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석사동 ○○아파트, 경비원만 제설 고충 토로

이웃에 대한 사소한 돌봄과 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지난 14일 새벽부터 춘천에 폭설이 내렸다. 아파트 10층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온통 은빛으로 덮여있었다. 점심이 지나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을 때, 내가 사는 석사동 ○○아파트에도 주차장, 인도, 놀이터 곳곳에 눈이 쌓이고 질척거려 걷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 많은 눈을 한 경비원이 홀로 치우고 있었다. 이내 그는 허리를 펴고 긴 한숨을 토했다. 한눈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파트에 많은 눈이 쌓이는 계절, 이웃 간의 배려가 절실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출처=오마이뉴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자 경비원 A 씨는 “이렇게 눈이 오는데 주민 누구 하나 나와서 눈을 치우지 않아요. 정말 너무하네요.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져요”라며 하소연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말대로 눈을 치우는 주민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경비원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내가 사는 동의 초소 담당 경비원이 설을 앞두고 고향에 어머니를 뵈러 마침 휴가를 간 상황이었다. 아저씨는 옆 초소에서 지원을 나왔는데 하필 그날 폭설이 내린 것이다. 얼마 전, 눈이 왔을 때는 한 청년이 눈을 치우러 나와서 하는 말이 “서울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치운다”라고 말하더라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에 나도 눈삽을 들었다. 

예전에는 눈이 내리면 동네 주민들이 다 함께 골목길에 나와 눈을 치우는 게 흔한 풍경이었다. 굳이 공동체 의식이니 사회적 규칙 등 어렵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최근 춘천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 춘천을 낭만의 도시라고 한다. 눈이 내리면 춘천의 풍경은 참 낭만적이다. 하지만 이웃을 돕고 배려하며 함께 동네를 가꿔가는 진짜 낭만이 고층 아파트의 그늘 속에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다. 아직 겨울은 길다. 눈은 또 내릴 것이다. 춘천 시민의 진짜 낭만을 기대해 본다.

박미숙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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