 잊지 못해 베풂을 지속할 수 있다는 김세라. 나눔을 시작하니 주변에서 속속들이 함께하는 파트너들도 생겨났다. 기부 프로그램에 동참하거나 프로젝트를 돕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그의 주 소통 창구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타지역 사람들까지도 그의 행보에 공감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춘천을 ‘살면 살수록 떠날 수 없는 도시’라 말하는 김세라. 오늘도 사랑이란 따스한 에너지를 가득 품고 꽃과 나눔을 통해 춘천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editor 박선정
춘천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예요 야생화를 수놓는 약사동 김승희
강원대학교 입학을 계기로 춘천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대학교 재학 시절 만나 오랜 기간 춘천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한 남편과 함께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2003년부터 한지공예가로 활동해오다가, 현재는 약사동 공방에서 야생화 자수를 가르치며 ‘약사동 승희 씨’로 불리고 있다.
고향은 강릉이지만 강원대학교 불어불문과에 입학한 이후로 쭉 춘천에서 살고 있다. 대학 재학 시절 탈춤반 놀이패 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오랜 기간 춘천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남편은 강원대학교 사학과 출신으로 학교 다닐 때는 그냥 얼굴만 아는 선배였다. 놀이패 동아리 활동이 대학 졸업 이후에는 춘천 민주청년회 소속 민족패 활동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운동권에 있던 남편을 만나게 됐다. 그 인연으로 스물 일곱 살의 나이에 춘천에서 결혼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니 춘천에 정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아이를 낳고서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살림에 전념했다. 그러던 중 잠시 춘천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하며 이를 계기로 공예가로서 인생 2막이 시작됐다. “당시 센터에서 여성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원주 한지공예 강좌를 진행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실무자로 일하던 제가 덜컥 한지 공예가로 창업을 한 거예요. 만드는 걸 좋아해 적성과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포목점을 하셔서 그런지 저도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한지공예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져갔고 김승희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10여 년 전쯤 서울을 중심으로 야생화 자수 붐이 일기 시작했어요. 원래 동양 자수는 섬세한 맛이 있지만, 실용성이 떨어지고, 서양 자수는 실용적이지만 지나치게 화려한 느낌이 있거든요. 그때 야생화를 주제로 이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실용적인 기법을 쓰는 새로운 장르가 생기게 된 거예요. 그 오묘한 느낌에 한눈에 반해서 춘천에서 서울까지 자수를 배우러 다녔어요.”
김승희는 지역 활동가, 아내, 엄마, 공예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지만 그중 엄마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 공예도 처음에는 가족을 위해 생계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도 어느새 장성한 자랑스러운 자식들 덕분에 요즘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엄마를 닮아 눈썰미가 좋은 딸은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보여주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둔 아들은 최근 좋은 직장에 취직해 김승희의 자랑거리가 됐다. 자식 얘기를 하는 엄마 김승희의 얼굴에는 연신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오랜 기간 춘천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김승희에게 춘천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소중한 지역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대학 시절부터 춘천에 살았으니까 평생을 춘천에서 살았다고 봐도 무방하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춘천에 있어요. 그래서 계속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소하고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editor 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